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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규

상당고등학교 교장

구약성서의 이집트 탈출기(출애굽기)는 모세가 이집트에서 탈출한 이스라엘 동족을 인솔하고 홍해를 건너 무려 40여 년을 광야에서 고난의 행군을 한 기록이다. 당시 탈출 노정으로 최단 거리인 반도 북부가 아닌 남부로 우회했던 것은 이집트군의 추격을 피하려는 이유였다고 한다. 그런데 요즘같이 잘 닦여진 도로를 자동차로는 하루면 갈 수 있고, 당시 발 빠르고 힘 좋은 기마대라 하더라도 짧으면 몇 주일에 충분히 갈 수 있는 길을 어찌 1년도 아니요, 40여 년이나 걸렸을까.

그 이유는 간단하다. 노예 상태로는 새로운 나라를 세울 수 없기 때문이다. 시키는 일만 해 온 노예에게서 새로운 나라를 세울만한 창의적인 정신이 나오는 것은 불가능하다. 더욱이 수백 년 동안 노예 생활에 길들여져 있던 이스라엘인에게서 주인 정신이 며칠 만에 나타나겠는가. 그러므로 모세는 40여 년을 험하고 척박한 광야에서 고생을 하더라도 노예 세대가 마무리 된 다음에야 가나안으로 가는 여정을 택하게 된 것이다. 물론 행군 동안에도 노예 정신을 버리지 못한 이스라엘인은 수시로 불평하고 차라리 옛날의 노예 상태로 돌아가기를 원하거나, 심지어 우상까지 만들어 모세와 하느님을 격노케 한다. 정작 지도자였던 모세조차 그토록 그리던 가나안 땅을 시나이 산에서 바라기만 할 뿐 입성하지 못하고 죽게 되지만. 결과적으로 시나이반도에서 노예세대가 종언을 고한 뒤에야 바라던 가나안으로 들어가게 되는 것이다.

그러면 노예는 어떤 사람들인가. 어떤 일을 주도적으로 하지 못하면서도 뒤에서 험담이나 불평을 하는 사람들이다. 그러므로 이들은 일이 잘 되기보다는 일이 잘못되기를 바라는 사람처럼 보인다. 시키는 일이나 하고 알아서 사안에 능동적으로 대처하지도 못하니 미래를 살펴볼 안목은 더 더욱 없다.

우리가 속한 사회에서도 이러한 사람들은 쉽게 만날 수 있다. 자기가 속한 사회의 발전은 생각하지 않고 오직 개인 잇속이나 차리고 불평과 험담으로 네거티브한 분위기나 조성한다면 바로 노예 정신에 다름 아니다. 국회 인사 청문회에서도 정작 본인의 능력이나 연루된 비리는 거르지도 못하고 있지 않은가. 자녀 위장전입이나 부동산 투기, 병역미필 문제같은 식상한 소재에서 벗어나 진정 나라를 이끌 주인 정신이 있는가, 그만한 경륜은 있는 가로 살펴야 하지 않을까.

요즘은 국민이 정부를 믿지 못하는 수준을 넘어 정부를 걱정하니 자칫 국민 불안을 넘어 국민 불만 시대가 될까 우려된다. 온갖 비리와 사고가 국민을 둔감하게 하니 학자들이 우리나라를 이중 위험사회요 복합 위험 사회 내지 비리 사고사회로 진단하는 것도 일리가 있다.

일찍이 도산 안창호 선생이 '주인인가 나그네인가'라는 말씀으로 일제하 조선 사람들에게 책임 의식 갖기를 설파하셨던 것처럼 지금 이 순간에, 이 땅에 필요한 사람들은 노예가 아니라 주인인 것이다. 주인은 어떤 사람들인가. 나라의 역사를 나의 역사로 존중하고, 우리 문화에 대한 자긍심이 있고, 국가가 위기에 처할 때 기꺼이 몸을 던져 나라를 구하고자 하는 사람이 바로 주인이다. 반만년 우리 역사는 주인 때문에 이어져 왔으니 주인을 기르지 않으면 나라의 미래도 없다. 이것이 우리 교육의 과제다. 백범 김구선생을 기른 사람은 훈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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