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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우연

시인

일 년 중 낮의 길이가 가장 길다는 하지가 지났다. 바짝바짝 타들어 가는 농작물에 밤낮으로 물을 대는 농부의 애타는 마음을 생각하면 하지의 그 하루가 얼마나 길었을까 싶다.

하지 감자가 나오고 오이도 나왔다. 가뭄을 견딘 감자 속에서 허연 물이 새어 나오는 것을 보면 참 고맙고 대견하다. 가물면 오이는 쓰다. 곧게 자라지 못하고 오이 허리도 배배 돌아간다. 그런데도 꼿꼿하니 그렇게 많이 쓰지 않다. 이런 감자와 오이를 만드느라 이 염천 가뭄에 농부의 노력이 얼마나 컸을까 싶다.

이제 장마가 시작되었다. 단비가 내렸다. 폭염주의보가 내린 한낮에 시원하게 쏟아지는 빗줄기는 참 시원하다. 보는 이도 이런데 온몸으로 단비를 맞는 풀과 나무들은 얼마나 좋을 것이며 농부의 마음은 말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비가 쏟아지던 날 쓴 시가 있다.

폭우반점(暴雨飯店)

주문한 비 한 대접이 문밖에 도착

식기 전에 먹어야 제맛

수직의 수타 면발

자작 고인 국물

허기진 가슴을 채우기에 이만한 요긴 다시 없을 듯

빗발

끊임없이 쏟아져 뜨거움으로 고이는 이 한 끼

단언컨대,

죽지 말라고 비가 퍼붓는다

자, 대들어라

피골이 상접한 갈비뼈 두 가락을 빼 들고!



삶도 농사와 같다. 사는 일에도 가뭄 같은 난국이 발생한다. 사람과의 관계도 꼬이고 하는 일도 잘 풀리지 않아 가슴이 쩍쩍 갈라지고 입이 바싹 말라비틀어질 때가 종종 있다.

야속한 하늘만 쳐다보고 있거나 이리저리 뛰어다녀 보지만 잘 해결되지 않는다. 그럴 땐 애태운다고 그리 달라질 것 없으니 한 걸음 뒤로 물러나 차분하게 되짚어 보는 시간이 필요하다. 나름의 기우제를 지내는 것이다.

그러다 보면 마른하늘에서 비꽃이 떨어지고 약비가 내릴 것이다. 비에 관한 아름다운 우리 말이 많은데, 비가 내리기 시작할 때 몇 방울 떨어지는 비를 비꽃이라 하고, 약비는 요긴할 때 내리는 비를 말한다. 폭우반점(暴雨飯店) 시는 일이 잘 안 풀려 마음이 메말라 있을 때 마침 문밖에 쏟아지는 약비를 보며 쓴 시이다.

어려움을 겪을 때 약비 같은 사람이 나타나 도와줄 때가 많다. 혼자 어쩌지 못하고 끙끙대며 문제의 실마리를 찾아보려 헤매며 혼자 기우제를 지내고 있을 때 불쑥 다가와 해결해 주는 사람들이 있다.

그런 고마운 약비 같은 사람들에게서는 비 오면 땅에서 올라오는 특유의 흙냄새가 난다. 남의 일이라고 마다하지 않고 손을 내밀어주는 사람들에게서 나는 "사람 냄새"가 마른 땅에 비가 내릴 때 나는 흙냄새를 닮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아직 세상은 서로에게 약비가 되어주는 사람들이 많은 것을 안다.

마른 땅이 비에 젖어서 나는 '페트리코어(petrichor)'라 하는 이 흙냄새를 아주 좋아한다. 흙과 돌에 베인 식물의 채취가 빗물에 젖어 공기 중으로 분사될 때 나는 젖은 흙냄새는 산림욕을 할 때처럼 생동감을 준다.

자작대는 빗소리도 듣기 좋다. 빗소리가 파전 부치는 소리의 진폭과 주파수와 닮았다는 것은 이미 많이 알고 있는 사실이다. 그런 이유로 빗소리가 좋기도 하지만 빗소리는 자연이 만드는 소리로 물, 바람, 나무가 만드는 백색소음에 속한다. 평소 자주 듣지 못하는 백색소음을 들으면 마음이 안정되는 효과가 있다고 한다.

비의 냄새와 소리. 삶이 오랜 가뭄을 겪고 난 뒤라면 이런 것들은 훨씬 더 좋을 것이다. 그러나 가뭄과 함께 비도 지나치면 농사에 상해를 입히듯이 적절한 것이어야 한다. 경기는 날로 악화되고 있고, 기후변화도 심하다. 힘들 때 서로에게 위로과 격려의 약비가 되어 산다면 좋겠다. 폭우가 내리는 날, 폭우반점에서 만나 뜨거운 면 요리 한 그릇 함께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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