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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규

상당고 교장

골프를 배우고 보니 골프랑 인생과 비슷한 면이 너무 많아 헷갈린다. 첫 홀 티박스에 오르면 그동안 연습한 보람으로 오늘은 부디 잘 맞기를 바라며 두근 반 긴장 반이다. 필자는 이 심정을 읽고 싶은 책의 첫 페이지를 넘길 때 같은 기대감으로 표현하는데, 누구는 마치 예쁜 여인의 속옷 벗길 때 같다고도 한다. 그만큼 설렌다는 뜻이다. 그런데 아뿔싸 티샷이 잘못 나가면 그 낙담도 매우 크다. 그러면 잘못 떨어진 공을 찾아 가며 스스로 위안을 한다. "걱정 마 두 번째 샷으로 그린에 잘 올리면 티샷 잘 한거랑 똑 같은 거야!" 정작 두 번째도 미스 샷이면 어프로치를 잘 하여 3온 1퍼트가 더 묘미가 있다고 뇐다. 그럼에도 마지막 퍼트마저 3퍼트가 되어 보기로 한 홀을 마치면 그래도 더블은 안했으니 다행이라 하며 다음 홀에서 잘 하면 된다고 다짐한다. 이렇게 속으로 다짐하면서 18홀이 어줍짢게 지나가고 드디어 마지막 퍼트를 한 뒤에는 한숨을 쉬며 맹연습으로 다음에 잘 하자고 각오를 하게 된다.

혹 동반자 중에 폼도 좋고, 비거리도 프로못지 않은 사람이 있으면 그 사람 신경 쓰느라 제대로 공에 맞추지도 못하며 힘만 왕창 들여 폼은 물론 볼도 망치고 만다. 골프는 자기 볼을 자기 역량껏 부드럽게 힘빼고 치면 되는데 하지 말라는 힘만 집어넣어 죽을 쑤다니. 남이 잘 하는 것과 내가 잘 하는 것이랑 무슨 관련이 있길래 내가 힘이 들어가느냐 말이다. 이런 것은 마치 자기의 인생은 자기가 책임지고 자신의 일이나 신경 쓰라는 경고처럼 여겨진다. 이처럼 골프랑 인생과는 정말 비슷한 면이 많아서 하면 할수록 애착이 더 가는 운동이다.

아마추어에게는 멀리건이라는 제도가 있다. 티업에서 드라이버가 잘 맞지 않아 볼이 앞에 처박히거나 페어웨이에 안착하지 못하고 전혀 엉뚱한 방향으로 날아간 사람들에게 한 번 더 볼 칠 기회를 주는 관행이다. 아마추어들의 경우 가끔 멀리건을 주고받기도 하지만 엄밀한 의미에서는 반칙이라 아마추어라도 규칙에 엄격한 사람들은 멀리건 자체를 인정하지 않는다. 미국의 대통령 중에 골프광에 관련된 기사가 언론에 이따금씩 등장한다. 아이젠하워 대통령이 재임 기간 중에 150회 이상 라운딩을 했다는데 클린턴이나 오바마 대통령은 200여회를 쳤다던가. 그 중 빌 클린턴은 미국선수권 챌린지 대회에 출전하여 프로못지 않은 실력으로 갤러리들의 박수를 받은 정도이다. 그런데도 클린턴이 하도 멀리건을 요청하여 멀리건의 귀재라는 이른 바 골프게이트도 나왔고, 이 때문에 아예 '빌리건'이라는 별명까지 생겼다 한다.

그렇다면 멀리건과 인생은 어떻게 연관될까. 인생에는 연습이 없다고 한다. 마치 초보 운전처럼 모든 행위가 실제 상황이므로 실패에 대한 책임을 뼈저리게 느끼도록 한다. 과실을 통해 뉘우치고 깨달아 개선하면 발전하는 인생이고, 같은 실수를 반복하면 그 나물에 그 젯밥 인생이 되는 거다. 시간과 기회는 다시 오지 않는다는 둥, 우물쭈물하다가 내 이리 되었다는 한탄을 묘지명에 넣는 사람까지 나오는 것은 인생은 연습이 없기 때문이리라. 그래서 생을 잘 누린 사람을 우리는 존경하며 위인이나 멘트라 하여 따르고 배우고자 하는 것이다.

만약 인생에도 골프처럼 멀리건이 있다면 어찌 될까. 잘못 한 것을 처음부터 다시 할 수 있는 기회를 주면 많은 사람들이 분명 더 낫고 훌륭한 삶을 살게 될까· 아니겠지. 시간과 기회를 소중히 여기지 않을 것이다. 남에게 부드럽고 자기에게 엄한 사람이라면 이런 생각도 하지 않고 멀리건 없는 인생으로 순간을 최선으로 생을 누리겠지. 마땅히 그래야 될 것이다. 그래서 인생이 소중한 거고, 금년 한해의 시간들이 또 두려운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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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일보가 만난 사람들 - 단양교육지원청 김진수 교육장

[충북일보] 몇 년동안 몰아친 코로나19는 우리 나라 전반에 걸처 많은 염려를 낳았으며 이러한 염려는 특히 어린 아이들에게 실제로 학력의 위기를 가져왔다. 학력의 저하라는 위기 속에서도 빛나는 교육을 통해 모범 사례로 손꼽히는 단양지역은 인구 3만여 명의 충북의 동북단 소외지역이지만 코로나19 발 위기 상황에서도 잘 대처해왔고 정성을 다하는 학교 지원으로 만족도도 최상위에 있다. 지난 9월 1일 자로 단양지역의 교육 발전에 솔선수범한 김진수 교육장이 취임하며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고 있다. 취임 한 달을 맞은 김진수 교육장으로부터 교육철학과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과 단양교육의 발전 과제에 대해 들어 본다. ◇취임 한 달을 맞았다, 그동안 소감은. "사자성어에 '수도선부(水到船浮)'라는 말이 있다. 주희의 시에 한 구절로 강에 물이 차오르니 큰 배도 가볍게 떠올랐다는 것으로 물이 차오르면 배가 저절로 뜨더라는 말로 아무리 어렵던 일도 조건이 갖춰지면 쉽게 된다는 말로도 풀이할 수 있다. 교육장에 부임해 교육지원청에서 한 달을 지내며 교육장의 자리가 얼마나 막중하고 어려운 자리인가를 느끼는 시간이었다. 이렇게 어렵고 바쁜 것이 '아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