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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은영

충북도 바이오정책과장

어느 순간 ‘돕는다’라는 단어가 낯설어질 때가 있다. ‘잘 되도록 힘을 보탠다’는 뜻을 가진 ‘돕다’라는 말은 참 따듯한 단어인데 오늘따라 된소리의 강압적인 발음에 흠칫 놀라게 된다.

최근 읽은 책 중에 이런 일화가 나온다. 지하철 역 안에 휠체어를 탄 여자가 등장한다. 그 여자는 지하철을 타려 한 층을 내려가기 위해 휠체어리프트를 타려하는 순간, 근처를 지나던 남자 한 명이 큰 소리로 “여기 이 아가씨를 좀 도와줍시다!”라고 외치며 남자 몇 명을 이끌고 여자에게 다가온다. 손사래를 치며 괜찮다 거부했지만 이미 남자들은 휠체어를 번쩍 들어 계단을 성큼성큼 내려가고 여자는 흔들거리는 휠체어와 주변 사람들의 시선에 울상이 되어버린다.

이런 기사를 본 적도 있다. 미국 어느 산맥을 찾은 등산객들이 멀쩡하게 잘 뛰놀던 아기사슴을 발견, 어미에게 버려졌다고 착각하고 자신들의 차에 태워 근처의 동물보호소로 데려갔다. 하지만 그 보호소는 야생동물을 치료하거나 지속적으로 보호하지는 않는 곳이라서 결국 그 아기사슴을 안락사 시키는 것으로 결정했다고 한다.

이렇게 과도한 친절과 어설픈 도움으로 오히려 상대방을 곤경에 빠뜨리거나 안 하니만 못한 결과를 낳는 경우들이 있다. 반면 이와는 반대로 해야 할 일을 하지 않거나 본인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아 문제가 생기는 경우들도 만만치 않게 생긴다. 아니면 어쩔 수 없이 사과를 하는 꼼수를 부리거나. ‘본의 아니게’, ‘유감이다’ 등의 단어를 사용하면서 말이다.

올해 초부터 우리도는 바이오의약 분야로 규제자유특구를 준비해왔지만 최근 보류 통보를 받았다. 우리가 진행하려 했던 사업은 현재 개발중이지만 안전성이 확인된 자가유래 자연살해세포 면역세포치료제를 대체치료가 불가능한 환자들에게 판매할 수 있도록 허가해달라는 임시허가(현재 일본이나 중국에서는 별도의 허가절차 없이 의사의 판단 하에 병원에서 시술 가능)와 규정이 불명확한 식물체 기반의 바이오의약품에 대한 임상시험을 해외 규정을 준용하여 허용해달라는 실증특례 두 건이었다. 임시허가는 안전성과 효능이 확보되지 않은 제품 사용을 허가하기 위해서는 폭넓은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는 이유로, 실증특례는 관계부처인 식품의약품안전처(이하 식약처)가 연말까지 관련 가이드라인을 만들어주겠다는 이유로 특구 지정 논의가 중단되었다.

특구지정을 준비하던 중 우리는 계획서 작성이나 전문가회의 대응을 위해 기업관계자와 수시로 통화하고 미팅을 가졌다. 심지어 기업관계자가 해외출장 중인데도 연락을 이어나갈 정도였으니 말 다했다. 그것도 모자라서 회의에 함께 참석해서 의견을 개진해 달라 요청도 드리면서 연 초부터 최근까지 귀찮게 했다. 우리도 우리지만 식약처도 손을 얹었다. 처음 실증특례와 관련해 협의를 갔을 때 식약처에서는 규정이 제대로 되어 있지 않음을 확인해주었지만 특구 논의가 진행되면서부터 기업관계자에게 특구로 진행하기보다는 다른 방법을 권유하기도 하고 최종적으로는 연말까지 가이드라인을 만들 예정이므로 특구 지정은 불필요하다고 이야기해 기업 관계자와 우리를 허무하게 만들었다.

규제자유특구의 취지는 규정이 없거나 미비하여 기업이 사업을 추진하기 어려운 경우 지역을 한정하여 새로운 방법을 시도해보고 추후 그 결과를 참고하여 규정을 정비하고자 함이다. 그런 점에서 기업 관계자는 물론 전문가회의에 참석한 여러 전문가들도 과연 연말까지 가이드라인을 만들 수 있을지, 만든다고 해도 실질적으로 적용가능한 제대로 된 규정이 나올지 당황과 걱정의 표정은 아직도 잊을 수 없다.

기업을 도와보겠다고 움직였던 것이 오히려 기업에게 방해만 된 기분이라 한없이 죄송한 마음이다. 전화위복으로 연말까지 규정이 잘 만들어져 특구를 지정하는 것보다 더 빨리 사업할 수 있지 않겠냐며 오히려 위로해주시는 기업인들의 말씀이 더 아프기까지 하다.

공무원으로서 업무에 대한 무게감을 다시 한 번 느낀다. 공자(孔子) 할아버지가 말씀하시길 ‘過則勿憚改(과즉물탄개)’, 즉 잘못이 있으면 고치기를 주저하지 말라 하셨다. 주저할 틈이 없다. 어설픈 도움으로 방해하는 일은 이제 그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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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일보가 만난 사람들 - 단양교육지원청 김진수 교육장

[충북일보] 몇 년동안 몰아친 코로나19는 우리 나라 전반에 걸처 많은 염려를 낳았으며 이러한 염려는 특히 어린 아이들에게 실제로 학력의 위기를 가져왔다. 학력의 저하라는 위기 속에서도 빛나는 교육을 통해 모범 사례로 손꼽히는 단양지역은 인구 3만여 명의 충북의 동북단 소외지역이지만 코로나19 발 위기 상황에서도 잘 대처해왔고 정성을 다하는 학교 지원으로 만족도도 최상위에 있다. 지난 9월 1일 자로 단양지역의 교육 발전에 솔선수범한 김진수 교육장이 취임하며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고 있다. 취임 한 달을 맞은 김진수 교육장으로부터 교육철학과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과 단양교육의 발전 과제에 대해 들어 본다. ◇취임 한 달을 맞았다, 그동안 소감은. "사자성어에 '수도선부(水到船浮)'라는 말이 있다. 주희의 시에 한 구절로 강에 물이 차오르니 큰 배도 가볍게 떠올랐다는 것으로 물이 차오르면 배가 저절로 뜨더라는 말로 아무리 어렵던 일도 조건이 갖춰지면 쉽게 된다는 말로도 풀이할 수 있다. 교육장에 부임해 교육지원청에서 한 달을 지내며 교육장의 자리가 얼마나 막중하고 어려운 자리인가를 느끼는 시간이었다. 이렇게 어렵고 바쁜 것이 '아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