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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은영

충북도 법무통계담당관

'와인 파인 땡큐 안주?'

와인잡지에 실린 음식배달 앱 '배달의 민족' 광고문구다. 우아함으로 가득 찬 와인잡지에 뜬금없이, 그것도 아무 그림도 없는 흰 바탕에 딱딱한 글씨체로 촌스럽게 말이다.

'배달의 민족'은 이러한 잡지광고를 '잡지테러'라 명명하고 몇 년 째 온갖 잡지에 '테러'를 이어가고 있다. 자동차 잡지에는 '밥 좀 주유소'를, 낚시 잡지에는 '슬플 땐 우럭', 외식잡지에는 '고기 맛이 고기서 고기지'나 '국은 물보다 진하다' 같이.

'배달의 민족'은 그것도 모자라서 매년 '치믈리에 자격시험'도 본다. 배달음식의 대표주자인 치킨을 주제로 필기시험과 미각 테스트를 실시하여 '치킨감별사'를 선발, 인증서를 주는 것이다.

이렇듯 '배달의 민족'은 틀에 박힌 듯 고상하고 엄격한 분위기에서 벗어나 자유와 재미, 파격을 추구하는 'B급 감성'을 내세우며 업계 1위를 달리고 있다. 관습과 당연함, 익숙함을 벗어난 일탈의 승리다.

지난주를 끝으로 종영한 MBC '무한도전'이야말로 'B급 감성'을 통한 일탈의 대명사 아니었을까. '잘난' 사람들의 경쟁이 아니라 '꼴찌'들의 반란과 무한한 도전정신을 가감 없이 보여줬던 프로그램이었다. 특히 '역사×힙합' 콜라보레이션, 봅슬레이나 조정 등 비인기스포츠 종목에 대한 도전들은 진정성 있는 일탈이었다.

위와 같이 재미나 기업 홍보를 위해 일탈을 시도하는 경우도 있지만, 사회 부조리나 관습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일탈도 있다. 대통령 탄핵을 촉구했던 촛불시위, 전 세계적인 미투 운동 확산, 그리고 청와대 국민참여 게시판을 뒤덮고 있는 다양한 청원들도 여기에 포함될 것이다.

스테판 에셀의 '분노하라'라는 책이 있다. 그는 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 나치에 맞서 레지스탕스로 활동했고 이후 인권운동을 이어갔으며, 이 책을 출간할 당시에는 이미 아흔을 넘긴 노인이었다. 하지만 그는 끊임없이 젊은이들에게 여전히 희망을 가지고 '분노'할 것을 호소한다.

'분노'라는 단어의 어감에 거부감이 들지 모르겠다. 하지만 작가가 말하고 싶은 '분노'는 아마도 사회적 관심과 참여, 다양성에 대한 존중, 그리고 변화의 의지 등으로 말할 수 있겠다. 우리가 '당연하다', '익숙하다' 치부한 일들이 사실은 무관심 속에 우리 모두가 피해자로 감내했던 것일 수 있다. 그렇기에 당연한 것은, 또 정해진 것은 없다. 그러니까 일탈하고 '분노'할 일들은 여전히 존재한다.

'공정(公正)사회는 공무원이 정하는(公定) 사회'라는 우스갯소리를 들은 적이 있다. 공무원으로서 부끄러운 말이다. 그런 점에서 앞으로의 공정(公正)사회는 '분노' 사회가 되어야할 것이다. 법·제도와 현실 간의 괴리를 주민들의 관심과 참여로 바로잡는 사회가 그것이다. "법이 이렇게 규정되어 있어 안 된다"고 낙담하지 말고 법과 제도를 다함께 바꿔보자. 그 방향이 '배달의 민족'과 '무한도전' 같은 'B급 감성'과 일탈에서 출발하더라도 대환영이다.

그럼 점에서 충북도는 일상과 산업현장에서 느끼는 불편과 함께 현장의 참신한 해결책을 듣고자 '2018 충북 민생규제 혁신 도민공모전'을 개최한다. 4월 23일까지 우편 또는 이메일로 받는다(신청서식과 자세한 사항은 도 홈페이지 참고). 생활의 불편함에 삐뚤어지고픈 '분노'을 여기에 쏟아보는 것은 어떨까. 단, 단순한 건의나 진정 등 민원은 민원부서로, 무조건적인 떼쓰기는 사양한다.

오늘은 철학자 사르트르의 말로 끝을 맺으려 한다.

"나는 개인으로서 책임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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