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름많음동두천 17.6℃
  • 맑음강릉 20.3℃
  • 구름많음서울 18.2℃
  • 구름조금충주 17.0℃
  • 맑음서산 18.6℃
  • 맑음청주 18.1℃
  • 맑음대전 18.5℃
  • 구름조금추풍령 19.0℃
  • 맑음대구 19.0℃
  • 맑음울산 20.0℃
  • 맑음광주 18.4℃
  • 맑음부산 19.1℃
  • 맑음고창 18.4℃
  • 맑음홍성(예) 18.0℃
  • 맑음제주 21.3℃
  • 맑음고산 18.8℃
  • 구름많음강화 15.3℃
  • 구름조금제천 17.2℃
  • 구름조금보은 17.3℃
  • 구름조금천안 17.8℃
  • 맑음보령 18.9℃
  • 맑음부여 18.7℃
  • 맑음금산 18.1℃
  • 맑음강진군 18.7℃
  • 구름조금경주시 20.7℃
  • 맑음거제 19.7℃
기상청 제공

최근기사

이 기사는 0번 공유됐고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웹출고시간2022.05.24 15:48:30
  • 최종수정2022.05.24 15:48:30

조우연

시인

장서 1000권, 33㎡의 공간, 열람석 6석 이상.

이것이 현행법상 작은도서관 설치 기준이다. 지금은 500세대 이상의 공동단지 건설 시 작은도서관을 설치하도록 하고 있지만, 어디에 설치하는지 누가 운영하는지 그리고 운영비에 대한 규정은 없다.

아파트 단지 내에 자리 잡은 작은도서관도 있고, 상가 건물 귀퉁이에 있는 경우도 있고, 관공서 내에 있는 경우도 있다. 그러다 보니 운영비를 지원받아 운영되는 곳도 있고, 오롯이 자원봉사로만 운영되는 곳도 있다. 이런 작은도서관이 전국에 7천368개(2020년 기준)가 있으며, 충북에만 270개가 운영되고 있다.

지난 몇 년 동안 이 많은 작은도서관 중 한 곳에서 운영하는 시 창작 교실을 다닌 적이 있다. 수업을 처음 들으러 갔을 때는 작은도서관이 청주시의 위탁을 받아 운영하는 건물 내에 있었으나 여건이 허락지 않아 임대아파트 단지 관리사무소로 옮겨야 했다.

그 많은 장서를 정리해서 옮기는 것 또한 오직 운영자 혼자 해내야 하는 일이라 여간 힘든 것이 아니지만, 기간 내에 새로운 장소를 찾을 수 있었다는 것이 참 다행스러웠다. 그런데 이 작은도서관이 지금 퇴거를 할 처지에 놓이게 되었다는 안타까운 소식을 들었다.

작은도서관의 운영 현실은 천차만별이고 그만큼 열악하고 녹녹하지 않다. 운영자의 소신과 투철한 봉사 정신만으로 운영되기에는 너무도 외로운 싸움을 하는 것이다.

전국의 작은도서관 운영자들에게 "작은도서관은 무엇입니까?"라는 질문을 던졌다. 그들은 작은도서관을 "사랑방", "단골 구멍가게", "사다리", "광장", "성장 놀이터", "숲", "마을 내 오아시스","카멜레온", "항아리"라는 다양한 대답을 내놨다.

그들의 작은도서관에 대한 정의에서 알 수 있듯이 작은도서관은 큰도서관보다 마을 사람들에게 친근하게 다가가 그들을 모으고 함께 성장하며 숲을 이루는 사다리 역할인 것을 짐작해 볼 수 있다. 작은도서관은 지친 현대인에게 쉼터를 제공하여 삶의 질을 높여줌으로써 행복지수를 높여 주고 있는 것이다.

퇴직하고 작은도서관 운영을 해보지 않겠냐는 지인의 말을 들은 적 있다. 지역의 작은도서관 운영을 적극적으로 밀어주는 공약을 내거는 정치인이 나와서 당선이라도 된다면, 공약이 법으로 국회를 통과한다면 그때는 여생을 걸어보겠다고 말하자니 지금껏 소신만으로 작은도서관을 운영하시는 많은 관장님들께 고개가 숙여진다. 참 부끄럽다.

작은도서관에서 시를 함께 읽고 이야기 나누던 시 창작 교실 풍경이 떠오른다. 10명 남짓 앉을 수 있는 책상에 시집을 펴고 앉은 책상 뒤로 에밀리 디킨슨, 한나 아렌트, 에이드리언 리치, 네루다와 안토니오 스카르메타의 우편배달부가 책꽃이에 기대어 우리를 보고 있었다.

작은도서관이 있어서 우리는 아까시 꽃향기를 맡는 봄밤에, 폭우가 내리는 여름밤에, 보름달이 뜬 가을밤에, 첫눈 내리는 겨울밤에 시를 읽고 살아가는 얘기를 나눌 수 있었다.

이제 이 작은도서관이 좋은 곳을 찾아 안착하기를 간절한 마음으로 기도해본다. 시인이면서 이 작은도서관 관장님의 시를 한 편 적는다.

동백도서관

이종수

동백도서관은

동박새 민박집 옆

(대나무 숲에 있음

머릿돌 글씨는 지워져

생몰연대 가늠하지 못함)

대나무 마디만큼 아프고 단단한

붉고 푸른 소리책들만 있음

통으로 지워지지 않는 소리들이어서

새들이 애독자

회원 가입절차는 간단함

짧은 한 생쯤 아쉬워하지 않을

자존감만 있으면 됨

하여 동백도서관 붉은 책들은

몇백 년이 흘러도 반납하지 않아도

새책으로 들어차

통권 몇 호인지 아는 이가 없다

90쇄 100쇄 재판의 의미가 없음

부리 노란 새나 오목눈이새들이

저의 문장을 필사해가듯

백년 천년의 나를 읽을 뿐이라고

대출부에 적기만 하면

훨훨 행간 한 채 지을 수 있는

당신이 분관

동백도서관은

동박새민박집 옆에 있다
이 기사에 대해 좀 더 자세히...

관련어 선택

관련기사

배너

배너


Hot & Why & Only

실시간 댓글


배너

매거진 in 충북

조경순 인구보건복지협회 세종충북지회장 인터뷰

[충북일보] 지난 1961년 출범한 사단법인 대한가족계획협회가 시초인 인구보건복지협회는 우리나라 가족계획, 인구정책의 변화에 대응해오며 '함께하는 건강가족, 지속가능한 행복한 세상'을 위해 힘써오고 있다.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조경순 인구보건복지협회 충북세종지회장을 만나 지회가 도민의 건강한 삶과 행복한 가족을 지원하기 위해 하고 있는 활동, 지회장의 역할, 앞으로의 포부 등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 봤다. 조경순 지회장은 "인구보건복지협회 충북세종지회는 지역의 특성에 맞춘 인구변화 대응, 일 가정 양립·가족친화적 문화 조성, 성 생식 건강 증진 등의 활동에 앞장서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자신의 33년 공직 경험이 협회와 지역사회의 협력 네트워크를 강화하는 일에 도움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충북도 첫 여성 공보관을 역임한 조 지회장은 도 투자유치국장, 여성정책관실 팀장 등으로도 활약하고 지난 연말 퇴직했다. 투자유치국장으로 근무하면서 지역의 경제와 성장에 기여했던 그는 사람 중심의 정책을 통해 충북과 세종 주민들의 행복한 삶과 건강한 공동체를 만드는 일에 참여할 수 있다는 점에 비상임 명예직인 현재 자리로의 이동을 결심했다고 한다. 조 지회장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