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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23.06.20 17:34:07
  • 최종수정2023.06.20 17:34:07

조우연

시인

저무는 가을 저녁

납작한 굴참나무 그늘에서

잠자리 날개를 돛대처럼 끌고 가는 개미를 본다

개미는

작고 까만 돛배

온힘을 다해 잠자리 영혼을 잡고

바람에 이리저리 방향을 틀며 항해하고 있다

잠자리 날개 한 장은

멸종(滅種)의 유품

남겨진 종(種)은 운명의 위기를 끌고 간다

북극의 빙벽은 허물어지고

더 이상 쇄빙선 없이도

검은 돛배는 출렁이며 출렁이며

굴참나무 찬 허리를 가르며 간다

잠자리 날개 한 장을 밀며 가는

개미만 한 항주

그것을 보면서 나는 생각한다

종(種)의 멸(滅)을 향해 가는

우리의 거대하고 포악한 항주를

지구라는 방주에 올라탄 우리는

탁란의 새처럼

수많은 생명들을 멸종으로 밀어내고 있지 않은가

더 늦기 전에

개발의 탐욕을 멈추어야 하지 않은가

검은 돛배는 사라지고

벌레 구멍이 많은 굴참나무에서

멸종위기 1급이라는

크낙새 쪼는 소리를 들은 것도 같다

시 「검은 돛배」 전문

여름에 접어들면서 뻐꾸기 우는 소리가 자주 들린다. 뻐꾸기는 다른 새의 둥지에 탁란하는 새다. 최근 TV에서 우연히 흔히 뱁새라 불리는 붉은머리오목눈이의 둥지에 탁란한 뻐꾸기알이 부화하여 자라는 과정을 보게 되었다.

붉은머리오목눈이알은 자그마한데 탁란된 뻐꾸기의 알은 크기가 좀 더 크다. 붉은머리오목눈이 어미 새는 탁란을 모른 채 공들여 알을 품는다. 뻐꾸기알이 먼저 부화하고, 어미 새는 벌레도 잡아 오고 배설물도 치우며 뻐꾸기 새끼를 정성껏 돌본다. 틈틈이 아직 부화하지 못한 알들이 자신의 알인지도 모른 채 나머지 알들도 품는다.

점점 기운이 세진 뻐꾸기 새끼는 붉은머리오목눈이알을 둥지 밖으로 떨어뜨린다. 설령 붉은머리오목눈이알이 부화 된다 해도 먹이를 받아먹지 못하거나 둥지에서 떨어져 죽고 만다.

무심코 뻐꾸기의 탁란을 지켜보다가 그만 지구라는 푸른 빛의 둥지가 떠올랐다. 지구라는 둥지에는 우리 사피엔스 말고도 셀 수 없이 다양한 동식물 종이 살고 있다.

그러나 최근 이 푸른 둥지에 사는 생물들의 다양성은 점점 급격하게 감소하고 있다. 다양한 원인이 있을 수 있지만 무분별한 개발로 인한 서식지 파괴와 환경오염이 큰 주범이라고 할 수 있다.

경제개발로 환경을 파괴하거나 오염시키고, 마구잡이로 포획을 하는 인간의 행위는 마치 꼭 지구라는 둥지에 인간이 들어가 탁란을 하고 다른 종들을 둥지 밖으로 떨어뜨려 죽이고 있는 것 같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육지에서건 바다에서건 둥지 밖으로 밀려나 개체 수가 줄어들거나 소멸해 버린 종들이 점점 늘고 있다. 환경부가 만든 국립생물자원관이라는 홈페이지에 접속하면 우리나라의 멸종위기 야생 생물 282종을 찾아볼 수 있다. 또한 홈페이지에는 생물다양성 스마트스쿨이라는 배너에 접속하면 초중등 교과서에 수록된 다양한 동식물에 대한 자세한 정보와 영상을 볼 수 있다.

시에서 언급된 크낙새는 멸종위기 1급 조류로 등록된 새이다. 한반도에서만 서식하던 아조은 1990년대 이후로 공식적으로 관찰되지 않고 있다고 한다. 그래서 멸종위기가 아닌 멸종된 것으로 보기도 한다. 한반도에서 크낙새는 둥지 밖으로 밀려나 버린 모양이다.

최근 일본의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 방류로 나라가 아수라장이다. 정부는 근거 없는 허위 사실로 국민을 불안에 몰아넣고 있다며 강경 대응을 선포했다. 수입 수산물에 안정성을 확보하고 해양방사능 조사 지점도 확대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럼에도불구하고 국민의 불안은 쉽게 해소되기 어려워 보인다.

오염수 해양 방류는 최고 포식자인 인체에 해롭기도 하겠지만 바다 오염으로 이어져 수많은 해양 생물들에게 치명적인 해를 끼칠 것이다. 오염수 해양 방류 또한 인간의 또 다른 무분별한 탁란은 아닌지 생각해 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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