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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은영

충북도 바이오정책과장

요즘 내가 듣기 불편하거나 다른 사람들에게도 쓰지 말아야겠다 싶은 말들이 몇 개 있다.(이건 지극히 내 개인적인 의견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1. 친하게 지냅시다.

개인적인 만남에서 친하게 지내자는 말을 듣는 때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만약 그 경우라면 상호 공감대가 형성되거나 상대방과 더 친밀한 관계를 쌓고 싶은, 진정한 의미의 '친하게' 일 것이다. 반면 업무상 만나는 경우 이런 말을 듣게 되면 뭔지 모를 압박감이 느껴진다. 상대방에게 무언가를 바라는 마음으로 던지는 그 한 마디가 '친하게'는 근처도 못가고 불편한 마음만 남게 된다. 이런저런 주제로 자연스럽게 이야기하면서 공감하고 공통점을 찾는 과정이 필요한데 어색한 만남과 단도직입적인 대화는 여전히 어렵다.

#2. 조만간 밥 한 번 먹자.

한동안 '조만간'이라는 단어를 많이 사용할 때가 있었다. 친한 분들과 만나서 차라도 한 잔 하고 싶은데 일에, 가족에, 우선순위가 넘쳐나는 일들로 친한 사람들은 뒷전이 되던 때였다. 그러다보니 '조만간 밥 한 번 먹자'라는 말이 진심이 아닌 인사치레가 되어 상대방에게 거짓말을 하는 것 같은 불편함만 커지게 되었다. 게다가 그 이후 간신히 첩보작전을 하듯 약속을 잡고 만나서도 어렵게 잡은 약속이니만큼 뭔가 심도 있는 이야기를 해야 할 것 같은 압박감이 남았다. 나의 이런 고민에 한 친구는 모든 만남이 '건설적'일 필요가 있겠냐며, 그냥 가벼운 '파티'라고 생각하라고 답답해했다. 그러게 나는 이제까지 왜 그랬을까.

업무상 외부 전문가들과 회의를 하거나, 업계 대표와 기관장 분들의 모임에 배석할 기회가 종종 있다. 자발적인 참석보다는 공무원의 간곡한 부탁이거나 회원사로 참여가 기정사실화된 경우에는 누가 먼저 운을 떼거나 발언을 요청하지 않는 이상 중간중간 이야기가 단절되는 일이 벌어진다. 회의나 모임이 끝날 때에는 '조만간' 다시 보기를 약속하거나 잘 지내보자는 말로 정리가 되기도 한다. 업무상 캐주얼한 미팅이 가능하겠냐고 물으면 당당하게 '네'라고 답하지는 못하지만, 그래도 뭔가 아쉬움이 남는다. 특히 바이오업계에서는 더더욱 그렇다.

어느 강연에서 배진건 퍼스트바이오테라퓨틱스 고문님은 신약개발은 '한 몸 이루기'에 있다고 강조하시며 열린 마음으로 서로 얼마나 소통하는지가 관건이라고 지적하셨다. 가령 제자에게도 배울 점이 있으면 배우는 분위기가 되어야 한다고도 강조하셨다. 우리 지역에 이미 다수의 바이오기업들과 공공기관, 학교들이 모여 있지만, 그 구성원들이 편하게 모이는 공간이나 가벼운 '파티' 분위기가 얼마나 조성되어 있는지를 생각하면 좀 부끄럽다.

대표적인 글로벌 바이오 클러스터로 평가받는 미국 보스턴의 성공비결이 아이디어를 가진 연구자와 기업들의 협업 가운데 충분한 장비와 연구 지원이 결합되어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거기에 더 중요한 것은 창업보육센터인 '랩 센트럴'나 공유오피스인 '캠브리지 이노베이션 센터' 등 협력할 수 있는 공간이 걸어서 갈 수 있는 거리에 다 모여 있고, 그 내부에서도 네트워킹 파티가 자발적, 주기적으로 이루어지며 자연스러운 교류가 이루어진다는 점이다.

이제까지 연구지원시설이나 기업, 연구자, 협력기관들을 모아놓는 데에 집중했다면, 이제는 그들이 활동할 놀이터를 만들 차례다. 성과를 내라고 재촉하기보다는 여러 분야에 걸친 주체들 간의 자연스러운 교류가 가능하도록 촉매제를 뿌리는 것이 공공의 역할이다. 아담 스미스의 '보이지 않는 손'처럼.

4차 산업혁명과 온라인이 세상을 점령할 시대라고 하지만, 우리는 만나야 한다. 자연스럽고 가벼운 만남에서 좀처럼 풀리지 않는 고민이 한방에 해결되거나 번뜩이는 아이디어가 툭 튀어나올지는 아무도 모를 일이다. 오늘의 엔딩은 코리아나의 <손에 손잡고>로.

"손에 손잡고 벽을 넘어서 우리 사는 세상 더욱 살기 좋도록, 손에 손잡고 벽을 넘어서 서로서로 사랑하는 한마음 되자. 손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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