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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규

상당고 교장

큰 딸 부부가 환갑 기념으로 해외여행을 다녀오시라 하여 마지 못하는 척 북인도 일주 여행을 다녀왔다. 8명의 단출한 여행 팀에 합류되어 인도 공항로비에서 수인사를 하는데 모두들 점잖고 연만하신 분이다. 다음 날 저녁에 맥주를 놓고 다시 인사를 나누었다.(여행하면서 이렇게 방에 모여 인사를 나눈 경험도 처음이지만) 한 분의 명함에는 직업이 헤드컨설턴트라 되어 있다. 견문이 일천하여 이런 직업은 처음 본다 하니 그 C 사장님이 자세한 설명을 해 준다.

헤드컨설턴트라는 것은 회사에서 필요한 중역들을 알선해 주는 일이다. 구직 희망하는 사람 리스트를 만들어 두었다가, 각 회사에서 요구하는 요건에 합당한 사람을 추천하여 일을 하도록 지원해준다. 그러면 회사에서 연봉에 대한 적당 비율로 소개비를 받는데 그 금액이 인당 천만 원 이상이란다. 그 분의 나이가 70줄로 접어드는데 이 일은 정년도 없다고 한다. 내가 보기에도 회사입장에서는 운영에 필요한 인재를 조달해 주고, 개인적인 측면에서는 바라는 구직을 해결해 주며, 종합적으로 나라 운영에 도움이 된다 여기니 그야말로 상생(Win Win)사업이다. 이 분의 철칙은 다른 회사의 인재를 빼내 달라는 부탁을 단호히 거부하여 당신의 브랜드를 지킨다 한다.

헤드컨설팅시 인재 선발 기준은 세 가지이다. 첫째가 성실성이다. 자기가 책임을 지고 사람을 추천했는데 불성실하다는 소리를 들으면 회사의 이미지에 큰 타격이 올 정도라서 성실은 최우선 요건이다. 다음 둘째가 위기대응 능력이다. 회사의 중역은 여러 가지 위험을 감당할 재목이어야 한다. 그리고 회사에서 인재를 영입하는 이유가 어떠한 문제를 해결해야 할 필요가 있으니 위기에 대한 바른 대처로 돌파할 수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마지막으로 창의성이다. 이를 요약하면 어렸을 때 골목대장 출신이 최고란다. 골목대장은 리더십과 모험심 그리고 쉽게 굴복하거나 좌절하지 않는 의지를 갖고 있어 회사의 CEO로는 딱이다. 하긴 그 사장님의 말이 맞는 것 같다. 이순신장군이나 한나라를 세운 유방 모두 어렸을 적 유명한 골목대장이라 하지 않던가.

C사장님은 제약회사의 전무로 퇴임한 뒤에 이 일을 시작했다는데, 만일 회사에서의 생활이 불성실하거나 타인의 지탄을 받으며 생활했더라면 인재 영입 업무에 뛰어들지도 못했을 것이다. 그리고 회사의 CEO로 많은 사람을 만나면서 지인지감(知人之鑑)도 자연스레 키워졌을 것이다. 지인지감은 사람에게 아주 소중한 능력이다. 연암 박지원의 허생전에 보면 허생이 당시 제일 부자라 소문난 변부자에게 1만 냥을 빌리는 내용이 있다. 그 변부자는 허생의 의복은 남루하지만 말이 간명하고 눈매에 자신감이 있어 잘 알지도 못하는 사람임에도 거금을 빌려준다. 말해보면 어떤 사람인지 금방 안다는 사장님의 안목도 변부자에 가름할 정도가 되겠다.

이렇게 평소 인맥을 활용하여 사람을 볼 줄 아는 안목을 키우고 그 인맥관리의 여력으로 퇴임 후에도 건재하게 경제활동을 할 수 있다니 참으로 멋진 일이다. 우리 범부들은 인맥이 이렇게 돈까지 되는 줄도 모르고 만남을 소홀히 하질 않나. 차라리 만나지 않았다면 더 좋았을 인간관계로 모처럼의 만남 인연을 훼손하기 일쑤인데 말이다. 인도 여행하면서 버스로 대여섯 시간 아니면 장장 12시간을 달리는 중에 나는 입때껏 살아오면서 인맥관리를 어떻게 했는가· 반성과 회오로 생각을 굴리다보니 이동이 지루할 겨를이 없었다. 이제부터라도 매일 천명 넘는 학생들을 대하며 지인지감도 키우고, 출근길에서 마주치는 무례 운전자까지도 혹시 모를 인맥으로 봐줘야겠다. 그리고 인맥이 돈이니, 직장 동료들을 돈처럼 여겨도 큰 잘못은 아니렷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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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일보가 만난 사람들 - 단양교육지원청 김진수 교육장

[충북일보] 몇 년동안 몰아친 코로나19는 우리 나라 전반에 걸처 많은 염려를 낳았으며 이러한 염려는 특히 어린 아이들에게 실제로 학력의 위기를 가져왔다. 학력의 저하라는 위기 속에서도 빛나는 교육을 통해 모범 사례로 손꼽히는 단양지역은 인구 3만여 명의 충북의 동북단 소외지역이지만 코로나19 발 위기 상황에서도 잘 대처해왔고 정성을 다하는 학교 지원으로 만족도도 최상위에 있다. 지난 9월 1일 자로 단양지역의 교육 발전에 솔선수범한 김진수 교육장이 취임하며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고 있다. 취임 한 달을 맞은 김진수 교육장으로부터 교육철학과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과 단양교육의 발전 과제에 대해 들어 본다. ◇취임 한 달을 맞았다, 그동안 소감은. "사자성어에 '수도선부(水到船浮)'라는 말이 있다. 주희의 시에 한 구절로 강에 물이 차오르니 큰 배도 가볍게 떠올랐다는 것으로 물이 차오르면 배가 저절로 뜨더라는 말로 아무리 어렵던 일도 조건이 갖춰지면 쉽게 된다는 말로도 풀이할 수 있다. 교육장에 부임해 교육지원청에서 한 달을 지내며 교육장의 자리가 얼마나 막중하고 어려운 자리인가를 느끼는 시간이었다. 이렇게 어렵고 바쁜 것이 '아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