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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은영

바이오산업과장

얼마 전 엄마의 심부름으로 친척집에 방문할 일이 있었다. 마침 동생들도 있어 오랜만에 수다를 떨었다. 요즘 온라인 강의와 쏟아지는 과제들 때문에 정신이 없다는 둥, 새내기 대학생인데 다시 오지 않을 꽃 같은 시간을 집구석에서 보내고 있으려니 너무 슬프다는 둥 온갖 푸념들을 쏟아내느라 정신이 없었다. 적당히 끊고 집에 가려는데 갑자기 본인들이 케이크를 만들었다며 꼼짝 말고 앉아 있으란다. 평소 요리 따위는 큰 관심이 없어 보이던 동생들이기에 눈 딱 감고 한 입만 먹고 얼른 일어나야지 다짐했다. 그런데 이게 무슨 일인지 정성 가득한 모양새에 맛까지 눈이 번쩍 뜨였다. 요즘 SNS에서 어느 프랜차이즈의 케이크를 모방해 직접 만들어 먹는 것이 얼마나 핫(?)한데 언니는 이런 것도 모르냐며 무시 아닌 무시를 당했다. 이 모양과 맛을 내기 위해 유명 브랜드 쿠키와 휘핑크림을 정성스럽게 한 땀 한 땀 쌓아 올려야 최종 완성이 된다는 고충으로 다시 이야기는 시작되었고, 그러고도 모자라 5분도 넘는 시간동안 팔이 떨어져라 400번 이상 저어야 제대로 된 모양을 만들 수 있다는 '달고나커피'의 황금비율을 알려주겠다며 수다 2차전을 펼쳤다.

코로나19 여파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길어지면서 자발적인 자가격리 상태에서 적지 않은 시간을 들이더라도 나름의 재미와 보람을 찾을 수 있는 일들에 사람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예전에는 어르신들이 할 법한 콩나물이나 대파를 키워 직접 요리해먹는 일이라던가 자수, 초상화그리기 등 취미생활도 늘어난다고 한다. 어린이집·유치원·학교의 개원·개학이 늦어지면서 아이들을 집에서 돌봐야 하는 부모들의 '아무놀이 챌린지'도 있다고 한다. 어느 기사에 보니 새싹재배기와 채소씨앗, 퍼즐 등의 제품 판매량이 많게는 전년 동기 대비 954%까지 증가한 경우도 있다고 하니 단순히 몇몇의 일은 아닌듯하다.

강원도 감자가 불러일으킨 지역 농산물 온라인구매도 그 중 하나이다. 유명 아이돌 BTS 콘서트 티켓팅보다 어렵다는, PTS(POTATOS)를 구하기 위한 포켓팅 성공기가 한동안 전국을 뜨겁게 달궜다. 포켓팅에 이어 오징어 판매로 이어진 오켓팅 유행, 그리고 지자체마다 열을 올리고 있는 '친환경 농산물 꾸러미'까지 아직도 그 열기는 끝나지 않은 듯하다. 코로나19로 변화된 일상 속에서 평소에는 관심이 적었던 지역 농산물에 대한 흥미와 함께 구매를 성공한 경우의 희열과 실패한 경우 내일을 기약하는 불타는 승부욕까지, 작은 일상 하나하나가 이전과는 달라진 느낌이다.

누구도 원하지 않은, 또 갑작스러운 일상의 변화로 여기저기에서 피로감과 경제적인 시련을 겪고 있다. 지금 현재 어렵지 않은 국민이 없고, 그 파장 역시 예측하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그런 달라진 상황과 함께 새로운 문화, 새로운 사회의식이 떠오르고 있다. 새로운 산업들도 함께 말이다.

누군가는 비접촉·비대면(untact) 소비, 나홀로족, 집콕족 등으로 개인주의 문화가 확산될 것을 우려하지만, 한편으로는 마스크쓰기 운동이나 생필품 사재기 없는 나라로 위기 극복에 전 국민이 적극 동참하는 사회적 분위기에 전 세계가 놀라는 곳이 바로 우리나라다. 또한 'K-방역'으로 불리며 전 세계에서 극찬을 하고 있는 '드라이브스루 선별진료소' 등 감염병 대응 시스템이나,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데이터와 GPS를 활용하여 실시간으로 마스크 재고 정보를 알려주는 앱, 자가격리 앱 등 정부의 노력은 물론이고, 3초면 확인된다는 인공지능 기반의 폐 질환 판독 솔루션을 전 세계에 무료로 공개한 국내 기업까지 있다. 위기에 강한 우리나라의 저력은 아직 못 보여준 부분이 더 많을 것이다.

'일상'이라고 표현되지만 새로운 날들이 시작된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는 익숙한 '과거'에서 벗어나 완전히 다른 세상이 될 것이라는 예측이 곳곳에서 나온다. 생존을 걱정해야 하지만 그것을 극복하는 일들이 시련이 아닌 400번 힘차게 저어 만드는 달고나커피와 같은 달콤한 희열로 이어질 수 있도록 새로운 아이디어들이 퐁퐁 튀어나오길 기대한다. 나에게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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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일보가 만난 사람들 - 단양교육지원청 김진수 교육장

[충북일보] 몇 년동안 몰아친 코로나19는 우리 나라 전반에 걸처 많은 염려를 낳았으며 이러한 염려는 특히 어린 아이들에게 실제로 학력의 위기를 가져왔다. 학력의 저하라는 위기 속에서도 빛나는 교육을 통해 모범 사례로 손꼽히는 단양지역은 인구 3만여 명의 충북의 동북단 소외지역이지만 코로나19 발 위기 상황에서도 잘 대처해왔고 정성을 다하는 학교 지원으로 만족도도 최상위에 있다. 지난 9월 1일 자로 단양지역의 교육 발전에 솔선수범한 김진수 교육장이 취임하며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고 있다. 취임 한 달을 맞은 김진수 교육장으로부터 교육철학과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과 단양교육의 발전 과제에 대해 들어 본다. ◇취임 한 달을 맞았다, 그동안 소감은. "사자성어에 '수도선부(水到船浮)'라는 말이 있다. 주희의 시에 한 구절로 강에 물이 차오르니 큰 배도 가볍게 떠올랐다는 것으로 물이 차오르면 배가 저절로 뜨더라는 말로 아무리 어렵던 일도 조건이 갖춰지면 쉽게 된다는 말로도 풀이할 수 있다. 교육장에 부임해 교육지원청에서 한 달을 지내며 교육장의 자리가 얼마나 막중하고 어려운 자리인가를 느끼는 시간이었다. 이렇게 어렵고 바쁜 것이 '아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