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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규

상당고등학교 교장

요즘 학생들에게 장래 꿈을 물으면 얼굴이 예쁜 여학생은 연예인이요, 몸 좋은 남학생은 운동선수란다. 이런 학생들에게 박지성 선수의 발가락을 보여주고, 김연아 선수의 문제 있는 허리를 알려주면 혀를 내 두르며 시작도 하기 전에 겁을 집어 먹기 일쑤다.

그러면 공부는 운동보다 쉬운가? 공자가 주역을 읽다가 책을 엮은 가죽 끈이 세 번 끊어졌다는 위편삼절(韋編三絶)이라는 말도 있거니와 우리나라 실학의 집대성자이자 위대한 학자이셨던 다산 정약용 선생이 강진에서 20여년 유배생활 동안 공부하느라 복사뼈에 세 번이나 구멍이 났다는 고사가 바로 '과골삼천'이다. 이 내용은 강진 유배시절 거둔 제자인 황상(黃裳)의 글 속에 있는 말이다. 70이 넘어서도 쉬지 않고 부지런히 메모해 가며 책을 읽는 황상을 보고 사람들이 그 나이에 어디에 쓰려고 그리 열심히 책을 읽는가 하고 비웃자, 황상은 "우리 선생님은 귀양지에서 20여년을 계시면서 날마다 저술에만 힘써 복사뼈에 세 번이나 구멍이 났다. 선생님께서 부지런히 공부하라 친히 가르쳐 주신 말씀이 아직도 쟁쟁한데 관 뚜껑을 덮기 전에야 어찌 그 지성스런 가르침을 저버리겠는가" 라고 대답하였다.

'유배지에서 보낸 편지'를 읽으며 다산 선생의 인격과 호학 그리고 깊은 자식 사랑을 알았으되, 과골삼천의 고사를 접하니 정말 가슴이 저려온다. 필자도 대금에 용맹정진 연습하느라 복사뼈에 구멍까지는 아니더라도 굳은살이 박였던 경험이 있었기에 그 아픔을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거다. 굳은 살 하나에도 온 신경이 그곳으로 집중되어 앉을 때는 물론이고 양말을 신고 걷거나 구두를 신고 걸을 때는 걸음 하나에도 온 신경을 아픈 곳에 곤두세워야 했는데 복사뼈에 구멍까지 날 정도였으니 고통이 오죽했을라고. 그러기에 다산선생은 복사뼈가 시어 도저히 앉지 못할 지경에 이르자 다급한 나머지 벽에 시렁을 매어 놓고는 서서 집필 작업을 하였단다.

여기서 주목되는 것은 다산선생의 집필 권수가 아니라 책을 저술하는 과정에의 열정이요, 의지요, 몰입이다.

학생 중에는 공부를 죽어라 해 보겠다면서도 3시간 이상을 한 자리에 못 앉아 있고, 3개월 이상을 못 버텨 종당에는 아예 공부를 포기하고 자기소개서나 잘 써서 마음 편하게 대학을 진학하려 한다. 그나마 약간 고민한 결과가 차라리 대안학교에 가서 꿈을 찾아보겠다는 거 아니면 중도에 학업을 포기하고 검정고시로 대학에 가야겠다고 마음먹는 학생들까지 나오는 형편이다. 이렇게 공부에 몰입하지 못하는 학생들에게 과골삼천의 고사를 가르쳐주고 싶다.

필자가 우리 학생들에게 누누이 강조하는 말은 "여러분이 공부를 잘 못해도 좋다. 다만, 학창 시절에 후회 없이 공부해 봤다는 기억만을 갖기 바란다. 열심히 공부해보지도 않았으면서 내 자신에게 어찌 만족하고, 훗날 자식들에게 어찌 공부 열심히 하라는 말을 할 수 있겠는가"이다.

차제에 학생뿐 아니라 사회생활에서 힘 부쳐하는 사람들에게 과골삼천이라는 단어를 선물하여 학업이면 학업, 사회 생활이면 사회생활 모두 최선을 다하는 자세가 보고 싶은 거다. 그리하여 우리 학생들이 "나는 학교 시절 미련 없이 공부 해 봤다"는 말을 스스로에게 되뇌게 된다면 정말 행복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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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일보가 만난 사람들 - 단양교육지원청 김진수 교육장

[충북일보] 몇 년동안 몰아친 코로나19는 우리 나라 전반에 걸처 많은 염려를 낳았으며 이러한 염려는 특히 어린 아이들에게 실제로 학력의 위기를 가져왔다. 학력의 저하라는 위기 속에서도 빛나는 교육을 통해 모범 사례로 손꼽히는 단양지역은 인구 3만여 명의 충북의 동북단 소외지역이지만 코로나19 발 위기 상황에서도 잘 대처해왔고 정성을 다하는 학교 지원으로 만족도도 최상위에 있다. 지난 9월 1일 자로 단양지역의 교육 발전에 솔선수범한 김진수 교육장이 취임하며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고 있다. 취임 한 달을 맞은 김진수 교육장으로부터 교육철학과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과 단양교육의 발전 과제에 대해 들어 본다. ◇취임 한 달을 맞았다, 그동안 소감은. "사자성어에 '수도선부(水到船浮)'라는 말이 있다. 주희의 시에 한 구절로 강에 물이 차오르니 큰 배도 가볍게 떠올랐다는 것으로 물이 차오르면 배가 저절로 뜨더라는 말로 아무리 어렵던 일도 조건이 갖춰지면 쉽게 된다는 말로도 풀이할 수 있다. 교육장에 부임해 교육지원청에서 한 달을 지내며 교육장의 자리가 얼마나 막중하고 어려운 자리인가를 느끼는 시간이었다. 이렇게 어렵고 바쁜 것이 '아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