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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은영

충북도 바이오정책과장

독자 여러분은 친구에게 절교를 선언했거나 절교를 당해본 아픈 기억이 있는지· 날도 더워 몸도 마음도 지치는 요즘 왜 아픈 기억을 끄집어내느냐고 하실지 모르겠다. 고등학교 3학년 이맘 때였다. 수능 D-100일이 곧 다가올 시점이라 친구들과의 대화 주제는 수시원서를 어디에 쓸 것인가 또는 어떤 과목을 포기할까 같은 내용이 대부분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야간 자율학습 중 친구가 할 말이 있다며 밖으로 좀 나와 보라고 했다. 밤 9시가 넘은 시간이라 어두컴컴한 가운데 운동장 조회대 옆 계단에 앉자마자 친구는 대뜸 "이제 난 너랑 절교할꺼야"라고 했다. 머릿속도 눈앞의 어둠처럼 까매진 듯 뭐라고 대답할 말을 찾지 못했다. 세상에 절교라니, 더군다나 왜 하필 이 시점에. 정신을 차리고 이유를 물었다. 본인은 내가 단짝이라 생각하는데 나는 아닌 것 같다는 게 절교의 이유였다. 내가 너무 본인에게 관심은 없고 다른 친구들에게만 잘해준다는 것이다. 어떻게 풀었는지는 잘 기억나지 않지만 그건 오해라고 이런저런 장황한 설명과 눈물콧물 끝에 우리 둘 다 그 어둠을 탈출했던 것 같다.

그 이후 그 친구에게 자의반 타의반 신경을 더 쓰게 되었고, 지역을 달리하던 대학 시절에도 서로 보지 못해 안달인 정말 말 그대로 '베프(베스트 프렌드)'가 되었다. 물론 지금까지도 말이다.(여담이지만, 내 '베프'는 본인이 한 절교선언은 기억도 못한다. 이런 아픈 기억을 나만 하고 있다니 억울할 따름이다.)

오해와 이해, 그 사이의 간격을 설명하는 데에 '관심'보다 중요한 것은 없는 것 같다. 서로에 대한 이해와 관심이 신뢰와 인정으로 이어지고, 또 서로를 지지해주는 '좋은 관계'가 되는 게 아닐까.

요 며칠 코스닥을 이끌던 바이오주들이 급락하면서 코스닥 시장 전체가 흔들거렸다. 코스피 시장도 마찬가지. 제약사들의 연구개발비 자산화 처리에 대한 특별 감리 문제와 이른바 '삼바 사태'로 불리는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 이슈에 이어 네이처셀 주가 조작 논란 등 연이은 악재들로 전체 바이오기업에 대한 투자심리가 위축될 위험에 처해 있다. 열린사이버대학교 이항영 교수의 분석자료를 살펴보면 코스피 의약품과 코스닥 제약업종 시가총액의 합이 올해 1월 141.6조원으로 시작해서 7월에는 127.5조원까지 하락하고 있어 수치적으로도 이러한 상황을 보여주고 있다.

바이오기업 주가의 '흑역사'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13년 셀트리온의 공매도 논란과 알앤엘바이오의 상장폐지, 2015년 가짜 백수오 파문, 2016년 한미약품 늑장공시 사태 등으로 주식시장에서 바이오주들은 수시로 조정을 받아왔던 것이 사실이다.

신약개발 과정은 후보물질을 발굴해 임상시험을 거쳐 시장에 출시되기까지 최소 10년이 걸린다고 하고, 미국바이오협회에 따르면 전임상을 포함해 임상1~3상을 거치는 동안 신약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확률은 평균 9.6%에 불과한 상황이다 보니 관련 기업들은 긴 시간을 버텨야 한다. 반면 그에 대한 정보는 복잡하고 전문적인 사항들이 많다보니 증권사 애널리스트들도 기업평가를 꺼릴 정도라고 한다. 그러다보니 투자자들은 기업정보가 부족한 상태에서 움직이면서 작은 이슈에도 쉽게 흔들리게 되고, 그 과정에서 기업들이 떠안게 되는 리스크는 매우 클 수밖에 없다.

한국경제연구원에서 지난 5월 한국제약바이오협회를 비롯한 4차 산업혁명 주요 기술 분야 관련 협회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를 살펴보면, 4차 산업혁명 대응과 관련해 소속 기업들이 느끼는 가장 큰 애로사항으로 '투자 불확실성'을 꼽았다. 주식시장을 흔들고 있는 바이오주의 악재 원인에는 분명 관련 기업의 실수나 잘못도 큰 몫을 차지할 것이다. 하지만 규제기관이나 투자자들의 해당 업종의 현실에 대한 오해나 단기적인 시각도 영향을 미치지 않았을까.

바이오산업은 전 세계적으로 일자리와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미래형 신산업으로 평가받으면서 치열한 경쟁이 계속되고 있지만 우리나라의 글로벌 시장 점유율은 1.7%에 불과한 상황이다. 그런 의미에서 바이오기업에 대한 '흑역사'는 이번이 마지막이기를 바란다. 그러기 위해서는 기업들은 자신들의 정보를 정확하게 전달하고, 정부나 공공기관에서는 기업의 입장에서 규제·애로사항을 개선해나가면서 서로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이해의 폭을 넓혀가는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바이오기업들이 새로운 모멘텀 확보에 주력해야 하는 지금, 바이오기업에 대한 '절교선언'보다는 이해와 관심을 우선하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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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일보가 만난 사람들 - 단양교육지원청 김진수 교육장

[충북일보] 몇 년동안 몰아친 코로나19는 우리 나라 전반에 걸처 많은 염려를 낳았으며 이러한 염려는 특히 어린 아이들에게 실제로 학력의 위기를 가져왔다. 학력의 저하라는 위기 속에서도 빛나는 교육을 통해 모범 사례로 손꼽히는 단양지역은 인구 3만여 명의 충북의 동북단 소외지역이지만 코로나19 발 위기 상황에서도 잘 대처해왔고 정성을 다하는 학교 지원으로 만족도도 최상위에 있다. 지난 9월 1일 자로 단양지역의 교육 발전에 솔선수범한 김진수 교육장이 취임하며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고 있다. 취임 한 달을 맞은 김진수 교육장으로부터 교육철학과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과 단양교육의 발전 과제에 대해 들어 본다. ◇취임 한 달을 맞았다, 그동안 소감은. "사자성어에 '수도선부(水到船浮)'라는 말이 있다. 주희의 시에 한 구절로 강에 물이 차오르니 큰 배도 가볍게 떠올랐다는 것으로 물이 차오르면 배가 저절로 뜨더라는 말로 아무리 어렵던 일도 조건이 갖춰지면 쉽게 된다는 말로도 풀이할 수 있다. 교육장에 부임해 교육지원청에서 한 달을 지내며 교육장의 자리가 얼마나 막중하고 어려운 자리인가를 느끼는 시간이었다. 이렇게 어렵고 바쁜 것이 '아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