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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4.11.24 11:09:32
  • 최종수정2014.11.24 11:09:29

윤상원

영동대학교 발명특허학과 교수·사단법인 한국발명교육학회 회장

 개구리 한 마리가 도로 위를 폴짝폴짝 뛰어갔다. 막무가내였다. 자동차들이 줄지어 달려왔다. 달려오던 자동차 한 대가 개구리를 덮쳤다. 미처 피하지 못하고 밀고 지나갔다. 개구리의 형체는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크게 훼손되었다. 개구리 사체는 도로 사방으로 흩어졌다. 뒤따라오던 자동차의 바퀴 아래로 또 빨려들어 갔다. 주검 위로 자동차 바퀴는 무심히 굴러갈 뿐이었다. 금세 사체 위에는 금파리들이 득실거렸다. 시간이 지나면서 사체는 납작하게 말라 비틀어져 가루가 되어갔다. 이내 먼지가 되어 조용히 사라졌다. 허망한 죽음이었다. 단지 개구리는 도로 위를 침범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처참한 죽임을 당했다.

도로 위에서 죽어가는 생명붙이들은 다양하다. 너구리, 다람쥐, 고라니, 노루, 멧돼지, 토끼, 두꺼비, 쥐, 오소리, 고슴도치, 호랑지빠귀, 직박구리, 족제비, 꿩, 유혈목, 멧비둘기, 삵, 청설모, 까치, 누룩뱀, 개구리 등. 그밖에 개와 고양이 등 반려동물들도 수두룩하다.

생명붙이들의 고향은 원래 흙이다. 불의의 객사(客死)로 그들은 고향을 잃었다. 생명붙이들의 영혼은 어찌한단 말인가· 지금도 도로 위에는 죽어가는 생명붙이들의 주검이 즐비하다. 도로는 생명붙이들에겐 사선(死線)이다.

생명붙이들의 무덤인 도로가 날이면 날마다 생긴다. 그 덕분에 대한민국은 교통대국으로 자리매김했다. 세계 최고 수준이다. 그러나 명절이나 휴가철 때만 붐비고, 연중 한가한 도로들이 너무 많다. 그런데도 도로는 끊임없이 탄생한다. 선거철만 되면 숱한 후보들은 도로 증설을 으뜸 공약으로 내건다. 고속도로는 대통령선거용, 국도·지방도는 지방선거용 공약이라는 말이 회자(膾炙)된 지 오래다.

도로는 큰 산을 뚫어버린다. 숲을 밀어낸다. 고향 마을을 뭉개 버린다. 도로는 하나같이 직선 형태다. 거침이 없다. 옛날 길은 곡선이었다. 사람들은 자연이 만든 곡선 길을 직선으로 폈다. 직선은 빠르다. 그러니 직선도로는 사람들에게 편리함을 선사했다. 하지만 직선도로는 자연을 죽이고 생명붙이들을 위협하는 존재로 등극했다. 아스팔트 직선 도로가 여기저기 생기면서 생명붙이들의 서식처는 망가졌다. 그동안 무분별한 도로건설은 인재(人災)를 낳았다. 도로는 사람들에게는 빠른 소통로이지만, 생명붙이들에게는 단절이다.

생명붙이들이 어디든 갈 수 있는 푹신한 흙과 풀로 된 오솔길은 막혀 버렸다. 생명붙이들은 먹이를 쫓으러, 새끼를 낳으러, 동면을 취할 자리를 찾으러, 자동차가 쌩쌩 달리는 아스팔트 길을 건널 수밖에 없다. 그들은 목숨을 건 길고도 짧은 여행을 떠난다. 그리고 아스팔트 길 위에서 처참하게 죽어간다. 지금 이 순간에도 진행형이다. 이들을 보호할 동물 변호사는 왜 없는 것일까. 더불어 사람도 죽어가고 있다.

전문가들은 '생태통로'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실상(實狀)은 남 이야기다. 따로 놀고 있는듯하다. 생태통로는 산의 급경사에 설치돼 있어 야생동물 접근이 힘들다. 야생동물의 이동흔적이 드물다. 사람들의 통로나 등산로로 이용되고 있는 정도다. 우리나라의 자연환경과 동물의 생태적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유럽 선진국 냄새가 짙다. 그런 것은 원래 베끼는 게 아니다. 나랏돈은 제대로 써야 한다. 그래야 국민도 편하고, 생명붙이들의 무의미한 죽음도 막을 수 있는 것이다. 대충 대충은 생명붙이들을 또 한 번 죽이는 꼴이 된다.

생명붙이들이 살지 못하는 땅은 인간도 결코 살 수 없는 법이다. 생명붙이들은 태초부터 이 지구에 살고 있던 생명이자 주인이다. '어제 아침에는 그 길을 건너오던/오소리 한 마리 승용차에 치어 죽었고/어젯밤에는 그 길을 건너가던/토종 다람쥐 한 마리 화물트럭에 받혀 죽었다/오늘 아침에는 그 길 위에서/술 취한 버스가 젊은 사람을 죽였다/사람이 만든 길이 착한 생명을 죽인다/사람이 만든 길이 사람을 죽인다/사람이 사람을 죽이는 사람의 길이/직선으로 달려가고 있다' 정일근 시인의 '로드 킬'이다. 오늘따라 모든 생명붙이들의 가련함이 새록새록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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