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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규

교육학 박사

공중목욕탕에 들어가면 금목걸이를 휘황찬란하게 두르고 다니는 사람을 가끔 본다. 거기다가 몸을 휘감은 용문신까지 보이면 조폭인가 여겨 아예 눈을 감아버린다. 누구에게 들으니 그 사람들은 자금이 급한 때를 대비하여 금목걸이를 걸고 다닌다는데 과연 그런지는 못 물어봤다.

지난겨울 가족 여행으로 베트남 다낭을 패키지로 갔을 때였다. 옵션으로 마지못해 쇼핑센터를 들렀는데 게르마늄 목걸이를 손등에 걸어 현미경으로 전후 혈류의 흐름을 보여주니 나보다 집사람이 더 난리이다. 평소 목 디스크 기운과 이명으로 고생하는 것을 본지라 게르마늄 목걸이로 두 가지 증상을 잡을 수 있다는 말에 혹하여 거금을 들여 목걸이를 질러 버리는 것이 아닌가. 나야 반신반의하면서도 혹 이 목걸이의 효험으로 지긋지긋한 이명이 사라지고 목도 편안해 진다면 전처럼 오래 잡지 못해 미안한 대금에게 숨도 양껏 넣어줄 수 있으리라 여겨져 내심 귀가 솔깃하긴 했으니 한편 마음써준 부인에게 고맙고 한편은 불감청이언정 고소원이다.

귀국길 공항 검색대에서 갑자기 게르마늄 목걸이가 염려된다. 이런 거 걸고 검색대를 지나는 것이 처음이라 혹시 삐이 소리가 나서 벗으라 하지는 않을까 내심 불안하기 그지없다. 사람 많은데서 창피한 것도 문제려니와 혼자서는 쉽게 벗을 수도 없는데 어쩌란 말인가. 무사히 검색대를 통과하고 나니 안도의 한숨과 함께 이번에는 검색시스템에 의구심이 든다. 분명 금속붙이인데도 소리가 안 난다면 너무도 허술한 장치가 아니겠는가. 이게 얼마나 비싼 금도금 목걸이인데. 대중목욕탕에 들어갈라치면 이번에는 조폭도 아니요 평범하기 짝이 없는 내가 어느 순간 다른 사람의 시선을 받고 있다. 나는 조폭도 아니고, 이거는 치료용으로 단지 금도금이라 더 번쩍인다고 쫓아다니며 설명해 줄 수도 없으니 난감하다. 어쩌다 온천에라도 가게 되면 더 큰일이다. 온천물에 특히 약해서 변색도 되고 효능도 떨어진다는 주의사항 때문에 목걸이를 락카에 두고 입욕해야 하는데 눈이 아른거려서 간신히 벗고, 목욕 후 나와서는 오만상을 찌푸려가며 목걸이를 다시 하려니 이거야 범법자 목에 채우던 항쇄(項鎖)와 별반 다르지 않다. 전에 골프장 락카에 자동차 열쇠를 놓고 나왔던 아픈 기억으로 락카에 목걸이를 둘 때에는 잘 보이는 데에다 걸어두려니 하여간 이 목걸이 때문에 같이 옷을 벗은 옆 사람보다 한참 뒤에 욕탕 문을 열게 된다.

집사람이 이번에는 게르마늄 은도금 팔찌를 주며 차고 다니라 한다. 자기가 차 봤는데 효과를 모르겠으니 당신이 차라니 심사가 고약하다. 비싸게 샀더라도 효과가 없으면 안 차면 되지 왜 남편에게 굳이 차라고 하는가. 누구는 좋아서 이런 거 차는 줄 아나. 점잖은 자리에서 남방 사이로 금목걸이를 번뜩이는 것이 얼마나 민망한지. 더군다나 한복을 입고 여러 어른에게 인사를 드리는 자리에 목이 넓게 파인 틈으로 이놈의 목걸이가 삐죽이 나온 것을 애써 가리느라 곤욕스러웠던 상황도 있었는데. 이제껏 체육복을 제외하곤 내 옷을 사지 않았으니 코디 결정권은 오로지 부인 몫이요, 내 건강을 건사해주는 것도 고마운 부인이니 쉽게 거절할 수도 없고, 사실 나야 집사람이 입으라면 입고 벗으라면 벗는 처지일 뿐이다. 효험도 모르겠거니와 불편하여 목걸이도 안 할 생각이라며 팔찌를 싫다고 할 속마음을 자칫 다른 것도 안 사주면 어쩌나 하는 암중 계산이 이겼다. 필경 불평 한마디 못하고 목과 팔에 금색 항쇄와 은색 완쇄를 두르지만 그저 이 두개의 게르마늄 걸이로 나와 부인의 바람인 효험이나 빨리 보면 다행이겠다.

여행지에 감초처럼 나타나는 건강보조 식품 내지 항산화 식품 판매원들이 나이 드신 분들의 판단력을 흐리게 한 뒤 지갑을 위협한다는데 아무래도 우리의 얇은 귀가 두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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