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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22.02.22 16:48:00
  • 최종수정2022.02.22 18:50:56

조우연

시인

갈비뼈가 앙상하게 드러난 삐쩍 마른 북극곰 한 마리가 땡볕 아래 서 있다. 쓰러지지 않고 각목 같은 네 다리로 버티고 섰다. 북극곰 같다고 생각한 이 가엾은 짐승은 사실 백엽상이다.

백엽상은 온도와 습도 등 기상 관측용 장비가 설치된 작은 집 모양의 하얀 상자를 말한다. 머리에는 풍향계가 달려 있고, 가운데 문을 열면 온도계와 습도계가 들어 있다. 요새도 잔디밭 한쪽에 백엽상이 설치된 학교가 있다.

백엽상을 유심히 보게 된 이유는 근래 우리 인류에게 닥친 이상기후 문제 때문이다. 지구 온난화 문제로 한파와 폭염, 폭우와 가뭄 문제들이 속출하고 있다. 이상기후 문제는 인간을 비롯한 모든 생물의 생존에 위협을 주고 있다.

미디어를 통해 북극 빙하가 녹아 생존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북극곰의 눈물을 보았을 것이다. 같이 펑펑 눈물을 흘리진 않았어도 어쩌나 걱정은 했을 것이다.

이상기후를 일으키는 지구 온난화는 온실가스 때문이다. 아직 갈 길이 머나 온실가스를 줄이려는 노력이 전 지구적으로 이뤄지고 있고, 최근 대선 후보들도 이와 관련된 공약을 발표했다.

지구 온난화 문제와 더불어 지구의 큰 문제로 떠오는 것이 플라스틱이다. 일주일 동안 카드 한 장의 플라스틱을 섭취하고 있다는 기사를 본 적 있다.

해양의 플라스틱 오염은 심각한 수준이며 태평양에는 한반도 면적의 7배에 이르는 플라스틱 섬인 '자이어'가 발견되었다. 많은 해양 생물들도 생분해되지 않는 플라스틱으로 인해 생명을 잃고 있다. 잘 썩지 않는 플라스틱. 발명된 지 고작 1세기 남짓한 이 소재로 인해 지구는 큰 위기에 봉착한 것이다.

내가 사는 아파트 단지 주변에는 하천이 있어 하천 주변의 산책로가 아침저녁으로 산책하기에 좋다. 오리도 날아와 쉬다 가고, 계절에 따라 나무와 꽃의 변화를 보는 것도 좋다. 다만, 산책로를 걷다가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것이 있는데 바로 '플라스틱 쓰레기'이다.

그래서 가끔 시간이 날 때 산책로의 쓰레기를 줍는다. 먹다 버린 떡볶이 담긴 그릇이나 인조가죽 의자까지 쓰레기 종류도 다양한데, 함부로 아무 데나 버리는 것도 문제지만 더 큰 문제는 썩지 않는 플라스틱 쓰레기가 대부분이라는 것이다. 깨끗하지 않고, 성분 별로 분리되지 않은 플라스틱 제품이라 재활용도 되지 않는 플라스틱 쓰레기들이다.

플라스틱이 썩는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갈참나무 낙엽처럼 썩어서 흙으로 돌아가 꽃나무의 거름이 된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자본주의의 편리는 플라스틱을 쉽게 포기할 수 없을 것이다. 특히 코로나 시대에 플라스틱 사용은 급증하고 있다.

생분해되는 플라스틱이 상용화된다면 더 좋겠지만 당장은 올바른 방법으로 분리배출을 잘해서 재활용률을 높여야 할 것이다. 그것이 백엽상 씨를, 아니 북극곰을 살리고 지구를 살리는 작지만 큰 방법일 것이다.

바다에도, 생수병에도 녹아 있다는 미세 플라스틱을 생각하고 시를 써 봤다. 썩는다는 것은 어떤 슬픔처럼 꽃처럼 환하게 피어나게 하는 것이리라.



미세 슬픔


플라스틱이 썩는다면 좋겠다

슬픔으로 썩어 문드러지는 가슴이면 좋겠다


생수병에도 바닷물에도

미세한 슬픔이 녹아 있고

난류를 타고 태평양 한가운데 어디쯤

죽어 없어지지도 않고 떠도는

슬픔의 섬들이 표류 중이라고 하면 좋겠다


바닷물 속에

보이지도 않는 잘디잔 슬픔들이 녹아 있어

슬픔을 먹은 물고기들이

시인의 얼굴을 하고 발견된다는

해변의 이야기를 들으면 좋겠다

원하는 모양대로 만들어지는 슬픔

내 슬픔이 재활용되어 너의 슬픔이 되고

태우면 하얗게 뭉게구름이 되는 슬픔

보슬하게 썩어 흙이 된 슬픔을 먹고

너도바람꽃 군락으로 피어나고


플라스틱이 미세한 슬픔 같아

푹푹 썩을 수 있다면

오래된 폐사지에서

붓으로 그림 그리듯 가만가만 찾아냈다는

옛사람들의 금 간 무릎뼈처럼

고목의 뿌리 밑에서

하얗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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