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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은영

충북도 바이오정책과장

"내 몸은 내가 제일 잘 안다!"

드라마에서 아픈 아버지와 자식 간의 다툼 끝에 자식들의 말문을 막히게 하는 아버지의 한 마디로 한 때 자주 등장했던 대사다. 이 말이 나온지 얼마 안되어 아버지는 중병에 걸려 쓰러지고 죽기 전 마지막 한 마디에 '너는 내 친자식이 아니다'라든지 '네 진짜 엄마는 누구'라든지 등등 막장드라마를 장식하기도 한다.

나름 드라마에서 반전을 일으키기도 하는 저 대사가 내 인생에서도 위기, 반전, 전환점 등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을 해 본 것은 최근 일이다. 잘 아프지도 않지만 아파도 얼굴에 티가 잘 나지 않다보니 아무도 아픈 것을 알아주지 않아 서운한 나로서는 어린 시절에는 내 건강을 '남이 알아봐주기를' 바라는 때도 있었다. 일부러 콜록콜록 소리를 더 내기도 하고, 게슴츠레 눈을 뜨고 엄마 앞을 왔다 갔다 하기도 하고 말이다. 하지만 나이를 점점 먹어가면서부터는 오히려 반대로 안 아픈 척 하기에 바빠졌다. 게다가 텔레비전에서 쏟아지듯 나오는 온갖 견과류, 건강기능식품 등을 한 주먹씩 먹으면서 오늘도 나를 잘 챙기고 있음을 혼자 자신하기도 하고 말이다. 하지만 최근 가족이나 친척, 직장 동료들이 이런저런 병들로 병원을 오가는 모습들을 보며 과연 내가 나를 제일 잘 알고 있는가 돌아보게 된다.

건강검진을 주기적으로 받지만 경고가 뜨는 수치에 대해 무관심하고, 송년회가 많은 요즘에도 <연말연시 술자리, 건강하게 즐기는 법> 같은 기사는 '뭐 뻔한 내용이겠지'하고 눈길도 안주던 나였다. 제약업계 분들과 식사나 술자리를 할 기회가 종종 있는데 그 분들 역시 나와 별반 다르지 않다는 점에 괜한 자기 합리화를 하기도 했다.

연말이라 그런지 올 한 해를 돌아보는 중에 나와 같은 '막장드라마'를 찍을 위험이 있는 분들과 함께 반성의 시간을 갖고자 한다. '건강은 건강할 때 지키라' 하고 '강한 신체는 강한 정신을 만든다'는 군대에서 외칠 법한 이야기들도 떠오르지만, 오늘은 연말이니만큼 직구보다는 변화구를 던져보고자 한다.

이하석 시인의 <이미 알고 있는 것들에 대한 무지>라는 시가 있다.

"…이미 알고 있는 것들에 대한 무지로 뒤척이는 밤./ 숲 안의 어둠이 부화한 새들 / 날아올라 / 달 켜든 하늘 덮는 게 보인다."

하루가 저무는 밤이나 지금과 같은 연말엔 이 시의 느낌이 다르게 온다. 이미 그 제목만으로도 그렇다. 잘 알고 있거나 알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상 아닌 것 중 일등은 '건강'이다. 건강은 늘 고민이고, 또 우리의 일상이고 또 평생 가장 오래 챙겨야 할 일인 만큼 그에 대해 무지한 나를 반성하며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리셋 버튼을 눌러본다.

올해 서점을 돌다 보면 '노력충'에 대한 비판과 '대충대충 대강 살자'는 취지의 책들이 많이 눈에 띄었다. 젊은 세대가 놓인 사회환경과 분위기를 반영했다지만 나로서는 뭔가 씁쓸한 느낌이었다. '열심히'사는 것과 '대강'사는 경우의 결과가 어떻게 달라질지는 아무도 예측할 수 없다. 하지만 '열심히' 산다는 것은 나에 대한 관심과 기대, 그리고 내 체력이 따라주는 한 더 많은 것을 경험해보고자 하는 마음이라고 한다면 나는 나를 위해 '열심히' 살아보고자 한다. 그 첫 시작을 '건강한 삶'으로 정했다.

"Yesterday is history. Tomorrow is a mystery. Today is a gift. That's why it is called 'the present'."

영화 <쿵푸팬더>에 나오는 대사다. 새해를 맞이하는 새로운 시작에 오늘을 아끼며 나를 위해 건강하게 살자는 식상한 다짐을 해본다. 더불어 모두들 내년에도 건강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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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현우 충북도체육회장, "재정 자율화 최우선 과제"

[충북일보] 윤현우 충북도체육회장은 "도체육회의 자립을 위해서는 재정자율화가 최우선 과제"라고 밝혔다. 윤 회장은 9일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지난 3년 간 민선 초대 도체육회장을 지내며 느낀 가장 시급한 일로 '재정자율화'를 꼽았다. "지난 2019년 민선 체육회장시대가 열렸음에도 그동안에는 각 사업마다 충북지사나 충북도에 예산 배정을 사정해야하는 상황이 이어져왔다"는 것이 윤 회장은 설명이다. 윤 회장이 '재정자율화'를 주창하는 이유는 충북지역 각 경기선수단의 경기력 하락을 우려해서다. 도체육회가 자체적으로 중장기 사업을 계획하고 예산을 집행할 수 없다보니 단순 행사성 예산만 도의 지원을 받아 운영되고 있는 형국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보니 선수단을 새로 창단한다거나 유망선수 육성을 위한 인프라 마련 등은 요원할 수 밖에 없다. 실제로 지난달 울산에서 열린 103회 전국체육대회에서 충북은 종합순위 6위를 목표로 했지만 대구에게 자리를 내주며 7위에 그쳤다. 이같은 배경에는 체육회의 예산차이와 선수풀의 부족 등이 주요했다는 것이 윤 회장의 시각이다. 현재 충북도체육회에 한 해에 지원되는 예산은 110억 원으로, 올해 초 기준 전국 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