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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상원

영동대학교 발명특허학과 교수(사단법인 한국발명교육학회 회장)

얼음이 얼기 시작하고 첫눈이 내린다는 소한(小寒)이 지났다. 모든 농사일이 갈무리되는 시점이다. 몸이 쉽게 움츠러들기 쉬운 이 겨울, 흥미 만점의 눈요깃감이 어디 없을까·

아마도 농촌 들녘 여기저기에 즐비하게 널려져 있는 하얀 비닐 덩어리만 한 게 없을 것이다. 추수가 끝난 요즘, 볏단을 쌓은 볏가리는 거의 찾아볼 수 없다. 오직 하얀 비닐 덩어리만 가득하다. 둥근 원통 모양으로 듬성듬성 서 있거나 누워있는 모습이 생소하기만 하다.

사람들은 이 광경을 보고 "솜사탕 같다" "폐비닐 말아 놓은 것 같다" "외계 물체 같다"등등 저마다의 응답이 참 다양하다. 상상의 나래를 펼치는 모습이 동심의 세계에 온듯하다. 흰 비닐 덩어리로 만든 광고 소품(小品)까지 등장했다. 기발하고 재미있어 웃음이 저절로 나온다. 모두가 이색적으로만 느껴진다.

이 비닐 덩어리의 정식 명칭은 '곤포 사일리지(Baling Silage)'이다. 그 외에 '원형 볏짚 · 마쉬 멜로우 · 사일리지 · 원형 곤포 사일리지 · 볏짚 곤포 사일리지 · 생 볏짚 원형곤포 · 담근 먹이'등으로 불린다. 모두 볏짚을 압축해 만든 곤포에다 다시 비닐로 밀봉한 가축용 숙성사료를 뜻한다. 농촌에서는 아직 정확하게 정착된 이름이 없다고 한다.

초등학생 키 정도의 높이에, 무게는 한 덩어리에 400~500kg 정도. 곤포를 밀봉시키고 유산균을 안에 넣으면 1~2개월 후에 적당히 발효되어 영양가 높고 부드러운 볏짚 사료가 된다. 소를 위한 김장독인 셈이다.

곤포 사일리지는 도입되자마자 유통이 편리하고 저렴하다는 장점 덕분에 축산 농가 사이에서 빠르게 퍼지기 시작했다. 현재 곤포 사일리지는 조사료(粗飼料 : 건초나 짚처럼 섬유질이 많은 사료)생산에 획기적인 전환을 가져온 기술로 정부의 농기계 보급과 재배면적의 확충으로 사용량이 점차 늘어가는 추세다. 대부분의 벼 재배농가들은 볏짚을 팔아 부 수익을 올리고, 축산 농가는 좋은 조사료를 쉽게 확보할 수 있어 서로에게 도움이 된다고 한다. 소소하게 생각했던 볏짚이 '곤포 사일리지'로 재탄생되는 모습에, 변화하는 농촌의 숨결이 느껴진다.

과거 어린 시절, 볏짚은 우리에게 어떤 존재였을까· 추수를 마친 이맘쯤이면 빈 들녘엔 볏가리가 여기저기 쌓여있었다. 짚단은 겨울철 땔감이었다. 집 지을 때 볏짚 이엉으로 지붕을 덮었다. 흙벽을 칠 때에도 볏짚을 잘게 썬 짚여물을 섞어 사용했다. 잡목이나 수숫대를 엮는 데에도 볏짚으로 꼰 새끼를 썼다. 초가집 구석구석에 채워졌던 볏짚은 한여름의 뜨거움을 덜어 주고, 겨울에는 온기를 잡아주었다. 잠자리 만드는 일등공신이었다.

게다가 볏짚으로 새끼도 꼬고, 일 년 먹을거리인 메주도 엮어 매달았다. 짚신으로 길을 가고, 멍석으로 자리를 깔고, 도롱이로 비를 피했다. 온갖 부정을 막기 위해 마을 입구나 대문에 볏짚으로 만든 금줄을 쳤다. 모든 일상생활의 해결사였다.

심지어 볏짚은 맛을 창조하는 마술사였다. 홍어의 톡 쏘는 맛도 켜켜이 집어넣은 볏짚 덕분이었다. 특유의 고린내 나는 청국장의 맛도 볏짚의 천연 효모가 있어 가능했다. 볏짚은 돼지 기름기를 빼내면서 고소한 향취와 함께 쫄깃한 질감을 탄생시킨다.

구미가 당긴다. 오늘만큼은 저 멀리 곤포 사일리지가 보이는 초가집에서, 볏짚으로 빚어낸 삼겹살을 구어 맛깔나게 먹으면서, 볏짚의 '재탄생'을 또 기다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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