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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규

상당고등학교 교장

모처럼 직원들과 문의로 해서 가덕을 돌아오는 30여 km 길을 자전거로 탔다. 코스모스랑 백일홍을 지나치며 피부에 와 닿는 가을바람이 싱그러웠다. 저녁 화제는 어렸을 적 자전거에 관련된 추억들이었고, 모두들 요즘은 자전거가 아니라 자전차라고 입을 모은다.

필자가 어렸을 적 선친께서 마을 이장을 본 때문에 근동에서는 제일 먼저 자전거를 갖게 되었다. 국민학생은 자전거 체대 사이로 발을 넣어 타고, 중고생 이상 어른들은 자전거를 길옆 논바닥에 처박으면서도 아무튼 동네 사람들은 모두 우리 자전거로 타는 법을 익힌 소중한 자전거였다.

중학교에 입학하니 언감생심 버스 값도 문제려니와 배차 시간 때문에 자전거 통학을 하게 되었다. 마침 면 농협에 근무하던 아저씨가 서울로 영전 기념이라며 타시던 자전거를 내게 준 덕분이니 지금도 고맙게만 여겨지는 분이시다. 등교 길은 작은 산 두 개를 넘고, 공동묘지 하나에 비오는 날이면 애기울음소리까지 나는 듯 무섭기만 했던 애장(애기 무덤)을 한 곳 지나야 하는 40여분의 고단하고도 으스스한 여정이었다. 그런데 논도랑 길로 가다보면 불가피하게 도랑물을 건너는 곳이 두 곳 있는데, 여기서는 자전거가 상전이 된다. 정작 주인은 다리를 걷어붙이고, 신발을 목에 건 뒤에 자전거가 물에 닿아 녹이 나지 않도록 어깨에 메어 건너니, 주인은 물에 빠지면서도 내 자전거만큼은 물에 젖어 녹슬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는 것이다. 이는 물이 얼을 때까지 삼 계절 동안 매일같이 아침저녁으로 벌어지는 풍경이었다. 토요일은 또 어떤가. 학교 앞 자전거포 주변에는 수십 명의 자전거 등교 학생들이 자기의 자전거를 살피는데, 먼저 흙을 턴 뒤에 기름걸레로 체대를 닦고 림은 물론 자전거 살까지 반들반들 윤나게 닦고 와이어와 조인트 부위에 기름칠까지 충분히 하여 다음 일주일을 찬찬히 준비한 뒤에야 마음 가볍게 집으로 향한다.

이런 나의 안목으로 보면, 요즈음 길가에 아무렇게나 버려진 자전거가 그리 아까울 수 없다. 저 자전거 한대만 있었으면 우리 친구들이 그 머나먼 길을 도보로 통학하지 않아도 되었는데. 그 친구들이 어려운 가정 형편에 감히 자전거 사 달란 말도 못하던 귀한 놈이 길거리에 내팽개쳐진 채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는 사이에 비와 이슬로 녹 슬어가고 있다.

이제는 여가 레저용으로 기십 만원도 아니요 그것도 천만 원을 호가하는 티타늄 자전거가 등장했다. 두 어깨로 짊어져도 힘에 부치던 자전거가 이제는 초경량 화되어 한손으로도 번쩍 드는 것이 태반이다.

연전에는 등골브레이커로 패딩점퍼, 가방, 신발, 그리고 아이폰 등이었는데 지금은 고가의 자전거가 포함되었단다. 고속주행용인 로드나 변속기어 없이 고정된 픽시라는 자전거가 보급형이 수십만 원이고, 외국 유명브랜드인 경우는 수백만 원을 호가하여 학생들의 인기를 끌고 있다 하니 기가 찰 노릇이다. 자전거가 어른 뿐 아닌 아이들에게까지 번져가 등골 브레이커가 되었다. 중학교 시절 통학용으로 애지중지하던 자전거가 건강을 위한 여가 활동 내지 자기 과시용으로 자리할 줄이야.

세월이 그렇게 변했다. 전국을 자전거로 마음 편하게 다니게 된 점은 좋은데, 수위 따라 배가 오른다더니 덩달아 자전거가 아니라 자전차라고 불러도 되는 시대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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