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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22.10.25 16:33:45
  • 최종수정2022.10.25 16:33:45

조우연

시인

콩새가 앉았다 갔다, 야

이때 울 엄니, 손바닥을 맞붙여 콩새, 알지, 이만한 거 하신다

까치도 앉았다 갔고

참새들도 한참 지들끼리 떠들다 가

도심 한복판 골목

다닥다닥 빌라들 사이

전봇대 한 그루에

앉았다 가는 새들이

그나마 대견하고 여간 반가운 게 아니라고

현관에 서서 어머니,

동구나무 바라보듯 전봇대 올려다보신다

몇 달 전

전봇대에 새처럼 앉아 있다 병원에 실려 간

젊은 전기회사 직원 얘기 끝에

콩새처럼 어머니,

먼 데를 쳐다보며 가슴을 문지르신다

오늘은

이름을 모르는

새들이 앉아 울고 있는

전봇대 마른 가지를 본다

시 「전봇대」전문

얼마 전 빵 반죽 공장에서 현장 노동자의 안타까운 사망사고 소식을 뉴스로 접했다. 몇 년 전 사고가 발생하였을 때 많은 사람들이 분개하였고 법 개정의 후속 조치가 이루어져서 다시는 이런 뉴스는 접하지 않을 줄 알았다. 그런데 아니었다.

사고 난 공장에서는 2인 1조 근무 사항은 여전히 지켜지지 않았으며, 사고 현장은 직원들이 수습했고 그들은 다음 날에도 출근을 했으며 회사는 뒤늦게 이들에게 1주일 유급휴가를 주었다는 잇단 기사를 읽으며 씁쓸함을 넘어 분노가 치밀었다.

사전 안전교육도 미흡하고, 안전 규칙도 지켜지지 않은 작업 현장에서 사고는 불보듯 뻔한 결과이다. 회장 회장은 사고 이틀 만에야 사과문을 냈으며, 이 공장은 사고 전에도 손 끼임 사고가 있었는데 기간제 협력사 직원임을 확인하고 병원에 데려가지도 않았다고 한다. 회장은 재발방지대책 마련을 언급했지만 더 이상 신뢰를 얻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시 「전봇대」는 한전의 하청 업체에 근무하는 젊은 직원의 사고를 가슴 아프게 바라보고 쓴 시이다. 친정집은 맘먹고 건너뛰면 닿을 정도로 집과 집 사이가 다닥다닥 밀집되어있는 서울 도심에 위치하고 있다. 나무 한 그루 찾아보기 힘든 빌라들 사이, 친정집 대문 앞에는 전봇대가 서 있다.

현관문을 열어 놓으면 시골집 마당에 서 있는 오동나무처럼 전봇대가 떡하니 서서 전깃줄을 가지처럼 어지럽게 늘이고 있는 것이 보인다. 이것이 도심 속 빌라의 뷰인데, 이 전봇대에 적잖은 새들이 찾아와 앉았다 가는 것이다.

빌라 옥상에 가끔 채소 말고도 덩굴장미나 주목 같은 수목을 심는 집도 있는데, 이런 소소한 초목들이 새들을 불러 모으는 것이 아닌가 싶다. 친정집 맞은편 옥상에는 무슨 목적으로 심었는지는 알 수 없으나 뽕나무가 심겨 있기도 하다.

가을이 되어 노랗게 물든 뽕나무 잎이 제법 도심 속 가을 정취를 느끼게 해주던 어느 날, 전봇대에 앉은 새들의 지저귐이 요란했다. 찌개 끓는 소리를 하는 것을 보니 참새 떼가 분명했다. 신기하게 쳐다보니 있자니, 어머니가 전봇대에 찾아오는 다른 많은 새 이야기를 들려주셨다. 도시로 이사 오기 전 산골에서나 보았던 콩새가 다 찾아오기도 하더라고 말이다.

그러면서 얘기 끝에 얼마 전 한전에서 작업 나온 젊은 총각이 전봇대에 매달려 일을 하다가 떨어져 병원에 급하게 실려 갔다며 어떻게 되었나 모르겠다고 속상해하셨다. 그러고 보면 친정집 앞 전봇대에서 일어난 사고처럼 뉴스에는 나오지 않는 작업장의 사고가 얼마나 많을까 싶다.

기업인들은 노동자의 안전부터 챙겨야 한다. 성실하게 일하는 노동자들에게 안전하게 일할 수 있는 작업 현장을 제공하고 안전 수칙을 지키지 않아 생기는 사고에 대해 사과문과 경제적 보상 이외에 엄중한 처벌을 주어야 한다고 본다.

분노한 사람들이 사고가 난 빵 공장의 생산품에 대해 불매운동을 한다고 한다. 내 자식이나 제자들이 취업했다고 연락을 해오면 작업 현장의 환경이나 안전성부터 묻게 된다. 이제는 더 이상 가슴 아픈 안전사고 소식은 들리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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