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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8.03.07 14:22:26
  • 최종수정2018.03.07 14:22:26

맹은영

충북도 법무통계담당관

어릴 적 세발자전거를 서로 타겠다고 언니와 아옹다옹하던 골목길을 기억한다. 엄마의 밥 먹으라는 소리에 서로 먼저 달려가려다 무릎을 깨기 일쑤였던 그 시절. 우리의 세발자전거는 밥 먹으러 집에 들어간 사이 고물상아저씨가 손수레에 싣고 골목 끝을 떠날 때야 발견되었고, 그 날 그 골목길에서 언니와 함께 펑펑 울었던 기억은 아직도 생생하다.

나의 살던 고향은 '꽃피는 산골'은 아니지만, 무심천 근처 낮은 주택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던 조용한 동네였다. 몇 십 년이 흐른 지금은 리모델링이나 신축된 주택과 상가들이 대부분이라 옛 추억을 떠올리기도 쉽지 않고 이제는 발을 들여놓기조차 어색한 장소가 되어버렸다. 그 곳 뿐이랴, 대학시절 친구들과 밤늦게까지 신세한탄하며 떠들던 시장골목의 치킨집과 순댓국집은 몇 년 사이에 높다란 주상복합 아파트와 프랜차이즈 식당, 카페들로 변했다.

문재인 정부의 국정과제 중 하나로 '도시재생 뉴딜사업'이 선정되면서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낙후된 구도심지역이 활성화되면서 임대료 상승으로 이어져 원주민이 내몰리는 현상-'이라는 단어가 언론이나 방송에 자주 등장했다. 우리나라에서는 서울의 홍대입구, 연남동, 서촌, 가로수길, 경리단길, 전주 한옥마을, 경주 황리단길 등이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젠트리피케이션과 함께 투어리스티피케이션(touristification)이라는 단어도 있다. 관광객이 몰리면서 원주민들이 어수선해진 동네를 떠나는 현상이다. 한 때 전국 곳곳에서 동네 골목길을 따라 벽화를 그리는 도시재생 프로그램이 유행했는데 관광객에 몸살을 앓던 주민들이 벽화를 지워버리는 일이 발생하기도 했다. 청주 수암골이나 북촌 한옥마을 주민들이 사생활 침해를 호소하고 임대료 상승을 걱정하던 것 역시 같은 맥락이다.

유동인구가 많지 않던 상가나 주택가에 아이디어와 재능으로 무장한 창업가, 예술가들이 하나둘 자리 잡으면서 인구가 유입되고 매출이 상승하여 지역이 발전하는 것까지는 대환영이다. 그러나 이후 '조물주 위의 건물주'가 임대료를 대폭 올리면서 이를 감당할 수 있는 대기업 프랜차이즈들만이 그 자리에 남는 반면 영세업자들은 퇴출되면서 사회문제화 되고 있다. 다만, 이에 대해 건물주는 부동산 투자 사업가로서 시장의 수요와 공급에 따라 결정된 임대료를 받게 되면서 생기는 불가피한 현상이라는 반론도 있다. 즉, 저금리시대에 상가 임대수입에 눈을 돌린 자본가들이 주택을 상가건물로 리모델링하면서 상권을 확대해갔고, 처음에는 저렴한 임대료에 식음료업종이 들어오면서 유동인구가 늘어나자 의류나 화장품 등 판매점들이 입점하게 되는데, 판매점은 늘어난 유동인구로 매출이 높아지면서 임대료가 상승해도 버틸 수 있는 반면, 규모 대비 매출에 한계가 있는 식당은 임대료를 감당하지 못하고 점점 중심에서 밀려나게 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동네에 활기를 불어넣었던 주체들이 본인의 열정을 접고 떠날 수밖에 없다는 결론은 동일하다.

이러한 현실에서 정부는 법 개정을 통해 지자체와 주민, 임대인과 임차인 간 자발적인 상생협약을 체결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했고, 부산, 대구 등 지자체에서도 조례로 젠트리피케이션을 방지하려는 움직임이 시작된다는 점은 매우 환영할 만하다. 쇠락하는 도심을 활성화하려는 노력은 지역 주민인 건물주와 소비자, 임차인인 사업자, 그리고 세수가 늘어날 지자체 모두 적극적으로 지지해야 할 일이 아닐까.

최근 성안길과 청주청소년광장 주변으로 작지만 개성 넘치는 가게들이 속속 생기고 있다. 한동안 조용하다 못해 을씨년스럽던 거리가 늦은 저녁까지 활기찬 모습에 흐뭇해지기도 한다. 익숙한 거리와 추억의 장소, 그리고 새로운 '핫플레이스'가 뒤섞여 사람들로 북적이는 도심이 오래 지속되기를 바라며 이광호의 <지나치게 산문적인 거리> 중 몇 문장을 독자 여러분과 공유하고자 한다. '모든 장소는 시간의 이름이다. 모든 장소는 너의 이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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