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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기연

음성문인협회장

숨죽이고 지켜본다. 마지막 관문을 무사히 통과하기까지 어느 것 하나도 허투루 할 수 없다. 긴장되고 떨리는 순간이다. 교수님의 손끝에 나무로 새긴 도장이 있다. 잘 찍힐 수 있도록 두꺼운 판을 깔아 드리고, 찍은 후 번지지 않도록 포스트잇을 준비해서 집중한다.

도장은 보통 인장(印章)이나 도장(圖章)이라 쓰는데, 서명이나 인증의 의미다. 내가 가진 도장은 오래전에 중국에서 새겨 온 것과 흔히 막도장이라 불리는 나무 도장이 전부다. 은행 거래도 신분증과 서명으로 하다 보니 쓸 일이 거의 없다. 계약서를 쓸 때도 서명할 수 있기에 도장을 가지고 다니지 않는다. 어디에 있는 지도 기억에 없을 정도로 무용지물로 변해버린 물건이다. 그런데 도장이 지닌 위력은 대단했고, 가치 있는 물건임을 새삼 발견했다.

지난 학기에 동기들이 모두 졸업하고 혼자 논문을 쓰는 일이 쉽지 않았다. 혼자 남았다는 두려운 마음이 '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던지며 자신감을 잃게 했다. 다행히 지도교수님이 이끌어주고 박사 선배의 도움으로 시작을 할 수 있었다. 논문 계획을 세우고, 자료를 찾아 연구를 진행하기까지 1년이 걸렸다. 그런데 그 과정보다 더 힘들었던 것은 논문을 제출하고 심사를 받는 일이었다.

박사 논문을 제출하고 1차 심사를 받은 후 수정 사항을 보완해서 심사위원들의 피드백을 기다렸다. 피드백이 바로 있을 줄 알았던 예상과 달리 연말연시로 인해 기다리는 시간이 길어졌다. 기다림과 불안 속에서 초조함이 극에 달했다. 1월 초 예정되어 있던 여행을 고심 끝에 하루 전 취소했다. 금전적인 손해는 있었지만 지금 생각해도 현명한 선택이었다. 두 가지를 모두 하려니 조급하고 심란했는데 결정 후에는 차분하게 기다리며 휴식을 즐겼다.

마지막 고비는 심사위원들의 도장을 받는 일이었다. 최종 논문을 제출하고 승인을 받은 후 다섯 분의 심사위원분들을 뵈러 갔다. 지역이 달랐기에 약속을 정한 후 괴산, 청주, 서울로 길고 긴 여정의 마침표를 찍었다. 모든 분의 도장을 받기까지 한시도 마음을 놓을 수 없었다. 행여 동티라도 날까 봐 조바심이 났고 매 순간 긴장되었다.

심사위원분들의 행동은 진중했다. 행여라도 삐뚤어질까 봐 자세를 바로잡고 손끝에 무게감을 실어 바르게 찍은 후 숨을 멈춘 듯 한참을 눌렀다. 비로소 논문이 완성되었다. 선명하게 찍힌 붉은 인증을 지켜보는 내내 마음이 울컥한다. 지금까지 이 길을 가기 위해 흘린 땀과 눈물, 노력을 인정받은 선물이다. 학문적 탐구의 결과가 더 깊이 있고, 가치 있는 연구가 될 수 있도록 쓴소리하며 수차례 의견을 주신 교수님이 떠오른다. 심사위원분들의 책임과 권위가 새겨진 도장이 귀해진 까닭이다.

서랍 깊숙이 넣어 둔 도장을 찾아본다. 한참 만에 도장집에 있는 두 개를 발견한다. 도장이 찍히기까지의 시간은 나를 한 단계 성장시킨 소중한 경험이었다. 끊임없이 나를 돌아보고 갈등하며 흔들렸다. 인생 최대의 값진 도장, 내게도 주어진 책임이며 하나의 문을 열고 더 넓은 세상으로 나아갈 수 있는 상징이다.

나는 종종 심사위원들이 의식을 치르듯 찍던 그 도장을 떠올린다. 빨간 인주에 자국을 남기며 인정의 증표를 새겨주셨다. 함부로 다루면 안 되는 물건이며, 나를 대표하고 책임을 다하겠다는 표시다. 흐트러짐 없이 찍힌 도장이 볼수록 붉게 빛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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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경순 인구보건복지협회 세종충북지회장 인터뷰

[충북일보] 지난 1961년 출범한 사단법인 대한가족계획협회가 시초인 인구보건복지협회는 우리나라 가족계획, 인구정책의 변화에 대응해오며 '함께하는 건강가족, 지속가능한 행복한 세상'을 위해 힘써오고 있다.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조경순 인구보건복지협회 충북세종지회장을 만나 지회가 도민의 건강한 삶과 행복한 가족을 지원하기 위해 하고 있는 활동, 지회장의 역할, 앞으로의 포부 등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 봤다. 조경순 지회장은 "인구보건복지협회 충북세종지회는 지역의 특성에 맞춘 인구변화 대응, 일 가정 양립·가족친화적 문화 조성, 성 생식 건강 증진 등의 활동에 앞장서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자신의 33년 공직 경험이 협회와 지역사회의 협력 네트워크를 강화하는 일에 도움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충북도 첫 여성 공보관을 역임한 조 지회장은 도 투자유치국장, 여성정책관실 팀장 등으로도 활약하고 지난 연말 퇴직했다. 투자유치국장으로 근무하면서 지역의 경제와 성장에 기여했던 그는 사람 중심의 정책을 통해 충북과 세종 주민들의 행복한 삶과 건강한 공동체를 만드는 일에 참여할 수 있다는 점에 비상임 명예직인 현재 자리로의 이동을 결심했다고 한다. 조 지회장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