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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23.08.29 15:50:16
  • 최종수정2023.08.29 15:50:16

조우연

시인

달맞이꽃 고운 여름 강둑

슬픈, 한 계절이 무심히 피고 있습니다

그 고운 꽃을 바라보다가

뚝뚝 눈물이 납니다

컥컥 목이 멥니다

왜 이 슬픔은 분노이어야 합니까

왜 이 눈물은 원망이어야 합니까

얼마나 더 많은 슬픔이

우리 가슴을 갈기갈기 찢어 놓아야 하냔 말입니다

누구입니까

누가 자꾸 아무렇지도 않게

그저 지나가는 바람 한 자락처럼

이 슬픔이 지나가 버리면 그만이라 합니까

왜 나 몰라라 하늘 탓만 한단 말입니까

작년 시월

피어보지도 못한 청춘들이

처참히 숨을 거두었을 때

누구보다 가슴을 치며

다시는 이런 일이 없길 바라던 당신을 기억합니다

그러던 당신을

다시 또 이렇게 보내야 하다니요

흰 꽃 한 송이 그대 앞에 두고

가슴 깊숙이 슬픔을 눌러 묻습니다

그러나, 이 슬픔에 대하여 침묵하지 않겠습니다

묻고, 또 묻겠습니다

미안하다 미안하다 내 책임이다 내 잘못이다 다시는 그러지 않겠다

그 말, 꼭 들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러니 이제 편히 가십시오

이 슬픔에 대해 지치지 않고 묻겠으니

편히 가십시오 미안합니다

-오송참사 추모시 「슬픔에 대해 묻습니다」 전문

작년 여름에 이어 올여름 폭우에도 참사는 빗겨 가질 않았다. 폭우는 오송 지하차도에서 무고한 시민의 목숨을 앗아갔다. 참으로 애통한 일이다. 충분히 참사를 막을 수 있었기에 애통함은 더욱 크다.

여러 가지 생각이 머리를 떠나지 않는다. 국가는 왜 존재하는지, 국가의 안전관리시스템은 왜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것인지, 사고에 대한 국가의 책임은 왜 부재하는지, 참사에 대한 언급은 왜 정치적 선동으로 치부되고 마는지 의문과 분노가 뒤엉켜 마음을 헤집고 있다.

법에 대해 잘 알지 못하지만 대한민국 헌법에 국가는 재해를 예방하고 그 위험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기 위하여 노력하여야 한다고 명시되어 있다는 것을 안다.(헌법 제34조 6항) 근래 기후위기가 심각해지는 상황에서 자연재해는 자주 발생하고 있고 앞으로 더 빈번해지고 심각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가운데 안타까운 참사가 계속해 발생한다는 것은 국가의 안전관리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되지 않고 있는 반증일 것이고 걱정이 커진다.

작년 이태원 참사에 대해 미리 예방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었다는 이상민 행안부 장관과 스타 장관 운운하는 대통령의 무책임한 태도에 국민은 이미 정부에 대한 신뢰를 갖지 않고 있는 분위기다. 내가 오송 갔다고 바뀔 것은 없다는 발언을 한 충북도지사의 태도 역시 다르지 않다.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컨트롤 타워의 행정가들 태도는 비정(秕政)이고 비정(非情)이다. 자기를 믿고 선출해 준 시민에 대한 최소한의 미안함과 책임감이 있다면 그냥 고개 숙이고 가만히 있어 주었으면 좋겠다. 그들의 입에서 나오는 한 마디 한 마디에 상처받을 유가족을 생각하면 화가 치민다.

참사가 발생해도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다. 한 집단의 최고 지도자가 무책임한 태도를 보일 때, 그 집단의 시스템은 제대로 운영될 리가 없다.

게다가 책임을 묻는 이에게는 정치적 선동이라 몰아세운다. 넓은 의미에서 정치란 국가 내 발생하는 모든 이해관계를 해결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이견을 제기한다고 정치적 선동이나 이데올로기의 문제로 치부하며 면피를 일삼는 이들을 볼 때마다 개탄스럽다. 미안하다, 내 책임이다, 내 잘못이다, 다시는 그러지 않겠다는 말이 그리 어려운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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