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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기연

음성문인협회장

물 한잔을 단숨에 들이킨다. 예기치 않은 긴 통화로 갈증이 났다. 처음에는 열정적이고 적극적이어서 '잘 됐다'라고 내심 좋아했었는데 만남이 이어질수록 의욕이 과다하게 넘쳐서 말을 할수록 꺼려진다. '나도 저런 때가 있었을까·' 자꾸만 되돌아보게 하고 피곤해지면서 섣불리 일을 맡기지 못하는 상태이다.

며칠 전 아는 분이 밖에서 점심을 먹자며 전화하셨다. 다음 수업이 있어서 시간이 없었지만, 속상해하고 계셔서 따뜻한 밥 한 끼라도 사 드리려고 만났다. 마주하자마자 서운한 속내를 털어놓으셨다. 직원들 간에 회식처럼 밥을 먹는 일이 몇 번 있었고 그때마다 본인에게만 연락을 안 해서 기분이 언짢았다고 한다. 그런데 오늘 또 그런 일이 있고 보니 눈물이 나더란다. 본인은 함께 먹자고 해도 나갈 상황이 안 되겠지만, 연락조차 하지 않은 것에 대해 배신감마저 느끼고 있었다.

문득 상대방의 지나친 배려로 인해 생긴 일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스쳤다. 나를 만나는 사람들마다 흔하게 하는 말이 '바쁘시죠·'이다. 그러면 '아니요, 괜찮아요.'라고 대답한다. 요즘은 직업이 있든 없든 누구나 바쁘기는 매한가지다. 나 또한 바쁘지만, 그 대답이 꺼려진다. 전에 한 번 내가 하고 싶은 일이 있었는데, 상대방은 나를 배려한다며 제외해버렸다.

그 일이 있었던 후로 상대방을 위한다며 단정 짓는 지나친 배려는 금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비단 배려뿐 아니라 사랑도 그러하고 세상 이치가 그러함에도 넘치는 것이 화근이다.

컵에 물을 따르다가 실수로 넘치게 부었다. 물을 닦으며 지인이 들려준'계영배'를 떠올렸다. 중국 고대에 만들어진 '계영배'라는 술잔 모양의 그릇이 있다. 보통 잔과 비슷해 보이지만, 중심에 기둥이 하나 서 있다. 중심 기둥은 잔 다리와 일직선상에 배치되어 있으며, 기둥뿌리와 잔 다리 바닥에는 구멍이 하나씩 있다. 이 그릇은 '가득참을 경계하는 잔'으로 그릇에 술이나 물을 부어 70% 이상 채워지면 모두 밑으로 흘러가도록 만들어졌다.

지나친 욕심을 경계해야 한다는 의미를 지녀 고대 중국에서 하늘에 정성을 들이며 만들어졌던 '의기'(儀器)에서 유래됐다고 한다. 또한 조선시대 최고의 거상인 임상옥은 이 계영배에 '가득 채워 마시지 말기를 바라며 너와 함께 죽기를 바란다.'라는 '戒盈祈願 與爾同死(계영기원 여이동사)' 문구를 새겨 넣고 항상 자신의 욕심을 다스렸다고 한다.

가득 채울수록 아래로 떨어져 비워내는 '계영배'는 과유불급(過猶不及)의 가르침을 주는 잔이다. 지나온 삶을 반추해보니 지나치게 채우려는 마음이 앞서 실수도 잦았고, 후회도 많았다.

세상일에 대한 열정도 상대방이 부담을 느끼면 해가 될 수 있고, 사랑하는 마음과 행동 또한 지나치면 범죄로까지 치부될 수 있는 게 요즘 현실이다. 적정선을 지키는 것이 어렵다면 오히려 모자란 것이 서로의 관계를 위해서 더 좋은 것일지도 모르겠다.

만족할 줄 모르는 나 자신과 타인의 영역 침범으로 정신이 피폐해졌다. 버리고 비우는 일이 쉽지 않아서 몸에 맞지 않는 옷도 몇 년째 그대로다. 이참에 내 삶의 지표를 심도 있게 고민해 봐야겠다. 컵에 가득 찬 물을 조심스레 들어서 마셨다. 7할만 채우는 '계영배'의 가르침을 새기고 마음을 다스리며 호흡을 가다듬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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