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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규

상당고 교장·교육학 박사

여러 해 전에 집사람이 우리 애들 수영복 입은 모습이 정말 이쁘니 볼 겸 수영 레슨도 받아 보란다. 동네 형들에게 둠벙 안으로 떠밀려 빠져 죽지 않으려 물 먹어가며 배운 개헤엄 실력은 있기에 흔연히 수강팀에 합류했다. 초보자를 위한 팀으로 자유형부터 접영까지 장장 6개월을 배우는 코스다. 그런데 이게 웬일! 잘은 못해도 운동이라면 사죽을 못쓰는 내가 수영은 영 젬병이다. 힘을 빼면 물에 빠질 것 같은데 강사는 자꾸만 몸에 힘을 빼야 뜬다고 한다. 이해가 와야 몸도 따라줄텐데 이해가 안되어 그런지 힘만 잔뜩 들여 물 속에 들어가니 레인 중간도 못가 숨 헐떡이며 가라앉고 말았다. 필자랑 똑같이 부인에게 등 떠밀려 나온 고위 경찰관 한 분도 같은 처지라 수영 후 샤워하며 똑같은 내용으로 신세한탄을 하니 동지의식을 가져 우습다. 그러나 물에 익숙해지고 점차 힘 빼는 것을 체득하게 되니 수영 실력이 늘어 접영은 팀 중에 제일 잘 나가게 되었다. 놀란 것은 필자뿐이 아니라 팀원과 강사도 마찬가지이다. 자유형은 그리도 못하더니 접영은 제일 잘한다고 다들 신기해하였다.

몸에 힘을 빼지 못하면 몸을 부드럽게 할 수가 없다. 반대로 몸을 부드럽게 하면 힘이 빠지고 마음도 여유로워지는 간단한 이치가 그리도 어려웠다. 필자가 경험해 보니 골프나 테니스 같은 다른 운동도 마찬가지이다. 힘을 주면 정작 볼 임팩트에 힘이 실리지 않아 골프는 비거리와 방향에서 치명적인 손해를 보고, 테니스는 원하는 강타 대신에 테니스 엘보우라는 병만 얻게 된다. 몸에 힘을 빼야 부드러운 동작에서 순간적인 파워를 얻을 수 있는 건데 그걸 못 깨우쳤던 거다.

그런데 힘을 빼라는 것은 있는 힘을 다 빼서 흐물거리라는 것이 아니다. 굳게 들어간 힘을 뺐다가 응집된 힘을 순간적으로 실을 줄 알아야 한다는 말이다. 여기에 아마추어의 경우에는 바탕에 힘이 있고 평소 힘을 키워야 오히려 힘을 뺄 수 있다는 역설까지 있다. 힘이 있어야 뺄 여지가 있지 원래 부릴 힘도 부족한데 어디서 무슨 힘을 들이며 없는 힘을 어떻게 빼란 말인가.

사람은 겸손해야 한다는 말을 많이 하는데 겸손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내공이 쌓이고 경륜이 있는 사람이 몸과 마음을 굽히면 겸손이 합당하다. 그런데 힘도 없고, 경륜도 없는 사람이 몸을 굽히면 겸손이라기보다는 오히려 비굴에 가깝게 보인다. 선천적으로 양순하고 남을 먼저 생각하는 겸손한 사람이 있기는 하다. 그러나 우리가 주변에 위로를 주고 도움을 주려면 자기가 온전하고 도움을 줄 수 있을 정도의 힘과 여력이 있어야 한다. 적어도 그 정도의 위치에는 있어야 한다. 처지에 합당하지 않은데도 남을 도우려 한다는 것은 무리요, 힘도 없는데 무리하여 힘만 주는 것으로 보인다. 내적으로 돈후한 힘을 갖춘 뒤에야 겸손이 더욱 빛을 발하게 되는 것이다.

학생이 공부하는 이유는 자기 삶의 발전과 후일 삶을 위한 내공을 키우기 위함일 것이다. 그리 키운 힘이 있어야 다른 사람을 존중하며 배려할 여력도 있고 몸을 수그려 처신할 수 있다. 내공이 있어야 힘을 뺄 수도 있으니 힘을 빼려면 우선 힘을 키우는 것이 선결 과제이다. 그럼에도 요즘 세태를 보니 무작정 힘만 키우면 더더욱 안될 일이다. 힘은 모름지기 자기가 부릴만큼 자기의 분수만큼 자기의 인품만큼만 있어야 되겠다. 분수도 모르는 사람에게 힘만 있거나 내공이 부족하여 겸손치 않은 사람에게 힘이 있으면 빼려고 하긴 커녕 오히려 남에게 상처를 주니 말이다. 우선 힘이 있어야 하고, 그 힘을 필요시에는 뺄줄도 알아야 힘을 제대로 쓰는 것이다. 힘을 주는 것 보다 힘 빼는 것이 더 어렵다. 이것이 매사에 힘을 빼야 한다는 뜻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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