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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우연

시인

이남박; 버스정류장 옆 보도블록에서 발견

둥글게 휜 몸을 웅크려 담고 살던

나물 팔던 할머니의 집

바리때; 절해고도 송광사의 암자

앉아 후박나무를 바라보던 의자, 그 옆에서 발견

제 한 육신 기거하며 면벽하다 열반한 노승의 집

종지; 서울특별시 00동 쪽방촌 골목에서 무더기로 발견

살아내기가 쇠솥과 같고, 고독하기가 대접만 한 새들의 집

조류학계는

유독 정갈하고 단출한 끼니를 먹고 살다간

어느 새들의 주거 습성을 "새집 증후군"이라 보았다

우리여, 새집 증후군을 더 앓고 살아야 하지 않겠나!

-「새집 증후군」 전문

위 시는 그릇에 관한 시면서 집에 관한 시이다. 무성하던 잎이 떨어져 앙상하게 드러난 나뭇가지에 걸린 새집을 보고 있노라면 빈 그릇 같다는 생각이 들곤 했다. 밥그릇을 닮은 새의 집을 보고 쓴 시이다.

시의 제목인 새집 증후군(Sick House Syndrome)은 새로 지은 집에서 인체에 해로운 화학물질이 많이 나와 각종 질환에 시달리는 것을 말한다. 나뭇가지를 주워다 짓는 둥지에 입주하는 새들에게는 새집 증후군이 없겠지만 새 아파트를 분양받아 입주하는 사람들은 새집 증후군을 겪고 있다. 아토피 피부염을 앓을 수도 있고 호흡기 질환을 앓기도 한다.

십수 년 전 새 아파트로 이사를 왔던 필자 역시 새집 증후군을 겪었다. 식구들이 한동안 기침을 하고 피부가려움증으로 잠을 설쳤다.

그러나 지금 생각해보면 새집 증후군은 그게 다는 아니었다. 무리한 대출로 분양받은 탓에 수입의 대부분을 매달 은행에 납부해야 했던 고초야말로 새집 증후군 중에 가장 심각한 증후는 아니었을까 한다.

집 장만은 모두의 숙원이다. 입지 조건이 좋은 곳의 브랜드 좋은 아파트에 입주하는 꿈을 이루기 위해 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 가끔 우듬지에 걸린 새의 단출한 집을 볼 때면 집에 대해 다른 생각을 하게 된다. 내가 살아가는 집에 너무 과한 집착을 하지는 않는지, 그로 인해 내 삶의 많은 것이 무심히 낭비되고 있지는 않나 말이다. 집에 쏟아붓는 정신적·물질적 노력을 온전히 내 삶의 다른 영역에 투자했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삶에 필요한 최소한의 물건만 갖추고 사는 생활인 미니멀 라이프가 유행이기도 한 것처럼 집에 대한 욕망에 대해서도 생각해 볼 일이다.

언제부턴지 우리 사회에선 좋은 집과 좋은 차와 좋은 밥그릇을 갖지 못하면 소외감을 느끼게 되었다. 드라마에서도 광고에서도 좋은 집과 좋은 차는 성공의 기준이 되었고, 그것이 삶의 목표가 되었다.

현재 부동산 시장은 영끌이라는 말에서도 알 수 있듯이 많은 가계 부채를 끼고 버티고 있고, 인구는 해를 다르게 절벽의 급감을 겪고 있다. 가정경제는 허덕이는데 앞으로 빈집은 늘어나는 기이한 현상이 속출할 것으로 보인다. 나라 경제도 더 어려워질 것이 뻔하다.

감나무에 걸린 까치집을 올려다본다. 더는 살지 않는 까치의 빈집이 따스한 햇살에 김이 오르고 있다. 그 집이 이남박 같기도 하고 바리때 같기도 한 저 그릇 같은 집에는 무슨 곡진한 음식이 담겨져 있는 것일까. 단출한 집, 단출한 밥그릇을 갖고 살았던 가난하지만 정갈한 영혼에 대해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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