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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기연

음성문인협회장

빗소리가 들린다. 잠결에 창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깨어난 후 다시 잠들지 못하고 자정을 넘긴다. 복잡한 심경에 울리는 '두두둑'소리에 정신이 또렷해진다.

추석 연휴에 밀린 일을 여유 있게 처리하려는 계획이 무산됐다. 2년여 만에 차례 음식을 준비하고 명절다운 명절을 보냈다. 그러다 보니 연휴 마지막날이다. 9월은 다른 어느 때보다 빠르게 시간이 가고 있다. 명절이 지나면 보름밖에 남지 않았다.

'위드 코로나'로 접어들면서 그동안 하지 못했던 행사며 축제가 곳곳에서 열리고 있다. 불안하지만 활기찬 일상의 한 부분을 차지하는 떠들썩한 축제가 기대된다. 음성에서도 며칠 뒤면 축제가 시작된다. 축제장을 알리는 아치가 입구에 세워지고, 프로그램을 알리는 대형현수막이 현장에 걸렸다. 벌써 잔치판이 벌어진 것처럼 사람들의 관심이 쏠린다. 거리에 걸린 깃발과 현대적 디자인의 품바가 그려진 현수막이 마음을 흔든다.

내가 맡은 단체에서는 의상체험과 교복체험을 운영한다. 올해로 스물세 번째 열리는 이 축제는 각별하다. 민간단체인 예총이 주도적으로 이끈 지역축제다. 지금이야 사랑과 나눔을 실천하는 정신축제로 알려졌지만, 처음 시작할 당시에는 '거지 축제'라는 곱지 않은 시선을 받으며 발로 뛰었다. 적은 예산으로 행사를 해야 했기에 회원들이 직접 품바 옷을 깁고, 비빔밥을 만들어 사람들에게 나누어줬다. 그뿐 아니라 품바 분장을 하고 어린 아들에게 깡통을 들려 함께 무대에 오르기도 했다. 폐자재를 이용한 난타 공연팀은 낮에는 일하고 밤에 모여 연습한 실력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끼로 뭉친 그 팀은 지금 생각해도 최고다.

연휴로 인한 공백이 초조하다. 정전상태인 듯 일이 멈췄다. 준비해야 할 것은 많은데 관련 업체에 의뢰해야 하는 일이라서 쉴 수밖에 없다. 품바 축제에서 맡은 임무보다 더 직접적으로는 충북지역 문인들의 축제가 그 기간에 열린다. 일복이 많은 건지 단체장이 되자마자 자체 행사도 치르고, 지역마다 순회하여 열리는 문학인대회가 음성 차례였다. 손님을 초대하는 주인 입장이라 신경 쓸 일이 많았다. 대회장부터 기념품까지 몇 달 전부터 머릿속을 지배한다.

선물로 줄 천연비누를 만들고, 음성 이야기를 책으로 엮는 작업은 시일이 오래 걸렸다. 동분서주하며 보낸 여름은 빠르게 지나갔다. 축제의 꽃 거리퍼레이드가 열리는 토요일에 문학인의 잔치도 판을 벌인다. 품바 축제에서 맡은 담당도 책임감있게 해내고, 주관해서 치르는 문학 축제도 잘하고 싶다. 축제는 공동체적 동질감을 형성하고 강화하는 기능이 있다. 지역주민이 함께 참여하여 만들어 가는 과정을 통해서 구성원들 사이의 유대감을 형성하고 정신적 가치를 공유할 수 있는 좋은 장이다. 일상을 떠나 자유와 휴식을 경험하게 하는 장이 되어 준다. 또한, 공동의 가치 속에서 자기 존재의 의미를 확인시키고, 억눌린 감정을 건강하게 승화시키며, 축제 그 자체로 인간 삶의 존재 의미를 발견하게 된다.

공백을 깨고 다시 시작되는 축제를 준비하며 처음을 떠올린다. 사람들과 부대끼며 공유하는 시간을 몸으로 즐겼다. 그런데 최근 몇 년은 주변인으로 방관했다. 당연히 축제나 문학대회에 참가해도 재미가 없었다. 선을 긋고 즐기지 못한 내 탓이다. 역지사지라던가· 주인으로 모든 걸 준비하면서 그동안의 자신을 성찰해본다. 열심히 준비한 무대에서 모두가 주인공으로 한바탕 즐기길 바랄 뿐이다.

마치 축제의 서문을 여는 북소리처럼 여전히 빗소리가 창문을 두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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