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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기연

음성문인협회장

하얀색 울타리에 넝쿨 진 붉은 장미꽃이 선명하다. 걸음을 잠시 멈추고 그 앞에 선다. 꽃잎 하나하나가 모여 탐스러운 꽃 한송이가 되고 초록의 잎사귀가 어울려 피어 있다. 저 혼자 잘났다고 핀 것이 아닐게다.

아파트 주변 도로가 통제되었다. 마을 하나를 새로 짓는 것처럼 곳곳에 천막이 쳐지고 공간이 구성된다. 사는 집에서 내려다봐도 훤히 보이는 축제장이다. 공사감독관처럼 매일 매일 준비과정을 지켜본다. 여러 사람이 모이면 못할 것이 없다더니 자고 나면 도깨비방망이를 두드린 것처럼 변하는 모습이 신기했다. 남다른 애정을 가진 품바 축제가 시작되었다.

벌써 25년 전 일이다. 신자는 아니지만, 성경의 한 구절인 '시작은 미약하나 끝은 창대하리다'라는 말이 불현듯 떠오른다. 예산이 없어서 예총 회원들이 총출동되었다. 낮에는 생활전선에서 열심히 일하고 밤에는 협회별로 바빴다. 어느 협회는 난타를 얼마나 열심히 연습했는지, 공연할 때 관객들의 박수가 끊이지 않았다. 내가 속해 있는 문인협회 회원들은 축제를 앞두고 저녁마다 예총에 모여 품바 옷을 만들었다.

얼굴에 거지 분장을 하고 누더기를 입고 무대에 올랐다. 찌그러진 깡통을 옆에 차고 네 살배기 큰아들과 함께였다. 창피한 줄 모르고 당당하게 걷고 무대 위에서 내재한 끼를 발산했다. 품바 패션쇼 무대에 올라서 한 편의 단막극처럼 연기를 보여주기도 하고 신명 나게 놀았다. 그때는 '거지 축제'라고 불리며 품바 축제가 시작된 의미에는 아무 관심이 없었다. 그런 사람들을 만나면 내 일처럼 해명하듯 의미에 대해 열변을 토했다.

자신도 굶주리면서 얻어 온 음식을 나누어주고 사랑과 봉사를 몸소 행한 꽃동네 故최귀동 할아버지의 숭고한 정신이 품바 축제에 담겼다. '거지 축제'라는 오명을 벗고 사랑과 나눔의 축제로 사람들에게 인식되기까지 다양한 노력이 있었다. 홀몸노인과 노숙자를 잊지 않고 함께 하는 방법을 모색하고, 천인의 비빔밥을 나누며 관광객과 정을 나눈다.

품바는 중·장년층만 즐기는 문화라는 고정관념을 깨뜨리고 품바래퍼캠프를 열어서 청소년들을 축제장으로 불러 들였다. 또한, 인근 대학교 학생들이 축제장 곳곳을 누비며 포즈를 취해 전국에서 모여든 사진작가의 모델이 되기도 하면서 한층 젊어진 축제 분위기가 됐다.

거지 옷을 만들기 위해 늦은 밤까지 모이던 회원들, 예총 상황실을 당번제로 지키던 일, 비빔밥을 만들기 위해 재료를 준비하며 왁자지껄 웃던 소리, 이제는 사라진 풍경이다. 지금은 그전처럼 회원들이 발 벗고 직접 뛰지 않아도 돈을 주고 전문가에게 맡기면 된다. 그러나 아직도 우리가 할 일은 많다. 품바 축제는 예총 회원이 힘을 모아 시작한 축제이다. 여전히 회원들은 협회별로 맡은 역할을 열심히 참여하며 해내고 있다.

올해 축제의 슬로건은 '품바, 스물다섯 살 청춘이 되다'이다. 인생에서 가장 아름다운 청춘이 붉은 장미꽃처럼 흐드러지게 피었다. 청춘의 시간이 있기까지 '예술'로 뭉친 회원들의 열정이 있었다. 어우러져 피어 있어 더욱 아름다운 꽃처럼 함께 하기에 힘들어도 이겨내고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 잔치판은 이미 벌어졌으니 누구나 와서 즐기면 그뿐이다. 아울러 주위를 둘러보고 축제에서 받은 사랑과 나눔을 되새길 수 있는 시간이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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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경순 인구보건복지협회 세종충북지회장 인터뷰

[충북일보] 지난 1961년 출범한 사단법인 대한가족계획협회가 시초인 인구보건복지협회는 우리나라 가족계획, 인구정책의 변화에 대응해오며 '함께하는 건강가족, 지속가능한 행복한 세상'을 위해 힘써오고 있다.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조경순 인구보건복지협회 충북세종지회장을 만나 지회가 도민의 건강한 삶과 행복한 가족을 지원하기 위해 하고 있는 활동, 지회장의 역할, 앞으로의 포부 등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 봤다. 조경순 지회장은 "인구보건복지협회 충북세종지회는 지역의 특성에 맞춘 인구변화 대응, 일 가정 양립·가족친화적 문화 조성, 성 생식 건강 증진 등의 활동에 앞장서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자신의 33년 공직 경험이 협회와 지역사회의 협력 네트워크를 강화하는 일에 도움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충북도 첫 여성 공보관을 역임한 조 지회장은 도 투자유치국장, 여성정책관실 팀장 등으로도 활약하고 지난 연말 퇴직했다. 투자유치국장으로 근무하면서 지역의 경제와 성장에 기여했던 그는 사람 중심의 정책을 통해 충북과 세종 주민들의 행복한 삶과 건강한 공동체를 만드는 일에 참여할 수 있다는 점에 비상임 명예직인 현재 자리로의 이동을 결심했다고 한다. 조 지회장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