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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규

교육학 박사

지방선거가 끝났다. 이번에도 많은 사연과 함께 여러 사람들의 희비가 엇갈렸고 게다가 여강 야소의 정국으로 끝났다. 선거의 여운으로 피선거권자였던 사람은 복잡다단한 심정으로 인생을 곱씹고 있을 테고, 투표권을 행사한 사람은 결과로 나타난 세상인심을 바라보고 있을 것이다.

선거 유세하는 사람들의 말과 반응을 보노라니 중국 송나라의 범중엄이 떠오른다. 북송의 유명한 정치가이자 탁월한 문학가요 교육가였던 범중엄은 그야말로 입지전적인 인물로서 주희는 유사 이래 최고의 일류급 인물이라고 범중엄을 칭송했다. 지독히 가난했던 범중엄이 1년 내 죽만 먹으며 공부하는 모습을 안쓰럽게 바라보던 친구가 큰마음을 먹고 맛난 음식을 보냈다. 이 음식으로 기운을 차려 공부하라는 갸륵한 뜻이었는데 범중엄은 맛도 보지 않고 그대로 되돌려 줬다. 기름지고 맛난 이 음식을 먹으면 내 입이야 좋아하겠지만 나중에 악식을 견디지 못할까 염려해 그리 했다며 마음만 받겠다는 생각이었다. 아무리 협박을 하고 모진 감방 생활에도 굴하지 않는 죄수에게 갑자기 목욕을 깔끔하게 하고 옷도 새로 주며 맛난 음식을 먹게 한 뒤에 회유가 안 되면 다시 돼지우리 같은 예전의 감방에 넝마 같은 죄수복을 입히면 견디지 못하고 실토를 하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그가 재상이 된 후 악양루 중수기를 쓸 기회에 선우후락이라는 명언을 남겼는데 나는 올해 1월쯤 답사 차 숭양서원을 둘러보다 뜰에 쓰인 글로 처음 접했다. 그 구절을 부분 인용해 보면

아아! 내가 일찍이 옛 성현의 마음가짐을 추구해 보니,

간혹 이 두 가지 경우의 행위와 다른 것은 어째서인가.

외물 때문에 기뻐하지도 않고 자신의 처지 때문에 슬퍼하지도 않아서

조정의 높은 자리에 있으면 그 백성들을 걱정하였고

강호의 먼 곳에 머물면 그 임금을 근심하였으니

이는 나아가서도 걱정하고 물러나서도 걱정한 것이다.

그렇다면 어느 때에나 즐거워할 수 있었겠는가. 그들은 반드시 말하기를,

'천하 사람들에 앞서서 근심하고 천하 사람들이 모두 즐거워 한 뒤에 즐거워해야 하지 않겠는가'라고 하였으리라.(先天下之憂而憂 後天下之樂而樂)

아! 이런 사람들이 없었더라면 나는 누구와 더불어 돌아갈까.

선거로 정계에 발을 들여놓은 사람은 백성보다 먼저 걱정하고 백성이 즐거워 한 뒤에 즐거워하는 선우후락을 명심하고 실천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각고의 노력으로 정계에 입문하고는 유혹을 뿌리치지 못하여 망신을 당하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가. 역대 대통령이 줄지어 감방에 들어가는 우리나라 정치사의 질곡은 세계에 부끄러운 일이니 이제 그런 악순환은 끊어버려야 한다. 무릇 정치를 하려는 사람은 걱정하고 근심하고 또 근심해야 하는 것이다.

선정을 베풀면 백성들은 임금의 이름도 모르며 반대로 임금의 행적을 시시콜콜 알고 있으면 이미 그릇된 정치라는 거다. 대국민홍보를 위해 디지털 소통팀을 꾸리는 것도 필요하겠지만 국민이 안심하고 생업에 전념할 수 있도록 여건을 만들어 주는 것이 더 시급하다. 대통령은 러시아 하원에서 한반도에는 역사적인 대전환이 일어나고 있다고 하는데 외국 일부 언론에서는 선조들이 공들여 지킨 나라를 통째로 들어 바치려 한다고 비아냥거리니 이 또한 흘려들을 수 없는 말이다. 군군신신부부자자(君君臣臣父父子子). 대통령은 그 자리에 맞게 처하고, 부처 각료들은 임무에 최선을 다하고 서민들은 생업에 열심히 종사하는 것이다. 정치하는 사람 모두가 특권을 누릴 생각일랑 아예 하지 말고 근심과 걱정으로 시방 암울한 우리의 현실을 개선하고자 힘을 모으면 좋겠다. 그런 연후에 즐거워하면 얼마나 아름다운가. 그게 선우후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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