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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혁

서원대학교회 목사

오랜만에 아내와 함께 서울 나들이를 하게 됐다.

분에 넘치는 콘서트 티켓을 선물 받았기 때문이다. 내 책상 위에는 '김선영 콘서트 퀸즈 러브레터(The Queen's Love Letter)'라는 콘서트 티켓이 올려져 있다.

김선영은 뮤지컬 배우로 16년 동안 '위키드', '지킬 앤 하이드', '에비타' 등 수 많은 작품에 출연하면서 팬들로부터 '여왕'이라는 수식어를 얻었다. 온라인 포털 사이트에는 "김선영의 연기를 처음 보고 반했다", "소름 끼치도록 놀라운 가창력의 주인공", "티켓 파워가 아닌 진정한 뮤지컬 배우" 등의 찬사가 이어지고 있다.

충북 청주가 고향인 김선영은 필자와는 더없이 가까운 사이다. 그는 필자의 사촌동생으로, 이번 공연 티켓 역시 그가 직접 보내 준 것이다.

필자는 그에게 공연을 위해 기도해 달라는 부탁을 받았다.

여러 배우들과 함께 하는 무대가 아닌 단독 콘서트 형식의 뮤지컬이기 때문이다. 가슴 애타게 기도해오던 공연이 지난 4~5일 서울 LG아트센터에서 열렸다. 객석이 꽉 찬 것을 보고 우리 가족과 친척들은 흐뭇한 마음으로 공연을 지켜보았다.

무대 위 어두운 조명 속에 김선영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두 시간동안 수필처럼 애잔한 목소리로, 때로는 폭포 같은 파워풀한 목소리로 관객들을 사로잡았다. '여왕의 편지'라는 공연 제목에 걸맞게 뮤지컬 16년 인생 동안 내면에 담아온 이야기를 노래로 뿜어냈다.

그의 이야기 속에는 자신이 음악에 눈을 뜨게 한 오빠들의 이야기와 어머니의 이야기가 등장했다. 그가 추억하는 엄마는 늘 빠른 걸음걸이였다. 그렇기 때문에 그는 늘 엄마의 뒷모습만 보면서 걸어가는 일이 많았다고 했다. 어느 날 그가 엄마에게 "엄마는 왜 그렇게 빨리 걸어·"라고 묻자, 엄마는 "너희 4남매 키우면서 온갖 일 다 하느라 종종 걸음을 칠 수밖에 없어."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그리고 운동회 날, 그렇게 애타게 기다리던 엄마가 늦게 왔다. 하지만 함께 짬뽕을 먹었고 지금까지도 짬뽕을 좋아한다는 이야기를 하고 김선영은 '섬집아기'를 노래했다.

"엄마가 섬 그늘에 굴 따러가면 아기가 혼자 남아…,"

가슴이 울컥해졌다. 눈물이 고였다. 노래 속에서 시간이 정지된 것 같았다. '어머니' 이야기에 온갖 상념이 교차되면서 애달픈 추억들이 떠올랐다. 그의 어머니는 필자에게 작은 어머니다. 정말 소설책처럼 안 해본 일 없이 아이들을 교육시켜서 모두 유수한 대학에 보낸 것을 필자는 안다. 순간 필자의 어머니 모습이 오버랩 되어왔다. 필자의 어머니는 오히려 걸음이 늦으셨다. 일생동안 결핵과 투병하면서 쇠약해진 몸으로 거리에 나서면 걸음을 잘 걷지 못하셨고, 때로는 절뚝거리면서 걸으셨던 나의 어머니! 어머니는 어린 시절 필자를 직접 교육하면서 학문의 소중함을 알게 하셨고, 일생동안 필자를 위해 기도하셨다. 슈퍼볼 챔피언 하인스 워드는 "어머니라는 존재는 '오늘의 나를 있게 하신 분'"이라고 했다.

누구의 어머니 이야기인들 눈물 흘리게 할 감동적인 사연이 없겠는가. 이탈리아 작가 조반니 파피니는 회복이 잘 되지 않는 병에 걸렸었다. 그의 어머니는 인육(人肉)을 먹이면 좋다는 말을 듣고 자신의 허벅지 살을 잘라 몰래 먹였다. 그런데 병세가 호전된 것이다. 그 고기를 또 먹고 싶다는 아들의 말에 다시 한 번 허벅지 살을 베던 그의 어머니는 동맥을 건드려 혼절하고 만다. 가까스로 깨어난 어머니는 눈물을 흘리는 아들에게 자신의 살과 피보다 더 위대한 살과 피를 주신 그리스도를 전했다. 살신성인의 본을 보여주는 교육 앞에서 조반니는 신앙의 세계에 입문했고 일생동안 기독교 문학을 전하는 작가가 됐다.

실로 우리네 '어머니'는 우리 인생을 아름답게 조각하는 조각가인 것이다. 부르기만 해도 감격스럽고, 그 이름만으로도 우리는 가슴 벅찬 생애를 살아간다. 멀리 계신 어머니는 오늘도 나의 전화를 애타게 기다리지 않을까. 살아 계실 때, 전화 한 번 더 해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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