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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규

상당고등학교 교장

사마천의 <사기 계포전>에 보면, 초나라 사람 계포는 의협심이 강하고 한번 좋다고 약속하면 그 약속을 끝까지 지켰다 한다. 계포는 항우의 낭장으로 유방을 괴롭히다가 항우가 죽은 후에는 천금의 현상금이 걸린 수배범이었으나 오히려 유방에게 천거되어 사면과 동시에 낭중이 되었다가 다음 혜제 때에는 중랑장에까지 올랐으니 당시 무척 존경받던 인물이다. 계포가 여태후가 주재하는 어전회의에서 번쾌의 흉노정벌 제의를 한마디로 저지한 것은 유명한 일화이다. 초나라의 조구가 계포에게 '황금 백 냥을 얻는 것은 계포의 한마디 승낙을 받는 것보다 못하다'는 말로 계포가 약속을 잘 지키고 신의로웠음을 칭찬한 것이 바로 '계포일낙'의 유래다.

이 약속이야말로 인간이 인간다울 수 있고 인간으로 하늘 아래에 존재할 수 있도록 유지해주는 가장 중요한 요소가 아닌가 한다. 약속은 자기의 생활 유지에 도움을 줌은 물론 자기의 생명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예를 들어보자. 운전자의 상호간 약속은 각자의 생명을 담보로 하여 이루어지는 것이다. 자동차가 직진을 하면서 좌측 깜빡이를 넣는다면, 우측통행이 시행되는 나라에서 좌측통행으로 운전을 하거나 파란 신호에 출발하지 않고 빨간 신호에 출발한다면 어찌될 것인가. 그러므로 약속은 인간 사회의 기저를 이루는 동시에 안전을 보장해 주는 중요한 요인이다.

초심으로서의 약속 또한 그렇다. 이 약속은 자기 자신에 대한 다짐일 수도 있고 공약으로 자리할 수도 있다. 결혼은 배우자에게 신의를 지키며 자식을 잘 기르고 행복한 가정을 이루겠다는 약속이요, 교사는 학생들을 열심히 가르치겠다는 초심을 가지고 교단에 선다. 간호사와 의사들이 예전에 했던 나이팅게일의 선서와 히포크라테스의 선서는 환자를 내 몸처럼 돌봐주고 잘 치료하겠다는 다짐의 표시이다. 대통령에 취임하며 헌법이나 성경 위에 손을 얹고 드리는 선서는 일국의 백성을 위하여 혼신의 힘을 다하겠다는 약속의 표시이다.

그런데 초심의 약속을 끝까지 견지하지 못하면 어찌 될까. 결혼한 부부가 얼마 지나지 않아 이혼하거나 일가족이 동반자살까지 하고, 사업가가 열심히 회사를 운영하여 이익을 창출하기보다 개인의 이익을 챙기다가 패가망신하는 경우도 있다. 또 명망 있는 정치가가 뒷돈의 유혹에 넘어가 옥중에서 한탄하며 여생을 보내는 사람들도 왕왕 본다.

그러므로 약속은 초심을 지키는 일과 무관하지 않은 것이다. 약속은 내가 한 말을 책임지는 것이다. 뱉은 말은 끝까지 책임지는 것이다.

역시 사기에는 약속과 연관되는 '미생지신'이라는 기록이 보인다. 내용인즉, 노나라에 미생이라는 사람이 마을 하류에 있는 다리 밑에서 은밀히 여인과 만나기로 약속을 했단다. 그런데 기다리는 여인 대신 비가 오는 데도 오직 약속을 지키고자 요지부동하다가 다릿발을 붙들고 익사한데서 비롯된 고사다. 남아일언 중천금을 보여주는 사례인가 아닌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오죽 당시 사람들이 신의를 우습게 알았으면 이런 고사가 살아 있을까만 그래도 미생은 뱉은 말에 대한 책임은 졌다.

우리가 약속을 소홀히 여긴다면 사회에 원칙이 사라지게 된다. 원칙이 힘을 잃는 사회에서는 규범이나 법까지도 구속력을 잃게 되므로 먼저 약속의 소중함을 살피고 살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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