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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기연

음성문인협회장

한강을 따라 걸으면서 편안함을 느낀다. 남편이 이렇게 오랫동안 서울에 머물 수 있는 이유는 근처에 한강이 있어서 언제든 답답함을 풀 수 있기 때문일 터이다. 많은 사람이 한강을 따라 조깅을 하고 중간중간 놓여 있는 의자에 앉아서 흐르는 강물을 하염없이 바라보기도 한다. 자전거도로도 있어서 자전거를 타는 사람도 많이 보인다. 서울 중심부를 흐르는 강물이 도시의 삭막함을 촉촉이 적신다.

토요일 저녁에 예정된 시댁 조카 결혼식을 핑계 삼아 한 달 전부터 서울로의 휴가를 계획했다. 다행히 예식장이 큰아들 사는 집과도 가까웠다. 금요일 저녁에 올라가면서 3박 4일간 먹을 양식과 이불까지 챙겼다. 서울에서 네 번째 이사한 집은 한강 근처 재개발 주택으로 허름했다. 그런데 그 집에서 자신만의 공간을 만들고 싶었는지 큰 비용을 들였다. 세입자로서 돌려받지 못할 돈을 쓰는 것이 탐탁지 않았으나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동안 발품 팔아 비교적 싼 월셋집을 살았던 알뜰함을 알기에 내버려 두었다.

낡은 나무 창문틀과 문짝을 상아색으로 칠하고 장판과 도배를 했다. 돈이 조금 모자란다기에 보태주었다. 2층에 살림집이 있어서 옥상은 아들의 전용 공간이 되었다. 옥상에서 조명을 켜고 한강을 바라보며 고기 파티를 했다. 서울에서 누구나 꿈꾸는 주거지, 나름 한강이 보이는 전망이다. 한강이 바로 앞에 있어서 운동하러 수시로 갈 수 있는 것도 집을 정하는데 한몫했으리라. 주택이라 예전에 살았던 시골집처럼 틈으로 찬바람이 들어왔다. 이곳으로 이사해서는 음식을 해 먹지 않아서 밥솥도 없었고, 양념도 없다. 내가 가져온 살림살이가 구석구석 보인다. 아들의 공간이 무너졌다. 자신만의 삶의 방식과 공간이 흐트러지는 걸 말없이 보면서, 집에 갈 때 그대로 가져가라며 애써 침착하게 대응한다.

과연 집이란 어떤 곳일까? 돌이켜보니 내가 결혼해서 아이들이 태어나고 새로운 가족이 생기고부터는 친정집도 불편해했었다. 옛말에 '다 쓰러져가는 집도 내 집이 편하다'라는 말은 친정엄마도 예외가 아니었다. 지난주 친정엄마를 집으로 모셔와 점심을 챙겨드리고, 오후에 병원에 가시기 전까지 우리 집에 계시라고 했다. 그런데 식사를 하자마자 집에 데려다 달라고 하신다. 가벼운 치매증세가 있으셔서 병원 시간을 잊을까 봐 여러 번 말씀드려도 고집을 꺾을 수가 없어서 결국은 집에 모셔다드렸다. 아무리 딸네라고 해도 본인 집만큼 편하지 않나 보다.

지난 나흘간 우리가 머물었던 흔적이 빨랫감으로 수북이 쌓였다. 월요일 아침, 아들은 출근하면서 '아무것도 남기지 말고 양념통도 잘 챙겨가'라며 치우지 말라는 말도 덧붙였다. 귓등으로 흘려듣고 청소를 했다. 주방에서 올 때 가져왔던 양념통과 남은 음식을 담았다. 가스레인지에 기름때를 말끔히 닦고, 그릇에 물기를 닦아 서랍장에 넣었다. 마지막으로 빨래를 세탁기에 넣고 돌리려는데 전원이 켜지지 않는다. 이리저리 해 보니 화장실 불을 켜야 세탁기가 작동됨을 겨우 알아내고 세탁 후 건조대에 널었다.

내 집보다 몇 곱절 힘들게 쓸고 닦았더니 온몸에 기운이 없다. 이제 다른 집에 사는 아들을 완벽하게 독립시켜야 하나 보다. 낡은 대문이 쇳소리를 내며 닫힌다. 이제 그만 우리 집으로 가서 다리 뻗고 자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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