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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5.03.09 17:59:58
  • 최종수정2015.03.09 15:55:18

김남혁

서원대학교회 목사

눈이 시리도록 하늘이 파랗다. 겨우내 눈이 쌓였다 녹았다 하던 뒷산이 칙칙한 때를 벗고 새 옷을 입은 것처럼 보송보송하게 느껴진다. 몸에서 봄이 오는 소리가 들린다. 오래간만에 추위와 미끄러움을 핑계로 거리를 두었던 산에 오른다. 흙을 밟고 나무를 만져보니 지난 몇 년 동안 시골 생활을 했던 경험이 아른거린다. 음력 2월이면 감자를 심을 계절이다. 왠지 감자를 심고 싶어서 몸이 근질거린다.

흙으로 이루어진 이 땅을 인간이 밟고 살아간다. 땅은 정직하다. 비지땀을 흘리면서 땅을 갈고, 씨앗을 뿌리고, 잘 돌보아 주기만 하면 반드시 그 열매를 돌려준다. 땅을 돌보는 인간이 투자해야 할 최고의 자본은 부지런함이다. 농부는 정직과 부지런함의 열매로 사람들에게 맛과 향기와 기쁨과 환희를 제공한다. 그래서 농부의 땀과 수고와 근심과 고초를 알고, 거둠의 환희를 체험한 사람은 그 일을 숭고하다고 표현해야 할 것이다. 유명한 화가 빈센트 반 고흐(Vincent Willem van Gogh)의 첫 작품은 <감자 먹는 사람들>이다. 그것은 흙을 자본으로 정직하게 살아가는 농민들의 생활을 대변하는 그림이다. 고흐는 급기야 프랑스의 시골 마을 '아를(Arles)'로 들어가서 농민들의 정직한 삶을 감동적으로 표현하는 일에 그의 삶을 불태웠다. 고흐 자신은 고독함 속에서 발작과 파경을 맞았지만 그가 그린 그림들, 특히 <아를의 별이 빛나는 밤>과 그것을 생 레미 병원에서 추억하면서 그린 <별이 빛나는 밤(The Starry Night)>은 백여 년 동안 사람들의 가슴 속에 영원히 잊지 못하는 별처럼 빛나는 명작이 되었다.

인간이 흙을 밟지 않고 아스팔트를 밟고 살게 되면서 점점 정직한 열매와 멀어지는 것이 아닐까· 정직한 흙의 철학이 없기 때문에 쉽게 돈을 벌려고 한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돈을 벌려고 한다. 일확천금을 꿈꾼다. 대학생들은 일찌감치 다단계 비즈니스에 빠져들어 인생을 망가뜨리고 있는데도 어느 누구도 올바른 가치관을 세워주지 않는다. 그 와중에서 온갖 범죄가 난무하는 것이 세상이다.

농부의 자본은 또한 씨앗이다. 씨앗 속에는 생명이 있다. 씨가 곧 생명이다. 수확의 계절에 농부에게 오롯이 열매를 가져다 줄 것은 이 씨앗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건강하고 튼실한 씨앗을 고르는 일이 중요하다. 가난했던 옛날에는 종자 씨앗을 다음 해 파종(播種) 시기까지 보관하는 일이 중요한 관건이었다. 왜냐 하면 기나긴 겨울이 지나고 봄이 오면 춘궁기라 먹을 것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종자 씨앗을 보존하려는 농부는 배고파 우는 아이들을 보면서 못내 가슴이 찢어진다. 심지어 그 종자 씨앗이 줄어들거나 손상되지 않도록 품에 안고 잠들기도 했다. 그것을 고대 구약 성서에서는 이렇게 표현했다. "눈물을 흘리며 씨를 뿌리는 자는 기쁨으로 거두리로다 울며 씨를 뿌리러 나가는 자는 반드시 기쁨으로 그 곡식 단을 가지고 돌아오리로다"(시편 126:5~6). 자식들을 먹이지 못해 가슴이 찢어지지만 그 슬픔과 고통을 이기고 씨를 뿌려 놓으면 또 다시 그 해에 온 가족이 먹을 곡식을 거두는 환희를 얻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결국 농부가 가슴에 품은 씨앗은 가족을 향한 눈물겨운 사랑이다. 흙을 자본으로 하여 정직하고 부지런하게 살아가는 모든 이들의 가슴 속에는 사랑의 씨앗, 곧 생명이 존재한다. 사랑과 생명을 파괴하는 것이 일확천금을 바라는 욕심이다. 그래서 파우스트가 부귀영화를 위하여 자기 영혼을 팔았다는 것은 욕심에 의하여 생명을 파괴한 행위에 다름이 아닌 것이다. 조용히 물어본다. 가슴에 사랑의 씨앗을 품고 있는가· 진실로 생명을 사랑하는가· 내 속에 있는 생명을 파괴하려는 욕심과 유혹의 지배를 용납하고 있지는 않는가· 이 봄에 '파종하는 농부'의 마음으로 살아가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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