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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규

상당고 교장

봄바람이 포근하여 산책을 나섰다. 얼마 전만 하더라도 매화꽃에 산수유와 개나리꽃 그리고는 벚꽃이 반기더니 어느덧 달밤을 하얗게 밝히던 조팝꽃을 이어 이팝나무에 하얗게 얹힌 꽃과 향기가 누리를 채우고 있다. 봄꽃은 속내를 온전히 드러내 주어 더 좋다. 잎보다 꽃을 먼저 내 보여 꽃 자체의 아름다움을 온전히 느끼게 해 준다. 매화가 그렇고 진달래에 목련, 철쭉까지 대부분 봄꽃이 그렇다.

나무 위에 하얗게 핀 이팝 꽃을 보노라니 한 겨울 습설로 가지가 부러질 듯 얹혀있는 눈이 연상된다. 필자가 워낙 눈을 좋아하여 ID에도 snow가 있지만 바야흐로 한낮에는 여름 기온을 상회하는 날씨인데도 이팝 꽃으로 눈을 연상하다니, '8월의 크리스마스'가 아닌 '5월의 답설'이다. 차제에 답설과 생명 존중에 대하여 연관 지어 보자.

예전 불가에서는 승려가 되는 연습으로 문창호지에 물을 뿌린 뒤에 그 위를 조심조심 걸어 종이가 찢어지지 않고 온전히 남아 있어야 다음 수행 단계로 올라갈 수 있었다 한다. 그 결과 방금 내린 눈이라도 발목이상 빠지지 않고 걸을 수 있었다는데 이는 무협지에 나오는 경공술 수련 얘기가 아니다. 산 속에 거처하는 스님들이 산행 중에 무심코 밟은 미물까지 다치지 않도록 조심하는 이른바 답설 수련이다. 이러면 서산대사의 저 유명한 踏雪野中去로 시작되는 시도 재고해 보건대, 그 고된 답설 수련을 통하였으니 필시 후인에 대한 모범과 더불어 생명 존중도 염두에 두지 않았을까.

옛날엔 먼 길을 떠나는 친구에게 미투리 여러 개를 주어 장도를 기렸다. 이 미투리 중에도 자기의 머리털과 삼을 섞어 만든 육날 미투리는 임을 위한 여인네의 온전한 헌신으로 칭송되었다. 5백 년 전에 안동의 원이 엄마는 자기의 머리카락으로 삼은 미투리를 관속에 넣어 머나먼 저승길을 가는 남편에게 정표로 주어 유명하다. 그런데 봇짐 아래에 덜렁거리는 미투리 여러 개가 원로를 대비한 교체용으로만 알았는데 이 미투리에도 평지용과 산악용이 구분되어 있다니 놀랍다. 날이 촘촘한 6날 미투리는 평지용이요, 날이 성근 두날 미투리는 산악용이란다. 산행 길에 벌레를 성근 미투리로 밟을 경우에는 졸도는 할 지언정 사망은 면할 수 있게 된다. 미투리 교체는 발밑 곤충의 생명을 배려한 때문이었다. 우리 선조들의 생명 사랑이 이 정도였다.

그러면 인간에 대한 사랑은 어떤가. 조선 시대에 천자문을 익힌 다음에 배운 서당 교재가 동몽선습이다. 이 중에 학동에게 제일 먼저 가르친 것이 '천지지간 만물 중에서 인간이 제일 귀한 존재'라는 경구다. 인간이 귀한 것은 오륜이 있기 때문이고 인륜을 어기는 것은 금수만도 못하다는 가르침을 확언하면서 말이다. 이렇게 이론과 실천의 습합을 통하여 생명의 귀함을 배우고 익혔으니, 집안에 들어온 파리도 채로 치지 않고 손으로 가만히 몰아 밖으로 내 보내고, 임금도 피치 못하게 죄인의 사형 결재를 하고 나면 평소 거처를 옮겨 인명을 상하게 된 반성을 하는 것이다.

요즘 아동 학대 또는 패륜적인 범죄가 심심치 않게 나타나게 되자 인성교육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그동안 풍요와 윤택을 희구하느라 인간 도리 교육을 소홀히 한데 대한 당연한 귀결이다. 인성은 입으로 행할 일도 아니요, 무늬만 요란한 정책으로 될 일은 더욱 아니다. 필요성을 느꼈으면 먼저 윗사람이 어른이 말보다 행동으로 모범을 보여야 한다. 어른이 본을 보여야 사회가 따라하게 된다. 인성교육의 바탕은 안인(安人)이요, 다른 사람을 편안하게 해 주는 것이 바로 배려와 존중이다. 이 시대에는 안인 정신으로 주변 사회를 다시 따스하게 만들어야 할 것이다. 요즘은 또 무슨 패륜 범죄가 나올까 하여 뉴스 보기가 두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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