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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규

상당고 교장·교육학 박사

금년에는 5월 가정의 달 행사로 '사랑하는 부모님의 자서전 쓰기'를 개최한다. 부모와 평소 못한 속 깊은 대화 기회를 주고자 함이요, 부모에 대하여 더욱 소상히 알도록 도와주려는 뜻이다. 반응이 염려되어 학부모회 임원들과의 자리에서 미리 물어보니 모두들 좋은 프로그램이란다. 더하여 부모가 어떻게 만나 결혼까지 이르렀는가도 물어 달라니 추진에 탄력을 준다.

필자는 출근하여 먼저 시골 계시는 어머님께 드리는 문안인사로 하루 일과를 시작하는데 어언 십 수 년이 된다. 요즈음은 자서전 쓰기 행사와 연관하여 시골 살 처음 결심이라든지 아버님과 맞선 본 소감과 연애 시절 일을 자세히 물으니 어머님은 '얘는 뭐 하러 그런 걸 묻니·'하면서도 답이 즐거우시다.

우리 어머님은 홍씨요 본관은 남양이시다. 남양에는 집안 어른도 있어 환갑잔치에도 다녀오신 적이 있었다. 지난해에 형제들과 어머님의 봄꽃 나들이 겸 추억 되짚기로 남양시를 모시고 갔다. 상전벽해라더니 어머님이 10여 년 전에 가봤다는 마을조차 가보니 너무나도 다른 모습으로 변하여 방향조차 가늠하기 어려웠다. 천상 남양 성지에 가서 미사만 드리고 오면서 다음에 그 지방을 잘 아는 외종질과 다시 오리라 마음먹었다. 돌아오는 차 안에서 어머님이 가만히 혼잣말을 하셨다. '한 달이 평생이 되었네!' 무슨 얘기냐고 여쭈니 시집와서 한 달만 시골에서 살려던 것이 평생 살게 되었다는 탄식이다. 꿈 많던 19살 서울 아가씨가 '냇가에 핀 버들강아지.....'로 시작되는 아버님의 편지 글을 보고 반하였단다. 그러니 육군 일등 상사의 후줄근한 군복까지도 멋져 보이더란다. 사실 아버님은 소문난 인물이시니 처녀의 마음 달뜨게 할 수는 있었으리라. 정말 남편 하나 바라고 서울에서 12시간 버스길의 머나먼 진천으로, 꿈에도 생각지 않았던 깡 시골로 시집을 오게 되었단다. 올케까지 서울 살림만 하던 사람이 시골에서는 못 산다고 '정히 결혼하려거든 식 올리고 곧바로 서울로 돌아오라!' 하여 그렇게 할 요량이었다. 아버님도 집안 어른이 워낙 많으니 얼굴 익히는데 한 달은 걸린다 하며 얼굴이나 익힌 뒤에 올라가자고 하셨는데 이것이 평생 시골 아낙의 단초가 되었다.

인연이란 것이 참으로 놀랍다. 두 분 다 조실부모하고 초등학교도 변변히 마치지 못하였으며, 어머님은 어깨 너머로 글을 깨우친 정도에다 두 집안 모두 고단한 것까지 비슷하다. 그럼에도 겨울 아침에 두 분이 이불 속에서 살림 키울 논의를 도란도란 나누시던 모습이 눈에 선하다. 그다지 강골이 아닌 지아비의 건강 챙기시느라 세끼 밥주발 안에는 당시론 무지 귀했던 계란을 넣어 주셨다. 그리고도 몸에 좋은 것들을 고루 장만하여 아버님이 잡숫도록 하는 지극정성이셨다.

혈혈단신 오직 남편 하나 믿고 시골로 내려왔건만 어머님 46세 되던 해 남편은 26년 결혼생활도 채 마무리 하지 못하고 52세로 갑자기 떠나셨다. 가신 분도 남은 사람들이 안쓰러워 눈을 못 감았다 하시고 온 동네가 통곡 속에 아버님을 보내 드렸으니 어머님의 망극함이야 이루 말할 수 없었다.

홀로 되신 어머님을 지탱해 준 것은 우리 4남매였다. 당신은 억장이 무너짐에도 큰 내색하지 않고 아들 딸이 굳건히 살 수 있도록 다독여 주셨으니 작은 체구에서 어떻게 저런 힘이 나올까 돌이켜 생각해도 경탄스러웠다. 다행인 것은 4남매가 어머님을 잘 모시려 노력하는 점이다. 모두 열심히 살아 각자 제 몫을 하며, 근동 어른들께 부모님 이름에 누를 끼치지 않으니 이 모두 어머님의 교육 덕분이다.

'아빠 우리가 잘 커 줬지·'라 묻는 우리 딸년들은 저 세상으로 가고 없는 할아버지를 자기 자식들에게 어찌 평할지 궁금하다. 그래서 살아 있을 때 손주들에게 더 잘 하려 마음먹고 아이 키우는 공부도 더 하려 마음먹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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