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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규

상당고 교장

교육계에서 매우 존경받고 계시는 분의 초대로 박약회를 소개받았다. '박약'이란 中庸의 박학어문(博學於文) 약지이례(約之以禮)의 줄임말로 널리 학문을 배워 익히고 이를 예로서 실천한다는 뜻이다. 그러므로 박약은 모든 지식인들의 로망인 셈이다. 한때 성리학 분야를 공부한 경험이 있어 박약이라는 이름에 끌렸기 때문이다. 현재 진두에서 박약회를 이끌고 계시는 분이 이용태 회장이라는 말에 선뜻 입회를 하게 되었다. 과거 삼보컴퓨터 등 기업 운영에 헌신하셨던 분이 이제는 백년대계인 후세 교육에 열정을 기울이고 계시는 강의를 직접 듣고 감동하였기 때문이다.

금년 여름 방학 중에 박약회 강사들의 워크숍이 있다 하여 도산서원 선비문화수련원을 찾았다. 수련원 중앙에 있는 퇴계선생 좌상의 대좌에 적혀 있는 말이 '소원선인다(所願善人多·내가 바라는 것은 착한 사람이 많아지는 것)'이다.

所願善人多가 궁금하여 선생의 시를 찾아보니, 31세 때 동암 양진암을 신축하면서 지은 시에

산중에 사는 늙은이가 웃으면서 묻기를

장차 퇴계는 무엇을 하려오·

몸소 밭갈이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나는 혀로 대신 밭을 갈리라. (東岩言志)

라 하여, 가르침으로 세상을 꾸리는 선생이 되리란 선언을 하셨고, 50세 때에 한서암에서

내 할 일은 저 높은 벼슬이 아니니

조용히 시골마을에서 살아가리라.

소원은 착한 사람이 많은 것(所願善人多)이라네.

이것이 천지의 기강을 바로잡는 일(吾事) 로 평생 소원을 정리하셨다.

요즘 TV보기조차 두려울 정도로 패륜범죄가 하루가 멀다 하고 뉴스거리로 등장한다. 처음에는 살이 떨리던 뉴스가 이제는 식상하게 보일 지경이니 이도 큰일이다. 그래도 늦게나마 학업 만능의 사회 풍조에 경종이 울리고, 이제껏 경쟁 우선으로 사람을 대하였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곳곳에서 나온다. 젊은이가 버릇없음을 개탄한 것은 기원전부터 이미 있었던 일이긴 하다. 생태적으로 나이 든 사람은 보수적으로 안주를 바라고, 젊은 사람은 진취적이요 혁신을 추구하는 법이다. 이것이 사회 유지에 있어 수성과 경장의 순리이지만 자라나는 아이들의 인성 키우기는 사회 유지에 필수불가결한 기본 책무이다.

자! 인성 교육이 문제라는 것은 알겠는데 그러면 어떻게 인성을 가르쳐야 한담. 세상 모든 부모가 자기 자식을 제대로 가르치는 것은 어렵다 하지 않던가. 이 때문에 서양에서는 멘토와 종사제도가 생겼던 것이고, 삼성 그룹의 창시자 이병철 사장도 이 세상에서 마음대로 되지 않는 것은 자식교육과 골프라 탄식한 것이리라. 술자리에서 정치에 대한 이야기는 훌륭한 안주가 된다. 마땅한 대안을 제시하지는 못하지만 그래도 비판은 자유롭기에 육두문자까지 써가면서 정치가를 험담하고 정책에 대한 문제점 지적으로 입에서 침이 튄다. 이렇게 비판은 쉬우나 대안 제시는 어려운 것처럼 인성교육도 정치보다 더하면 더했지 결코 덜하지 않은 과제이다.

사회 전체가 총체적 접근을 해도 부족할 것을 남의 탓만 하다보면 그 사이에 우리 아이들은 잘못 커 간다. 방법은 하나이다. 먼저 어른이 모범을 보여야 한다. 어른이 좋은 행동으로 아이의 귀감이 되면 인성교육에 대한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된다. 어른은 옆으로 걸으며 아이에게 똑바로 걸으라 하면 어느 아이가 바로 걷겠는가.

퇴계선생은 제자들의 말처럼 진정 실천으로 모범을 보이신 분이셨다. 선생의 가르침처럼 세상 사람들이 나만을 위한 독선이나 아집과 이기심에서 벗어나 조금만 넓은 안목과 마음으로 세상을 따스히 대하면 좋겠다. 이대로 가다가는 나이 들어 골목길도 마음놓고 못 다닐까 염려된다. 모든 사람들이 착한 사람을 만드는데 합심하며, 특히 가진 자와 윗 자리에 있는 자부터 스스로의 행동을 예의바르게 하여(-박약) 사회 전반에서 선생의 '소원선인다'가 실현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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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현우 충북도체육회장, "재정 자율화 최우선 과제"

[충북일보] 윤현우 충북도체육회장은 "도체육회의 자립을 위해서는 재정자율화가 최우선 과제"라고 밝혔다. 윤 회장은 9일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지난 3년 간 민선 초대 도체육회장을 지내며 느낀 가장 시급한 일로 '재정자율화'를 꼽았다. "지난 2019년 민선 체육회장시대가 열렸음에도 그동안에는 각 사업마다 충북지사나 충북도에 예산 배정을 사정해야하는 상황이 이어져왔다"는 것이 윤 회장은 설명이다. 윤 회장이 '재정자율화'를 주창하는 이유는 충북지역 각 경기선수단의 경기력 하락을 우려해서다. 도체육회가 자체적으로 중장기 사업을 계획하고 예산을 집행할 수 없다보니 단순 행사성 예산만 도의 지원을 받아 운영되고 있는 형국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보니 선수단을 새로 창단한다거나 유망선수 육성을 위한 인프라 마련 등은 요원할 수 밖에 없다. 실제로 지난달 울산에서 열린 103회 전국체육대회에서 충북은 종합순위 6위를 목표로 했지만 대구에게 자리를 내주며 7위에 그쳤다. 이같은 배경에는 체육회의 예산차이와 선수풀의 부족 등이 주요했다는 것이 윤 회장의 시각이다. 현재 충북도체육회에 한 해에 지원되는 예산은 110억 원으로, 올해 초 기준 전국 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