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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5.07.27 15:41:47
  • 최종수정2015.07.27 15:41:47

김남혁

서원대학교회 목사

며칠 전에 아들이 강아지 한 마리를 분양 받아왔다. 얼마 전까지 영동에서 살 때만 해도 마당이 넓어서 강아지를 몇 마리 키웠었고 새끼를 낳으면 인근에 사는 아이들에게 분양도 많이 해 주었다. 그 몇 마리 키우던 강아지들 중에는 털이 뽀얗고 흰 녀석이 있어서 이름을 '흰둥이'라고 붙여 주었었다. 청주로 이사 나오면서 아파트에 살게 되니 강아지들을 다 주고 왔다. 그런데 아들은 그 흰둥이를 잊지 못하고 애견샵을 기웃거리기도 하면서 흰둥이 닮은 개를 찾았었던 것 같다.

그런 아들의 모습을 보면서 나의 학창 시절에 집에서 키우던 강아지에 대한 추억이 떠올랐다. 그 강아지도 털이 하얗고 복슬거리는 강아지였다. 처음 보고 귀여워서 와리와리 하다가 이름을 촌스럽지만 '와리'라고 지었다. 학교 갔다오면 나는 '와리'와 함께 노는 것이 좋았다. 어느 날 아침 '와리'는 아버지를 따라 산책길에 나섰고 산에서 길을 잃고 돌아오지 못했다. 그것은 나에게 상당한 충격과 상처가 되었다. 심지어 내가 '와리'를 사랑해 주지 못하고 괴롭혔다는 자책감까지 들면서 우주와 '자연'이 나에게 등을 돌렸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나는 그 강아지를 소재로 글을 썼고 마침 학교에서 공모한 백일장에 그 글을 응모하였다. 그 글은 심사 선생님의 관심의 대상이 되었고, 그 이후 내가 신문이나 교지에 글을 쓰기 시작한 계기가 되었으며, 문학도가 되고 싶은 꿈을 갖게 했던 사건이 되었다.

인간의 행복과 불행은 다분히 추억 속에 존재한다. 지금 생활이 어려움이 없고 배부르고 등 따뜻하게 살지라도, 잘 먹지 못하던 시절에 친구들과 들에서 산딸기를 따서 먹고, 메뚜기나 개구리를 잡아서 구워먹던 시절이 더 행복하게 느껴지는 법이다.

고등학교 시절에 늘 함께 했던 네 명의 친구들이 있었다. 수레바퀴의 네 바퀴가 하나라도 없으면 안 굴러간다는 의미로 '수레바퀴'라는 조직명(·)까지 정했다. 우리는 방과 후에 함께 탁구를 쳤고, 함께 자전거를 타고 시외를 달렸으며, 함께 바둑을 두기도 했다. 대학교 다닐 때는 의기 투합하여 여름 배낭여행을 가기도 했다. 그리고 한 밤중에 산 속에서 길을 잃고, 사방이 깜깜한데 두려움 속에서 밤을 지새다시피 하기도 했다.

그 당시 친구들은 나의 청춘이었다. 친구들은 나의 추억 속의 꽃다발이다. 친구들과 동행하면서 구멍 뚫린 마음들이 채워졌고, 웃음을 맛보았고, 짧은 시간 속에서 영원한 기쁨을 누리기도 했다.

사람은 지금 좋은 시간을 보내기 때문에 행복하다거나 여러 가지 인생의 시련이 가까이 있다고 해서 불행하다고 말할 수 없다. 이 모든 것은 다 지나가는 것이다.

어렸을 때 알콜 중독인 아버지가 돈도 주지 않고 늘 술 심부름을 시키던 아들이 있었다. 돈이 없으니 주점 앞에서 주전자를 들고 멀뚱멀뚱 바라보아야만 했다. 주인 아저씨가 상황을 짐작하고 술 주전자에 반쯤 부어 주었다고 한다. 기쁨과 의기양양함으로 그 술 주전자를 들고 집에 온 아들에게 아버지는 그랬다고 한다. "술이 반 밖에 없지 않냐· 니가 반이나 먹은 거야·" 상처를 많이 받은 아들은 성장하면서 아버지와 연락을 끊고 살았다. 어느 날 화가인 아내가 그림을 그리는데 물감에 연탄재를 섞어서 독특한 질감이 나는 그림을 그리는 것을 보았다. 그 순간 '아버지가 비록 연탄재 같은 존재였지만 그 아버지가 있었기 때문에 내가 존재했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고 아버지를 모셔다가 같이 살게 되었다.

어느 날 우리는 깨닫게 되리라. "과거의 그 순간이 오늘의 나를 만들었구나" 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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