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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은영

바이오산업과장

한동안 집안 리모델링을 꿈꾸며 다른 집들은 어떻게 사는지 나 혼자만의 '온라인 집들이'를 가보곤 했었다. 블로그나 SNS에 올려놓은 사진들 속에서 보이는 다른 집들은 대체 잡다한 물건들은 어디에 숨겨둔 것인지 완벽한 정리정돈과 먼지 하나 발견하면 큰일날 것 같은 깨끗함으로 감탄을 자아내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그 뒤에 우리 집을 둘러보면, 음…… 온갖 물건들과 가구들을 버리고 수시로 쓸고 닦기를 반복해야 하는데, 나오라는 해답은 안 나오고 한숨만 나왔다.

이런 주제로 가족들과 이야기를 하다보면 두 집 이야기가 꼭 빠지지 않고 나온다. 한 곳은 우리 고모네 집으로, 천방지축 아이들이 둘이나 있는 집이었는데도 불구하고 너무 깔끔해서 벌레들이 살아보겠다고 들어왔다가 너무 깨끗해서 당황해 그냥 나갈거라고 했다. 누군가는 그 집에서는 머리카락 하나라도 흘리면 혼날 것 같아 머리를 다시 묶고 싶은 것을 꾹 참느라 혼났다는 이야기도 했다. 다른 한 곳은 어린 시절 엄마를 따라 갔던 엄마 친구의 집이다. 간식으로 숟가락으로 떠먹는 큰 통의 아이스크림을 주셔서 그 집의 딸과 소파에 앉아 먹고 있는 중에 갑자기 그 딸이 아이스크림을 한 수저 크게 뜨더니 바닥에 냅다 던졌다. 이건 무슨 일인가 어리둥절해 하고 있는 찰나 애완견이 달려와 바닥에서 녹고 있는 아이스크림을 열심히 핥아먹는 것이 아닌가. 그 뒤로 나는 강아지의 흔적들이 내 발에 묻을 것 같은 불안감에 그 집에서 나갈 때까지 소파를 떠나지 못했다.

이런 이야기들이 지나고 나면 그 다음은 너무 깨끗해도 병, 더러워도 병이라는 이야기로 이어진다. 부모님은 '나 때는~'으로 시작해서 흙 먹고 자라서 옛날에는 지금 같은 병이 없었다 하시고, 우리는 그렇다고 지금 예전 같은 환경에서 살다가는 오히려 병원을 수시로 들락날락해야 할 거라고 항변하며 물티슈로 주변을 벅벅 닦는다. 항상 끝은 "아이들은 좀 적당히 더럽게 키워야 한다"는 부모님의 잔소리로 정리되지만 말이다.

하지만 그 잔소리 같은 이야기들은 이미 여러 연구들로 사실임이 밝혀지고 있다. 실제 연구 결과 1980년대 이후 위생환경이 크게 개선된 선진국에서는 천식이나 아토피 피부염, 비염 같은 알레르기 질환이 늘어난 반면, 그렇지 않은 후진국에서는 그런 질환이 적게 일어난다는 것이다. 환경이 너무 깨끗하면 세균이나 기생충에 노출될 기회가 적어져 오히려 면역력이 강화될 기회가 없어진다는 이른바 '위생가설'이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 바이오 분야에서도 여기에 대한 관심이 확대되고 있다. '위생가설'에서 더 나아가 알레르기나 천식, 비염, 아토피, 관절염 등 자가면역질환이나 자폐증 치료에까지 기생충을 약으로 활용하는 연구 결과들이 국내외에서 속속들이 등장하고 있다. 퇴치·박멸의 대상이었던 '기생충'이 아니라 생물자원으로서의 '기생생물'로 그 위상이 달라지고 있는 것이다.

생물자원은 그 자체만으로도 연구가치가 있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제품화를 통해 이윤을 창출한다는 점에서 전 세계적으로 국가 차원에서 생물자원을 확보하려는 전쟁이 심화되고 있다. 그런 점에서 우리도는 '기생생물'의 미래 성장성을 감안하여 전 세계의 기생생물 자원을 확보, 표준화하고 정보 공유는 물론 자원을 분양하는 역할을 하는 '기생생물자원 세계은행'을 구축할 계획이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전무한 이번 프로젝트를 위해 국내 기생생물 전문가들과 함께 추진단을 구성하여 차근차근 준비해나가고 있다.

아프리카 세렝게티 국립공원의 사자 뱃속부터 북한, 그리고 남극대륙의 빙하 속 이름 모를 생명체가 가지고 있는 기생생물까지 대한민국, 그것도 우리 충북에서 확보하여 그 활용가능성을 연구한다는 것 그 자체만으로도 대단한 일이 아닐까 한다. 가깝게는 내가 모르는 나의 룸메이트 생물체들이 인류사에 엄청난 영향력을 미치는 물질로 변모할지 모른다.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의 전 세계적인 흥행을 이제 '기생생물'의 반짝이는 공생의 가치로 이어가고자 한다. 모두 그 개봉박두를 기다려 주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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