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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규

교육학 박사

퇴계선생을 모신 도산서원의 부설 교육기관으로 '도산서원 선비문화 수련원'이 있다. 수련원 프로그램 진행을 담당하는 분들을 지도위원이라 하는데 초·중등교장으로 퇴직한 분들이 대부분이다. 수련원에서는 심도 있고 감동 주는 프로그램 운영을 위하여 지도위원 연찬회로 교육 역량을 돋우려 1일 또는 1박2일로 연중 서너 차례 진행된다. 전국에서 오느라 대부분 새벽 일찍 출발했음에도 아침부터 밤늦게까지 90분내지 120분 단위로 진행되는 연찬회에 시종일관 자세 흐트러짐 없이 참여하여 놀랍다. 이 분들을 보며 단재교육연수원 근무시절 교장선생님들이 시간 엄수와 강의 집중은 물론 수료식 후에 강의실 좌석까지 정돈해놓고 나갔던 기억이 났다. 전국에서 엄선된 위원들의 집중된 분위기는 이사장의 날카로운 카리스마로 더욱 빛을 더한다. 이사장님은 노무현 정부에서 재정경제기획부 장관을 역임하셨는데, 기획부 고위직에 있을 때 부내 사람들이 김병일에게 브리핑을 하느니 차라리 감사원 감사를 받겠다 할 정도로 철저하고 예리하다. 사학 전공답게 퇴계선생 시를 수백수 암송함은 물론 관련 지식과 위엄이 지도위원들을 압도한다. 여기에 학봉 김성일의 주손인 김종길 원장이 후덕하게 뒤를 받쳐주고 있으니 10여 년 전 퇴계 종손 이근필 옹의 발의로 마련된 수련원에 날개가 돋친 셈이다.

매년 해외 유교문화 유적지 탐방으로 안목을 넓히는데 금년은 4번째 답사로 2월 24일부터 28일까지 중국 낙양과 개봉 등지로 정호 정이 형제 묘를 참배하고 숭양서원과 백거이 묘소 그리고 범중엄 묘를 답사하고 겸하여 룽먼 석굴도 오른다. 이번에는 신참인 나도 선배들의 얼굴을 익힐 요량으로 참여하였다. 역사 전공자로 충분한 답사 경험이 있었기에 탐방을 심드렁하게 여겼던 마음은 준비 단계에서 무너졌다. 120쪽 분량의 안내 책자를 몇 주일 전에 나누어 사전 공부를 하도록 한 것은 그렇다 치자. 동반하신 곽위원님은 답사 첫날에 앞선 중국 답사에서 느낀 필요로 52쪽 분량의 간자체 공부책자를 표지에 지도위원 이름까지 적어서 나누어 준다. 그것도 사비로 말이다. 덕분에 길거리 표지판이 눈에 들어오고 더불어 중국 안으로 한 발짝 더 들어간 듯 하니 마음 씀씀이가 고마웠다. 장시간 이동 중에는 고개를 떨구고 잠을 자는 것이 여행객들의 일상이건만 안내 책자랑 간자체 책자 공부하는 분들을 보니 버스 뒷좌석에서일지언정 어찌 눈을 붙일 수 있으랴. 이렇게 아카데믹한 코스에 이토록 점잖은 손님은 10여년 안내 생활에 처음 봤다고 가이드도 놀란다. 이런 코스는 교수들이 이따금씩 오는데 비석의 글자까지 세세히 확인하는 우리가 전공자보다 더 학구적이며, 게다가 서로 존중하고 배려하는 모습이 품위와 더불어 무언가 여느 관광객과는 아주 다르단다. 기가 질려 있는 가이드 덕분에 문화유적 안내 대신 가이드의 가정사 같은 소소한 이야기로 설명을 듣게 된 것은 원하지 않는 얻음이었다. 버스 안에서 여성 지도위원들이 번갈아가며 수시로 나누어주는 간식거리에 입은 즐거우나 내년 답사부터는 나도 이렇게 해야 하는 생각에 마음은 점점 무거워진다. 이렇게 시간을 아껴 공부한 열정 위에 이론과 실천을 습합한 수련이라면 그 교육적 성과는 가히 불문가지이다. 경륜과 교육적 경험이 돈후한 지도위원이 진행하는 선비문화수련원 프로그램을 그 누가 넘어서겠는가.

선배 지도위원들을 보며 이런 생각이 들었다. 화려했던 이력을 갈무리하고 현직에 있을 때 여러 제약으로 충분히 가르치지 못했던 인성교육관련 아쉬움을 이제 여유시간과 능력이 남아 있을 동안에 재능기부차원으로 풀어내고자 거경 정진하고 있구나! 이 세상에 착한 사람이 많아지기를 바라는 선생의 가르침(所願善人多)을 좇아 머리로 배우고 가슴으로 실천하려는 이분들이 바로 '작은 퇴계'가 아니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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