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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규

상당고등학교 교장

잘 알고 있던 지인이 최근에 급작스럽게 타계하였다. 이젠 생과 사가 모두 고통이라는 불가의 말도 이해할 나이도 되었고, 죽음도 주변에서 쉽사리 볼 수 있는 일로 여기니 별반 새삼스러울 일도 아니다. 그러나 자타가 공인하는 스포츠맨에 평소 건강에 대한 관심이 크고 마라톤과 헬스로 강건하게 몸을 다져온 터라 그 분의 죽음은 아는 사람들에게는 매우 놀라운 일로 여겨질 정도였다. 그 분이 생전 주위에 한 말은 몸이 전 같지 않고 체중이 빠진다는 염려였단다. 여전하지 못했다는 거다.

몸은 옛날을 기억하고 머리는 안락하기만을 바란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사람들은 나이가 들어서도 종종 자기의 몸에 대하여 착각을 갖곤 한다. 기분과 같이 몸도 젊었을 적으로 잘못 생각하여 행동을 한다. 자기의 몸이 기억과 같이 여전한 줄 알고 있다. 그 때문에 필자도 작년에 테니스를 하다가 종아리 근육이 파열되어 무려 2개월 동안을 지팡이 없이는 걷지도 못했던 때가 있었다. 그래서 학생들과의 애국조회 때에도 지팡이를 짚고 절룩거리며 간신히 시상대에 올랐으니 그 모습이 학생들에게는 어지간히 가련해 보였나보다. 복도에서 학생들이 다가와 안녕하시냐? 인사할 때 내 답은 '안녕 못해!'라고 하여 킥킥 웃게 만들었지만 정말 다리가 아프고 안녕 못했으니 틀린 말은 아니다. 여전하지 못한 마음을 아이들이 알까?

중국 삼국지에서 저 유명한 관우를 사로잡아 천하에 이름을 떨친 장군이 오나라의 여몽이다. 그런데 여몽은 졸병출신으로 장군에 오른 것까지는 좋았는데 뛰어난 무예와는 반대로 공부는 일자무식이었다. 오죽하면 여몽의 무식을 군주인 손권이 깨우쳐 주려고 공부하라 할 정도였을까. 그러나 여몽은 전장에서 어찌 독서를 할 수 있겠느냐며 공부할 수 없는 궁색한 변명을 늘어놓고, 손권은 후한 광무제가 전장에서도 책을 놓지 않았다는 고사를 들어 공부하기를 재삼 권유했다. 이에 감격한 여몽이 발분하여 드디어 공부를 시작하였다. 훗날 대도독 노숙이 그의 군영을 방문하여 대화하던 중 그의 박식함에 놀라자 여몽이 왈, '모름지기 학문을 하는 사람이라면 사흘을 떨어져 있다가 만나도 괄목상대할 정도가 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괄목상대는 여전과는 반대되는 개념일까.

여전이라는 말은 '다시 그때로'라는 뜻을 내포하고 있겠다. 크게 보면 구본신참 또는 온고지신과도 맥이 통하고 작게 보면 작심삼일과도 맥을 같이 한다. 옛 것을 근본으로 삼아 새로운 것을 참작하는 것이 구본신참이요, 옛 것도 알고 새것도 아는 것이 온고지신의 의미이니 이를 포괄하면 화자의 시점에 따라 인생은 모두 여전하게 되지 않겠는가. 갑자기 살찌면 부었다 하고, 천천히 부으면 살이 쪘다 하는 것처럼 과거의 기반에다 조금씩 새로움을 더하여 자기를 키워 가면 그것도 여전한 것이 되겠다.

우리 모두에게 행복했던 때 좋았던 때를 상기하며, 다시 그때로 돌아가려는 소원을 담아 여전하기를 바란다. 국가도 마찬가지이다. 8월에는 광복절과 더불어 경술국치일도 같이 있다. 해 마다 8월의 언론을 장식하는 것이 일본의 사죄정도임을 보며, 우리가 일본이 조심스레 대하는 나라가 되면 그 쪽에서 알아서 머리를 굽혀 오리라는 생각을 한다. 그것도 다시 그때로의 여전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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