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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은영

바이오산업과장

대학 시절 이맘때쯤이었다. 기말고사 기간이라 엄청난 경쟁을 뚫고 어렵사리 도서관에 자리를 잡았다. 친구와 오늘은 밤을 새워보자는 강한 다짐까지도 하고 말이다. 하지만 공부의 첫 시작은 뭐니 뭐니 해도 든든한 뱃속 아니겠는가. 이런 합리화에 시작된 저녁식사는 '든든함'을 넘어 오히려 과식이 되어 이대로 도서관에 들어가면 졸릴꺼라는 또다른 합리화로 어쩔 수 없이 캠퍼스 주변을 산책하게 되었다. 시험은 저리가라 수다를 떨며 돌고 돌다보니 멀리 대형 스크린과 함께 불빛이 보여 신나게 그곳을 목적지로 하고 걸어갔다. 도착한 그곳은 다름 아닌 '자동차극장'. 우리는 주인아저씨의 시야를 벗어난 공터 한쪽 구석에 자리를 잡고 앉아 무성영화처럼 소리 없이 화면만 연신 돌아가는 상황에 서로 주인공을 하나씩 맡고 대사를 꾸며대며 낄낄거렸다. 나름 분위기 있는 영화를 코미디영화로 만들어버린 끝에 영화 엔딩까지 보고 그 자리를 일어섰다. 뭐 그 다음날 시험 성적은 말해 뭐할까.

자동차극장은 그 뒤로 몇 번 더 가보기는 했지만 영화관의 안락한 의자와 점점 더 커지는 스크린을 따라갈 수 없기에 그다지 선호하지 않는 곳이었다. 하지만 최근의 코로나 사태에 나름 유일한 낙이었던 영화관을 가기가 좀 꺼려지다보니 우리시대 '드라이브 인' 방식의 선두주자였던 자동차극장에 다시 눈길이 간다.

코로나 사태로 변화된 일상에 비대면 문화에 대한 새로운 시도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지난 3월 청주시립도서관에서 진행했던 '북 드라이브 스루' 서비스(미리 대출희망도서를 예약해두고 정해진 날짜에 도서관 주차장에서 수령하는 방식)도 나에게는 신세계였다. 또 최근 국내 방송 중 해외 버스킹을 도전하는 프로그램에서는 국내 한 공원 공터에서 '거리두기 버스킹'을 하고 관객들은 차에서 공연을 감상하는 새로운 컨셉의 '드라이브 인 콘서트'를 시도했다. 오프라인 공연과는 다르게 차량의 깜빡이와 경적을 울려 박수를 대신하고 휴대폰 불빛으로 환호를 하는 광경은 공연을 하는 가수들에게도, 또 관객들에게도 새로운 경험이었을 것이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야외공간을 활용한 드라이브 인 형태 공연을 시도한다는 소식을 종종 접할 수 있는 것을 보면 이제 이런 시도가 일상이 되는 현실에 있다는 것을 실감하게 된다.

우리 업무에서도 마찬가지다. 올해 15회차를 맞은 <바이오 코리아 2020>도 지난 5월 개최 이래 처음으로 전시장이 아닌 온라인 공간에 펼쳐졌다. 국내 처음으로 시도된 온라인 비대면 컨벤션이었다. 전 세계 유례없는 팬데믹 상황에 상반기 많은 바이오 행사들이 줄줄이 연기되거나 취소되면서 우리 역시도 행사 취소를 심각하게 고민했지만 기업들이 나설 자리가 없어져가는 것은 너무 안타까운 일이었다. 하지만 코로나 사태가 심각해진 4월, 행사 시작을 한 달 여밖에 남기지 않은 시점인데다가 첫 시도라는 부담감은 지금도 다시 돌아가고 싶지 않을 정도다. 기업들마다 3D 가상전시관을 만들고, 컨퍼런스는 연사들의 현장발표대신 동영상을 촬영해야 했고, 기업 간 미팅은 사전 스케줄 협의와 화상시스템을 구축해야 하는 등 여러 준비가 필요했다. 이전보다 참여가 저조하면 어쩌나 기대보다는 걱정이 더 앞섰는데 행사 첫 날부터 1만 2천 명 동시접속으로 홈페이지가 다운되는 등 뜨거운 관심이 쏟아졌다. 비즈니스 기회에 목말랐던 기업인들에게는 새로운 시도의 시행착오를 걱정하기보다는 기회의 창으로 여겨졌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우리에게는 아직 많은 행사들이 남아있고, 행사 각각의 성격상 모두 비대면 형태로 전환하는 일은 불가능하다. 애정을 담고 준비하던 행사들이 우리가 어찌할 수 없는 환경에 축소되거나 새로운 방식을 고민하거나 아니면 심각하게는 취소까지도 고려해야 하는 상황에 놓여있다. 상황이 좋아지지 않을까하는 기대도 해보지만, 언제나 최악의 상황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위기의 코로나 시대, 새로운 미래가 온다. 기존의 방식을 포기한다는 슬픈 표현보다는 이 위기상황을 극복할 수 있는 보다 능동적이고 긍정적인, 또 재미있는 방향이 나올 수 있기를 기대한다. 강릉 단오제가 십 년, 백 년도 아닌 천 년 만에 온라인으로 개최된다고 하고, 머드를 온몸에 바른 외국인들 사진으로 도배되던 보령머드축제도 온라인 개최란다. 패션쇼도 온라인으로 열리면서 단순히 런웨이를 걷는 데에 그치는 게 아니라 실시간으로 판매가 함께 진행된다고도 한다. 그게 되겠냐는 따가운 시선보다 새로운 미래, 새로운 시도들에 새로운 방식으로 박수와 응원을 보내주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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