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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은영

충북도 바이오산업과장

 "속 깊은 '히비스커스' - 환상의 궁합은 슈퍼인싸 '프리지아', 파국인 궁합은 열정맨 '플록스'."

 갑작 뜬금없이 웬 꽃 이름들인가 하시겠지만, 최근 유행하는 나의 성향을 꽃으로 표현해주는 테스트 결과이다. 그 외에도 배려 깊은 '거베라', 소심한 관종 '작약', 사랑받는 '샤스타데이지' 등 다양한 성향들이 있다고 한다. 대체 저 환상도 아닌 파국의 궁합인 플록스는 내 주변에 누가 있을까 궁금해서 우선 가족들에게 뿌려봤는데 웬걸, 언니와 동생 모두 히비스커스란다. 이게 좋은 결과인지 아닌지 어리둥절해 그냥 각자 히비스커스차나 마시자고 했다.

 한동안 우리 사무실에서는 과자로 보는 나의 유형 테스트가 인기였다. 내가 과자를 고르는, 또 다른 사람에게 추천하는 태도에 따라 나의 성격을 특정 과자에 빗대어 알려주는 서비스이다. '매운 새우깡', '우유젤리', '빵또아', '연양갱' 등 나와 성향이 비슷한 스낵을 알려주는데, 누구는 테스트 결과가 잘 맞지 않는다며 투덜거리기도, 또 본인과 찰떡궁합이 아닌 환장의 짝꿍을 찾느라 분주하기도 했다. 직원 중 내 예상과 다른 과자가 나온 때에는 내가 이제까지 그분에게 말실수한 적은 없는지 나 혼자 조용히 자기반성의 시간을 갖기도 했다.

 올해 MBTI(Myers-Briggs Type Indicator)를 필두로 한 성격유형검사가 엄청난 유행을 끌었다. MBTI 검사는 외향-내향, 감각-직관, 사고-감정, 판단-인식 등 4가지 기준에 관한 문항에 응답하면 그 결과를 토대로 16가지 심리 유형 중 나에 해당되는 유형을 알려주는 테스트로, 나 역시 고등학교 시절 검사를 해봤던 기억이 있다. 이러한 공인된 검사 외에도 앞서 소개한 꽃, 스낵, 연예인 등으로 나를 표현해주는 테스트들이 SNS를 타고 '집콕' 중 심심한 우리에게 나를 돌아볼 시간을 주고 있다. 내 유형을 아는 것, 나와 비슷한 사람들이 이 세상에 얼마나 있는지 아는 것으로도 모자라서 성격유형별 공부법을 알려주는 책도 나오고, 어느 기업에서는 직원 채용에 활용한다는 기사도 봤다. 간단하게는 성격유형에 따라 다른 여행지를 추천해주거나 연애스타일 분석을 통한 소개팅 나갈 때 화장법을 제시해주는 사이트도 있단다. 어느 은행에서는 나의 금융 스타일에 따른 맞춤형 금융상품 추천서비스를 출시했다는 소식도 들려오고 말이다. 거창하게 이야기하자면 유형별로 과거와 현재에 대한 해석, 그리고 더 나은 미래를 위한 노력의 방향이 다르다는 것 아닐까. 현재 분석된 유형에 매몰돼 "나는 이런 사람이니 바뀔 가능성은 없어" 또는 "너는 이런 사람이니 나와 안맞아"가 답은 아닐 것이다. 또는 특정 한 유형만이 정답이라고 이야기하지도 않는다. MBTI 검사의 본래 목적이 고유한 자신의 개성을 존중하고 그것을 긍정적으로 발휘하기 위한 기초로 사용하기 위함이라는 것을 우리 모두 한 번 더 생각해봐야한다.

 최근 중앙부처 관계자나 언론 등에서 충북, 그리고 오송의 바이오산업 정체성에 대한 질책을 듣곤 한다. 20년이라는 시간 동안 바이오산업에 정부는 물론 지자체에서 집중 투자했지만 아직 멀었다는 지적이다. 특히 국내 바이오산업에 대한 경쟁이 심화되는 상황 속에 다른 지역 대비 오송의 입지에 대한 우려, 아직은 인프라나 정주여건, 네트워크 등이 부족하다는 뼈아픈 말들이 대부분이다. 많은 쓴소리들은 아프지만 한편으로는 감사하게 여긴다. 우리 역시 아무것도 안하고 있는 것은 아니라고 항변하는 것보다는 우리의 방향을 재점검할 시간으로 삼고자 한다. MBTI 검사처럼 우리도 바이오산업의 지금을 돌아보고 장점을 살릴 테마와 사업들을 발굴하는 데에 소홀하지 않겠다.

 다만 한편으로는 타 지역과 같이, 또는 해외 유명 바이오클러스터의 유형과 닮게 만드는 것이 우리의 방향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다양한 성격 유형처럼 지역마다 출발점과 여건이 다른 만큼 우리는 우리 지역만의 유형을 만드는 것이 진정한 해답이 아닐까.

 얼마 전까지만 해도 4가지 혈액형으로 성격을 가늠하던 때에서 16가지 성격유형을 이야기하고, 그것도 모자라 스낵 등 다양한 테마로 나의 유형을 드러내고자 하는 지금이다. 정답은 없다. 그리고 그 유형들은 더 세분화되고 다양해질 것이다. 충북의 바이오산업의 미래도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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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일보가 만난 사람들 - 단양교육지원청 김진수 교육장

[충북일보] 몇 년동안 몰아친 코로나19는 우리 나라 전반에 걸처 많은 염려를 낳았으며 이러한 염려는 특히 어린 아이들에게 실제로 학력의 위기를 가져왔다. 학력의 저하라는 위기 속에서도 빛나는 교육을 통해 모범 사례로 손꼽히는 단양지역은 인구 3만여 명의 충북의 동북단 소외지역이지만 코로나19 발 위기 상황에서도 잘 대처해왔고 정성을 다하는 학교 지원으로 만족도도 최상위에 있다. 지난 9월 1일 자로 단양지역의 교육 발전에 솔선수범한 김진수 교육장이 취임하며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고 있다. 취임 한 달을 맞은 김진수 교육장으로부터 교육철학과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과 단양교육의 발전 과제에 대해 들어 본다. ◇취임 한 달을 맞았다, 그동안 소감은. "사자성어에 '수도선부(水到船浮)'라는 말이 있다. 주희의 시에 한 구절로 강에 물이 차오르니 큰 배도 가볍게 떠올랐다는 것으로 물이 차오르면 배가 저절로 뜨더라는 말로 아무리 어렵던 일도 조건이 갖춰지면 쉽게 된다는 말로도 풀이할 수 있다. 교육장에 부임해 교육지원청에서 한 달을 지내며 교육장의 자리가 얼마나 막중하고 어려운 자리인가를 느끼는 시간이었다. 이렇게 어렵고 바쁜 것이 '아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