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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규

상당고등학교 교장

학생 시절 이력서의 직업란에 표기를 어떻게 해야 하나 난감했던 경험은 누구나 있었을 것이다. 학생이라는 것도 직업에 포함되나? 그래도 직업이라 하면 일정한 내용의 수입원은 있어야 타당한 말이 아닌가 하는 생각에서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 보면 학생도 직업의 범주에 들어가도 될 것 같다. 왜냐하면 유치원 1년을 포함하여 고등학교까지를 보더라도 1학년이면 대략 10년이요, 3학년은 12년의 학생 생활을 누렸으니 시간으로 보아도 나름 전문가라 칭할 수 있는 10년은 넘어서 있다. 어느 한 분야의 전문가가 되기 위한 시간으로 최소 10여년을 잡으므로 10년 넘은 학생이라면 직업으로 간주할 만하다. 그런데 이 학생의 범주가 문제다. 학생은 문자 그대로 학예를 배우는 사람이요, 학교에 다니면서 공부하는 사람이어야 하는데 공부를 하지 않기로 굳게 결심한 아이도 학교에 다니면 학생이라고 한다.

이렇게 공부를 열심히 하는 학생과 공부를 안 하기로 맹세한 학생 중에 선생이 진정 필요한 학생은 당연히 후자의 경우이다. 공부를 알아서 잘 하는 학생에게 교사의 존재는 미미한가보다. 그렇게 선생님의 사랑과 관심을 넘치게 받았으면서도 훗날 남들이 선망하는 직업을 갖게 된 후 존경받는 스승이 누구냐 하는 공식적인 질문에 모 정치인처럼 스승의 도움 없이 혼자 공부했다는 오만한 태도를 매스컴에서 보니 말이다. 그러니 교사는 공부 못하고 스스로 독립하기 어려운 학생에게 필요한 존재이긴 하다

어느 학교에 경력 10년에도 한참 못 미치는 2-3년짜리 햇병아리교사가 고1 담임으로 왔다 치자. 죽어라 공부를 안 하는 직업을 가진 학생에게 교사가 아무리 좋은 말을 한다손 그것이 귀에 들어갈리 만무하다. 왜냐하면 공부 안 하려는 학생 직업을 10년이나 성실히 키운 학생에게 3년이라는 햇수는 오뉴월 하루 빛에 불과한지도 모른다. 사실 그 10여 년 동안 학생의 공부 안하려는 의지요 나름 철옹성을 무너뜨리고자 노력한 선배 교사가 얼마나 많았겠는가. 그들 중에는 지금 초짜 교사보다 훨씬 경륜과 학식을 갖춘 선생님도 있었을 것이고, 더 깊은 사랑으로 대한 선생님도 있었겠지. 물론 눈물로 호소한 가족은 말할 나위없고, 이렇게 선생님과 가족의 무차별적이고도 다양한 공격에도 무너지지 않고 난공불락을 자랑하는 학생 직업을 3년 경력의 교사 직업으로 어찌 공략하여 무너뜨릴 수 있겠는가.

그렇다면 교사는 모두 원숙해진 다음에야 비로소 학생을 상대할 수 있을까. 역사에 견주어 생각해 봐야겠다. 옛날 전투에서 성의 규모나 위치를 평균하여 볼 때, 공성군이 수성군의 3배 병력이면 얼핏 비등하고 5배의 공성병력을 투입하면 승산이 있으며 10배의 병력 앞에는 난공불락 요새가 없다고들 한다. 그러므로 교사도 10분 상담에 110배를 준비해서 110분의 상담 준비를 하고, 1시간 수업에 적어도 12시간의 수업 연구를 한 뒤에 교실에 들어가면 공부 안하려는 직업 학생의 철옹성도 무너뜨릴 수가 있다는 이야기다.

이러한 경우는 비단 학교뿐 아니라 사회 곳곳에 비일비재하다. 상대를 잘 살피고 면담 준비를 10배 이상 하여 인터뷰를 한다면 누구든 소기의 목적은 충분히 거둘 수 있을 것이다. 요는 철저한 준비가 선행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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