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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4.03.16 14:32:12
  • 최종수정2014.03.16 14:32:01

윤상원

영동대학교 발명특허학과 교수·사단법인 한국발명교육학회 회장

날마다 불안해서 잠을 청할 수 없었다. 밥은커녕 물 한 모금도 안 넘어갔다. 계속해서 잠 못 이루는 밤들이 이어졌다. 몇 년 전 살처분 했던 악몽이 자꾸 되살아났다. 우리 농장의 멀쩡한 오리들이 또 살처분 당할까 봐 두려웠다.하루하루 눈물로 기도하고 있었다.

어느 날 머리에서 발까지 흰색 복장을 하고 마스크를 쓴 몇 명의 사람들이 찾아왔다. 결국, 수천 마리를 그대로 살처분 해야만 했다. 하늘이 노랬다. 그들은 죽음을 부르는 저승사자처럼 보였다. 오리들은 쌀 포대 크기의 마대자루에 아무렇게나 구겨 넣어졌다. 오리들은 부리로 구멍을 뚫고 뛰쳐나오려고 발버둥 쳤다. 마대에 잡아넣는 순간 도망쳐 나오는 놈도 있었다. 아비규환이었다. 바닥에는 꿈틀대는 포댓자루가 여기저기 널려 있었다. 굴착기는 아가리를 벌려 삽시간에 구덩이 안으로 흙을 퍼부었다. 땅 위에는 한 마리도 보이지 않았다. 농장 전체가 순간 잠잠해졌다. 작업을 마친 사람들의 얼굴은 싸늘하고 어두웠다. 생지옥이 따로 없었다.

짧은 평생을 그저 '고기'로만 취급당하며, 날개 한 번 제대로 펴보지도 못하고 이유도 없이 그렇게 갔다. 오리들은 자식이나 다름없었다. 지금도 그 순간을 생각하면 피눈물이 나온다. 가슴이 저려온다. 애지중지(愛之重之)하던 오리 모습이 눈에 선하다. 죄 없는 생명을 산 채로 묻어버린 죄책감과 공포심에 잠을 이루지 못한다. 속이 타들어 간다. 오리와 같이 구덩이에 파묻히고 싶은 심정뿐이다. 살처분한 구덩이 쪽을 쳐다보는 것조차 두렵고 겁난다.

옆 동네에서는 가스를 주입해 단 몇 분 만에 '질식 처리'했다고 한다. 역시나 너무 끔찍하다. 그야말로 가금류의 대학살인 셈이다. 급기야 조류인플루엔자 발생지역 반경 3㎞ 내의 닭과 오리들은 모조리 죽어 나가고 있다. 그것도 모자라 이제는 10㎞까지 확대되고 있다. 방역 당국도 적극적 살처분만이 가장 효율적인 방법으로 생각하는 모양새다.

'예방적 살처분'이라는 핑계로 이뤄지는 잔혹한 동물 살육에 분통이 터진다. 정부의 근본적인 대책이 뭔지 모르겠다. 최근 음성군에는 반경 3㎞ 위험지역에 포함된 타조 수십 마리를 가차 없이 살처분 했다는 소식도 전해진다. 가금류의 씨를 미리 말려버리자는 처사인지도 모른다. 그 생명이 불쌍해서 눈물짓지 않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내 눈에는 비인도적이고, 반생명적이고, 비과학적인 살처분으로 밖에 안 보인다.

그나저나 보상은 언제쯤 나올지 긴 한숨부터 나온다. 앞으로 이 농장을 다시 일으켜 세울 수 있을까· 자신감이 없다. 지금은 참담하고 허탈할 뿐이다. 오리농장 운영하면서 얻은 대출이자도 부담스러운데, 이번 살처분으로 빚만 더 늘어 몸과 마음이 황폐화해져만 간다. 그동안 오리는 우리 가족들에게 희망이었고, 자식 교육에 일등 효자였다. 그러나 이제는 오리농장 기반이 사실상 붕괴되었다.

이런 상황에서 인체 감염 위험이 없고, 고기도 끓여 먹으면 안전하다고 거듭 강조하는 정부와 언론의 태도에 분노와 좌절감만 생긴다. 거기에다 오리고기에 대한 소비가 크게 위축되지 않았다는 뉴스는 더욱 자괴감마저 들게 한다. 누굴 위한 정책인지 도통 모르겠다. 세상이 무서워졌다. 조류인플루엔자가 빨리 지나갔으면 좋겠다. 오리농장주인들의 고통스럽고 눈물겨운 모습이 싫다. 그래도 시간은 흘러 완연한 봄날이다. 생명의 탄생을 알리는 따스한 이 봄날도, 동시에 살처분 될까 두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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