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름많음동두천 17.6℃
  • 맑음강릉 20.3℃
  • 구름많음서울 18.2℃
  • 구름조금충주 17.0℃
  • 맑음서산 18.6℃
  • 맑음청주 18.1℃
  • 맑음대전 18.5℃
  • 구름조금추풍령 19.0℃
  • 맑음대구 19.0℃
  • 맑음울산 20.0℃
  • 맑음광주 18.4℃
  • 맑음부산 19.1℃
  • 맑음고창 18.4℃
  • 맑음홍성(예) 18.0℃
  • 맑음제주 21.3℃
  • 맑음고산 18.8℃
  • 구름많음강화 15.3℃
  • 구름조금제천 17.2℃
  • 구름조금보은 17.3℃
  • 구름조금천안 17.8℃
  • 맑음보령 18.9℃
  • 맑음부여 18.7℃
  • 맑음금산 18.1℃
  • 맑음강진군 18.7℃
  • 구름조금경주시 20.7℃
  • 맑음거제 19.7℃
기상청 제공

최근기사

이 기사는 0번 공유됐고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웹출고시간2023.10.19 15:57:12
  • 최종수정2023.10.19 15:57:12

한기연

마치 달팽이 껍질에 동승해 올라가고 있는 기분이다. 나선형으로 완만한 길 따라 남한강 절벽 위에 세워진 만천하 스카이 워크를 걷는다. 말굽형의 만학천봉 전망대에 세 손가락 형태의 돌출 부분이 보인다. 유리를 통해 발밑에 흐르는 남한강을 내려다볼 수 있는 곳이다. 거기까지는 무리라 데크에 서서 아래를 훔쳐본다. 좋다. 가을 하늘과 바람이 닿는 햇빛이 쏟아진다. 사람 구경하는 재미까지 쏠쏠하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이완된다. 긴장하고 실수하며 헤맸던 지난 두 달의 시름을 덜어내기에 최적의 공간이다. 업무적인 일도 거듭되는 시행착오로 인해 힘들었지만, 사람으로 인한 상처가 깊게 남아 있다. 상대방은 화를 내고 돌아서면 그뿐이었을 테지만, 종국에는 내 탓으로 귀결되어 자존감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흑과 백이 분명하지 않고 결단력 없는 성격과 '착하다'라는 타인의 시선에 눈치 보며 살아온 인생이 모두 거부당한 기분이었다. '착하다'라는 한 마디에 기분 좋게 양보하고, 솔직하지 못한 성격이 '바보 같다'라는 비난으로 꽂혔다.

단양의 아름다운 풍경과 시원한 물줄기가 내면의 찌꺼기를 수면 위로 끌어 올린다. 자연이 주는 치유의 힘을 새삼 느낀다. 충북 문학인대회 장소로 찾아온 이곳에서 주저앉은 나를 다시 세운다. 인생에서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사랑하는 것이 얼마나 중한 것임을 잊고 있었다.

홀가분한 마음으로 하루를 즐기고 일정이 끝난 후, 숙소로 돌아와 회원끼리 모여 뒤풀이를 이어갔다. 해마다 하는 행사지만, 이번처럼 재미있게 참여한 건 오랜만이다. 거기에 더해 새벽 1시까지 화장을 지운 민낯으로 별일 아닌 얘기에 박장대소하며 함께 밤을 보낸다는 것도 획기적이다. 방주인이 사회자가 되어 순서를 이어 갔고 내게 건배를 재촉한다. 평범한 문구로 술잔을 부딪치며 화합을 다진다. 이런 기회가 오랜만이라 서로 돌아가며 건배가 이어졌다. 그때 '청바지'라고 외치는 목소리가 들린다. '청춘은 바로 지금.' 많이 들었던 줄임말인데 새롭게 다가온다.

세계적인 명문대학 영국 옥스퍼드대학에 있는 해시계에 새겨진 문구를 읽는다. '내 바늘이 드리우는 그림자가 미래와 과거를 나눈다. 아직 오지 않은 미래는 어두움 속 당신의 능력이 미치지 않는 곳에 서 있다. 그리고 돌아오지 않는 선 뒤로 사라진 과거는 더 이상 당신의 것이 아니다. 단지 하나의 시간만이 당신 손안에 지금 있다. 현재란 바로 그림자가 멈춘 그곳이다. '이 글을 다시 한번 읽으니 체온이 1도 상승한다. 과거는 이미 사라지고 후회해 봐야 소용없다. 시곗바늘을 되돌린다 해도 돌아오지 않는 과거일 뿐이다. 과거로 돌아가서 시작을 바꿀 수는 없다. 하지만 지금부터 시작해 미래의 결과를 바꿀 수는 있다'는 클라이브 루이스의 말처럼 미래는 내 몫이다.

바보처럼 느껴지는 '착하다'는 성격과 지금까지 나를 지탱한 성품을 바꿀 수 없다면 그대로 받아들이고 내일은 조금 더 주인 역할을 잘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다. 역사가 과거, 현재, 미래를 모두 담고 있듯이 인생도 그러하다. 1초도 허투루 할 수 없는 가장 중요한 순간이 지나간다.
이 기사에 대해 좀 더 자세히...

관련어 선택

관련기사

배너

배너


Hot & Why & Only

실시간 댓글


배너

매거진 in 충북

조경순 인구보건복지협회 세종충북지회장 인터뷰

[충북일보] 지난 1961년 출범한 사단법인 대한가족계획협회가 시초인 인구보건복지협회는 우리나라 가족계획, 인구정책의 변화에 대응해오며 '함께하는 건강가족, 지속가능한 행복한 세상'을 위해 힘써오고 있다.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조경순 인구보건복지협회 충북세종지회장을 만나 지회가 도민의 건강한 삶과 행복한 가족을 지원하기 위해 하고 있는 활동, 지회장의 역할, 앞으로의 포부 등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 봤다. 조경순 지회장은 "인구보건복지협회 충북세종지회는 지역의 특성에 맞춘 인구변화 대응, 일 가정 양립·가족친화적 문화 조성, 성 생식 건강 증진 등의 활동에 앞장서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자신의 33년 공직 경험이 협회와 지역사회의 협력 네트워크를 강화하는 일에 도움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충북도 첫 여성 공보관을 역임한 조 지회장은 도 투자유치국장, 여성정책관실 팀장 등으로도 활약하고 지난 연말 퇴직했다. 투자유치국장으로 근무하면서 지역의 경제와 성장에 기여했던 그는 사람 중심의 정책을 통해 충북과 세종 주민들의 행복한 삶과 건강한 공동체를 만드는 일에 참여할 수 있다는 점에 비상임 명예직인 현재 자리로의 이동을 결심했다고 한다. 조 지회장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