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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규

상당고 교장

병원에서 정기 건강 검진 받을 때가 되었으니 예약을 하란다. 5년 전 대장검사를 받았는데 다시 받으라니 시간 참 빠르다. 겸사하여 위내시경도 하기로 했다. 경험해 보아 잘 알겠지만 대장내시경 검사는 준비부터 요란하지 않은가. 전날 9시부터 배가 빵빵할 정도로 장 세척제를 마시고 10시 반부터 화장실로 향했다. 그전에는 세정제를 한번 마셨던 것 같은데 이번에는 새벽 5시에 같은 양의 물을 또 마셔 또 재차 비우는 작업을 하란다. 두 번에 걸쳐 마신 4ℓ의 물을 변기에 쪼그리고 앉아 내 보내려니 엉덩이만 아픈 것이 아니라 다리까지 저려 온다. 그래도 백만 원을 호가하는 비싼 검사이니 이 정도 고통이야 어찌 감수하지 못할쏜가.

다리가 후들거릴 정도로 장을 깔끔히 비우고 나니 숙변도 제거된 듯 개운한 느낌도 든다. 다행히 병원으로 가는 길은 딸아이가 운전을 해 주어 세장하느라 밤새 고생한 몸을 지하철에 흔들리지 않고 편하게 모시고 갈 수 있었다. 혹 가다가 요의나 변의가 있음 어쩌나 했는데.

수면내시경 할 때에는 보호자가 동반해야 한다는 접수계의 주의를 듣더니 곁에 있던 딸애가 선뜻 서명을 해 준다. 어릴 때는 초등학교에 등교하다가 아프다고 집에 오는 바람에 애를 태웠던 녀석이 이제는 어엿한 성인이 되어 늙어가는 아비를 보살피겠다네. 직원이 금액을 어찌 계산할 것이지 묻기에 카드를 꺼내렸더니 딸아이가 말리며, 미리 준비를 해 놓았으니 자기 카드로 계산한다 한다. 이것 참! 한편 놀랍고 한편 가슴까지 아련해진다. 내가 저를 키우면서 별로 잘 한 것도 없는 것 같고 돌이켜보면 실수투성이의 부족한 점만 많은 아빠였는데….

드디어 검진용 옷으로 갈아입고, 순서대로 검진을 하는데 대동맥 경화 검사랑 CT촬영 검사는 무난히 지나갔고, 나이가 나이인지라 예약한 전립선 검사가 망측하게 진행된다. 멀쩡한 정신에 차가운 이물질이 내 몸 속에 들어온 불쾌감도 그렇거니와, 몸속에서 꼬무락거리는 도구와 그에 따른 검사자의 손놀림…. 그리고 그 시간이 어찌나 길게 느껴지던지. 게다가 이리 오래 검사하는 것은 혹 무슨 문제 때문이 아닌가 하는 염려에 더 불안해진다. 나도 모르게 들어가는 힘인데 왜 그리 빼라는 건지. 드디어 수면내시경 차례이다. 누구는 내 몸을 믿으라 하는 말도 하더니만 몇 CC 주사액으로 멀쩡한 육신이 정신을 놓다니 너무 신기하다. 하기야 주사액을 다른 것으로 넣으면 사망도 순간이니 내 몸을 자신할 것도 없겠다.

의식을 차리자 간호사가 검사 잘 끝났으며 특이 사항은 없다는 의사 선생님의 말씀을 전하니 얼마나 후련하고 고마운지.

검사를 위한 검진 복이나 환자복이나 병원복은 마찬가지일진대, 몸이 아픈 사람이나 성한 사람이나 옷 입기에 따라 건강한 사람과 아픈 사람으로 구분되고, 주사 방울 하나에 목숨이 경각에 달려있음을 보니, 순간에 더 의미를 두고 살아 있다는 사실 하나에도 감사하며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검사를 받으며 제일 많이 들은 얘기가 힘 빼라는 말이다. 살면서 힘 줄 일은 많았으되, 정작 운동이나 악기를 불 때도 힘을 빼란 말을 부지기수로 들었건만 검진 때까지 그 소리를 듣다니. 힘을 빼야 편하다니 이참에 아예 몸에 힘을 다 빼 버려?

검진을 받으며 뇌리에 남는 말은 '겸손'과 '다행'이다. 매사에 힘을 빼고 살라니 겸손이요, 큰 문제없이 건강에 조심하며 섭생에 신경을 쓰라 하니 건강도 당연한 것이 아니라 다행으로 여겨진다. 그렇다. 예까지 이끌어주신 것도 은총이라는 생각을 하며, 게다가 아직 몸에 다른 이상도 없고, 아무런 탈도 없다니 얼마나 고마운가. 다음 검진 때까지 열심히 살아야겠다. 겸손과 다행으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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