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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규

교육학 박사

예전에 직원들과 학천탕을 갔을 때였다. 사우나 독크에 어린애가 혼자 땀을 빼고 있어서 물으니 초등학교 4학년이라는데 살이 찐 정도가 아니라 터질 지경이다. 맞은편에 앉아 있다가 궁금하여 "너는 운동 같은 것은 안 하니" 하고 다시 묻자 그 아이는 "전 땀내기 싫은데요!"라며 귀찮은 듯이 대답하였다. 이 아이는 운동으로 나오는 땀과 사우나에서 고온으로 우려내는 땀을 퍽이나 다르게 여기고 있다.

정기 인사로 남자 직원이 발령인사를 오면 옆에 있던 교감을 픽 웃게 하는 질문을 하곤 하였다. "선생님은 무슨 운동을 잘 하세요" 수인사에 교장이 수업이나 업무가 아닌 운동을 물으면 대부분 당황한다. 그런데 젊은 선생님 중에 운동을 좋아한다는 분들이 별반 없다. 내가 젊었을 때 테니스를 못 하게 될까봐 토요일 밤에 자다가 말고 나가서 구름 낀 하늘을 살피기도 했었고, 공강 시간이면 학생들과 축구를 같이 했더랬는데 요즘은 그런 선생님도 별로 안 보인다. 일본의 모 축구 감독이 선수들을 산으로 뛰게 하여 공격적으로 달리면 수비선수로, 요리조리 몸을 움직여 나무를 피하면 공격수로 삼았다는 것처럼, 담임을 맡으면 토요일 오후에 반 고등학생들에게 축구공 2개로 1시간 동안 볼을 차게 하여 학생을 파악하였다. 공은 잘못 차지만 한 시간 내내 씩씩거리고 뛰는 녀석들은 대부분 성적이 크게 올랐고, 주머니에 손을 넣고 축구 라인 언저리를 어슬렁거리는 학생 중에 꼭 1년 내내 속 썩이는 녀석이 나오니 눈여겨 볼 일이었다.

체육 수업 후에 교실로 돌아오면서도 얼굴이 말짱한 고등학생에게 "넌 왜 땀이 안 났느냐"물으면 "저 땀내기 싫은데요" 라고 사우나 탕 초등학생과 똑같은 답을 한다. 일반계 고등학교에서 운동할 수 있는 유일한 시간이 체육 시간이요, 그 시간에는 열심히 뛰어 온 몸이 땀으로 뒤범벅되어도 오히려 부족할 텐데 기운 펄펄 날 때인 고등학생이 땀내는 것이 싫다니 참으로 신기하다. 그런 아이들은 다른 학생들이 체육관이나 운동장에서 각종 운동으로 땀을 흠뻑 내는 것과는 달리 농구대 밑 구석에 쪼그려 그 좋아하는 잠을 자거나 또 그런 그런 학생들과 잡담이나 하고 있다. 이런 학생들은 대부분 턱걸이를 한 번도 못하거나 아예 철봉에 매달리자마자 똑 떨어진다. 예전에는 체력장대비로 남학생들은 철봉 20회를 너끈히 했고 여학생들은 오래 매달리기를 했더랬는데 그때 철봉을 잡자마자 똑 떨어지는 여학생 모습을 지금은 남학생들에게서도 쉽게 볼 수 있다.

독일 여행 때 마침 철학박사 가이드가 독일과 한국 학생의 비교를 하는데, 부모가 나가 놀라 하면 독일 소년들은 축구공 갖고 밖으로 뛰어 나가는데 한국 아이들은 동전 들고 PC방에 간다는 말을 하여 입맛이 썼다. 그때가 정부에서는 IT선진국을 한참 부르짖을 때였는데 외국에서는 벌써 그 결과를 염려하고 있었던 게다. 한참 움직여도 부족할 나이에 게임이나 휴대폰만 들여다보니 살이 찌고, 살이 찌니 움직이기 싫어지며 먹고 싶은 욕구만 더 생기게 되니 이야말로 악순환이다. 미국 거리에서 살이 너무 쪄서 걷는 모습만 봐도 힘겨워 보이던 사람들을 이제는 우리나라에서도 이따금 보게 되니 걱정이다.

땀날까봐 체육시간에 구석에 앉아 시간 가기만 기다리다가 다음 수업 시간에는 졸기만 한다면 비만아가 되는 것은 필연적이리라. 에드워드 기번(Edward Gibbon)은 '로마쇠망사'에서 로마가 망한 이유 중의 하나가 사회전반에 만연되어 있던 퇴폐적 분위기였다고 한다. 건국 초기에 그토록 강건했던 로마인들이 로마 말기에는 불룩 나온 배 때문에 샌들을 못 신는 사람들이 많았다는 사실은 우리에게도 경고가 되려나· 건강한 신체에 건강한 정신이 깃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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