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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기연

음성문인협회장

카페 창가에 앉아 가을을 만끽하며 걷는 이들을 바라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여러 편의 소리 없는 연극을 보는 것처럼 그들의 관계를 설정하고, 혼자만의 상상을 펼친다. 그러다가 연인으로 짐작되는 두 사람의 모습에 시선을 고정한 채 따라간다. 노란 은행나무길을 걷고 있는 젊은 연인의 뒷모습이 아름답다.

우연히 KBS의 보도특집 기획으로 고령화 시대에 달라진 황혼 문화에 대해 보게 되었다. 2005년 세계 최초로 초고령사회가 된 일본의 사례였는데, 예사로 흘려들을 수만은 없었다. 고령사회의 고독사나 고립에 대한 문제는 우리나라도 예외 없이 겪는 현실이 되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문제의 해결 방안으로 자리 잡은 어르신들의 교류와 황혼 연애에 관한 내용이었다.

도쿄의 한 연회장에 남녀 십여 명이 10분에 한 번씩 새로운 상대와 대화하며 맞선을 보는데, 참가자의 나이는 모두 70~80대다. 결혼정보회사에서 주최하는 자리다. 우리 돈 100만 원 안팎의 가입비와 참가비는 별도지만, 맞선 대부분이 만석이라고 한다. 100세 인생을 사는 시대에서, 남편이 죽고 자식들이 떠난 노후의 인생을 외롭게 살기보다는 즐기면서 살고 싶다는 사람들이 많아진 방증이다. 지역 사회에서도 다양한 문화 프로그램에서 고령층의 자연스러운 교류의 장을 만들고 있다고 한다. 또한, 젊은이들의 데이트 장소가 있듯이, 도쿄 북쪽 스가모에 조성된 노인특화거리는 황혼 연인들의 만남의 장소로 인기가 많다. 연회장에서 맞선을 보며 대화를 나누는 주름진 얼굴에 웃음이 끊이질 않는다.

오래전 '그대를 사랑합니다'를 본 적이 있다. 이 영화는 네 명의 노인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데, 두 갈래로 나뉜다. 하나는 귀먹은 욕쟁이 할아버지 만석과 폐지 줍는 할머니 송이뿐과의 관계를 나타낸다. 만석 할아버지와 송이뿐 할머니가 서로의 외로움을 채워가며 새롭게 시작하는 사랑을 보며 늙어도 사랑은 사라지지 않는다고 느꼈다. 특히 초로의 나이에 "그대를 사랑합니다"라고 고백하는 만석 할아버지를 보면서 뭉클해졌다. 대중가요의 가사처럼 '내 나이가 어때서'를 보여주듯 사랑 고백하는 장면이 잊히지 않는다.

또 다른 하나는 치매를 앓고 있는 순이와 그녀를 지극정성으로 돌보는 남편 장군봉의 이야기다. 아내가 치매와 불치병에 걸리자 세상을 함께 떠날 결심을 한다. 군봉은 아내와 동반 자살을 선택하고, 만석에게 그 사실을 자식들에게 숨겨달라고 편지를 남긴다. 아내에 대한 지고지순한 사랑의 결말로 죽음을 선택한 군봉 할아버지의 표정이 오래도록 기억에 남았다. 서로 의지하며 살던 부부가 한 사람을 떠나보내고 남은 생을 살아가면서 겪는 상실감을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

사랑이 젊은 청춘 남녀의 전유물이 아닌 나이와 상관없이 누구나 할 수 있는 아름다운 일임을 알게 해준 영화다. 노인의 삶은 병마와 싸우고, 외로움과 싸우면서 점점 죽음에 다가서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사랑의 세포마저 늙고 병든 것은 아니다. 황혼기에 새로운 인연을 만나서 설렘의 감정을 느끼고, 말벗하면서 활기 있게 여생을 보낼 수 있다.

가을날, 젊은 남녀의 뒷모습이 멀어지고 있다. 그 뒤를 느린 걸음으로 황혼의 연인이 마주 보며 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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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경순 인구보건복지협회 세종충북지회장 인터뷰

[충북일보] 지난 1961년 출범한 사단법인 대한가족계획협회가 시초인 인구보건복지협회는 우리나라 가족계획, 인구정책의 변화에 대응해오며 '함께하는 건강가족, 지속가능한 행복한 세상'을 위해 힘써오고 있다.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조경순 인구보건복지협회 충북세종지회장을 만나 지회가 도민의 건강한 삶과 행복한 가족을 지원하기 위해 하고 있는 활동, 지회장의 역할, 앞으로의 포부 등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 봤다. 조경순 지회장은 "인구보건복지협회 충북세종지회는 지역의 특성에 맞춘 인구변화 대응, 일 가정 양립·가족친화적 문화 조성, 성 생식 건강 증진 등의 활동에 앞장서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자신의 33년 공직 경험이 협회와 지역사회의 협력 네트워크를 강화하는 일에 도움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충북도 첫 여성 공보관을 역임한 조 지회장은 도 투자유치국장, 여성정책관실 팀장 등으로도 활약하고 지난 연말 퇴직했다. 투자유치국장으로 근무하면서 지역의 경제와 성장에 기여했던 그는 사람 중심의 정책을 통해 충북과 세종 주민들의 행복한 삶과 건강한 공동체를 만드는 일에 참여할 수 있다는 점에 비상임 명예직인 현재 자리로의 이동을 결심했다고 한다. 조 지회장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