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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22.11.29 17:21:37
  • 최종수정2022.11.29 17:21:37

조우연

시인

날이 추워지면 과메기가 인기다. 과메기는 겨울 찬바람에 꽁치를 얼리고 녹이기를 반복하여 말린 것이다. 꽁치의 제철은 서리가 내리는 10월과 11월이라고 한다. 꽁치는 아가미 근처에 구멍(孔)이 있어 공치로 불리다가 꽁치로 된소리화되었다고 정약용의 『아언각비』에 기록되어 있다 한다.

가을이 제철인 꽁치. 길쭉하고 주둥이가 뾰족하며 등이 푸른 꽁치는 몸이 칼을 닮아 '추도어(秋刀魚)'라고 불리기도 하였다. 우리말로 풀면 '가을철 칼 닮은 물고기'일 것이다.

내게는 시골장에서 구입한 무쇠칼이 있다. 도마 위에 무나 대파를 올려놓고 칼질을 하다가 무심코 무쇠칼을 보니, 뾰족한 주둥이며 퍼런 등이 여지없는 꽁치였다.

추도어 꽁치를 생각하며 썼던 시가 있어 옮긴다.

전남 남원에 유명한 남원식도(食刀)가 있어. 기차레일만 재료로 삼아 숯불에 달구는 전통기법을 고수한다는 이 식도는 코베기꽁치, 가스미꽁치라 불리지.

기차의 속력으로 바닷물을 가르다보니 주둥이 끝은 예리해지고 등은 단단해지지. 그러다 꽁치들은 칼이 되고픈 원대한 야심을 품는다는구먼. 보름달이 뜨는 밤, 그물에 걸린 몇 안 되는 꽁치만이 장인의 손에 선별되어 진짜 칼이 된다고 하네.

좌판에서 대가리가 잘리고 마는 꽁치도 있긴 해. 사람들은 이 꽁치들을 秋刀魚라고 불러 위로한다네.

꽁치구이 집에서 칼이 되었다는 꽁치의 꿈을 듣는다. 주둥이 끝은 둔해지고 눈물로 간이 밴 눈알이 자꾸 흐려지는 나는 이제 막 숯불에 구워져 은박지 벗겨진 추도어인지 모른다.

소주 한 잔을 넘긴다. 남원식도가 저 닮은 놈의 대가리를 자르고 내장을 발려내고 있다. 빨갛게 녹슨, 잘린 대가리의 눈알이 칼등에 새겨진 시퍼런 파도 문신을 쳐다보고 있다.

어떤 꿈은 너무 차갑고 낯설다.

-시 「꽁치」 전문

칼이 되는 것이 꽁치의 꿈이지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칼이 되는 꿈을 이룬 꽁치를 남원에서는 지금도 코베기꽁치, 가스미꽁치라 부르는지 모른다고 말이다. 칼이 되지 못한 많은 꽁치는 추도어(秋刀魚)라 불리며 생선구이집에서 은박지에 싸여 구워지고 있고 말이다. 그렇게 구워진 꽁치는 술안주가 되어 꿈을 이루지 못한 누군가의 위로가 되어주고 있는 것이고 말이다.

그러고 보면 꽁치나 사람이나 꿈을 이루기 어렵기는 매한가지다. 맹목적으로 꿈을 쫓다가 서로를 밀쳐내고 베는 일도 흔하다. 그러다 문득 꿈을 이룬다는 것이 무엇인가 하는 허탈감에 빠지기도 한다. 그간의 삶을 돌아보면, 무엇이 꿈이 될 수 있나 싶기도 하고 꿈을 이루고자 하는 근원적 이유와 그 과정에서 오는 즐거움을 느끼는 것보다는 경쟁과 성공에 대한 질책을 많이 받아온 것만 같다.

칼이 되는 꿈을 이룬 코베기꽁치 같은 사람을 떠올려 본다. 칼이 되지 못하고 추도어가 된 꽁치 같은 사람도 생각해본다. 누가 더 행복한 삶을 사는지 확신할 수 없다. 칼의 꿈을 이룬 코베기꽁치가 추도어가 된 꽁치를 자르는 현실을 생각하면 먹먹해진다. 니체의 말대로 스스로 자신의 삶에 주인이 되는 가치를 가진 꽁치가 행복할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꿈꿀 수 있는 바다에 사는 꽁치가 가장 행복할 것이다.

꽁치는 고등어랑 비슷하지만 더 작고 싸다. 근래 어획량의 감소로 올겨울 꽁치의 가격은 더 오를 것이라고 하지만, 꽁치는 서민들에게 더 만만한 식재료가 되어준다. 찬 바람이 부는 저녁, 추도어가 된 꽁치구이를 밥상에 올려보는 것은 어떨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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