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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규

교육학 박사

 가을이 깊어가는 무렵 집사람이 부여 문학 기행에 같이 가자는 뜻을 비친다. 기실 몇 달 전에 집사람이 시 공부를 하겠다기에 과거 클래식 기타·크로마 하프·그림 그리기 등에 입문해 악기를 사는 등 부산을 떨었지만 거개가 2개월을 견디지 못한 과거 경력으로 보건대 또 다른 2개월짜리겠다 여겼었다. 그런데 농익은 나이를 풀어낼 시심이 발동한 때문인지 이번은 예전과 다르다. 한 학기가 지나도 그만둔다는 말이 없거니와 여느 때 같으면 저녁 후 느긋하게 TV 볼 시간인데 책상에서 골똘히 시상을 정리 하질 않나, 매주 수요일 저녁의 시학 강좌에도 빠지지 않고 참여 하니 별일이다. 이리 열심인데 자리가 남으니 채워 달라는 시답잖은 부탁도 거절할 수가 없었다. 사실 부여는 대학 때 사이클 빌려 타고도 가 봤고, 학부 때 부여박물관장이 한국문화사 강의를 한 때문에 휴관 일에 일단의 관광객들이 부러워하는 눈총을 뒤에 받으며 들어가는 등 이참 저참 해서 자주 갔던 곳이라 별반 흥미를 끄는 일도 없다만 까짓것 일요일 하루 봉사해 주는 셈 쳤다.
 이윽고 부소산에 오르니 단풍이 시나브로 지는 모습이다. 이제는 단풍색도 선명하지 않고, 낙엽으로 길가에 뒹구는 것이 더 많지만 만산홍엽이니 그래도 가을은 가을이다. 시를 가르치는 선생과 시인 비스듬한 사람들이 무리지어 길을 걸어가는데 시 선생님이 나직이 한마디 하는 말이 가슴에 들어온다. "그냥 좋다"
 가을을 즐기니 좋다는 표현이 훌륭하다. 좋다는데 무슨 이유가 있고 무슨 설명이 필요하겠는가? 세 살배기 손녀 지온이가 뜰에 나와서 "나오니까 참 좋다"나, "무지 좋다" 나 "매우 좋다" 또는 요즘 젊은 사람들의 시쳇말인 "좋은 것 같아요"라는 말까지 좋다는 표현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어린 딸아이가 엄마에게 좋아한다니 엄마가 왜 좋으냐? 하는 물음에 아이의 답은 "그냥 좋아" 딸 입장에서 보면 엄마를 이유가 있어 좋아하겠나! 그냥 좋다는 거다. 이렇게 진정 좋아한다는 것은 어떠한 조건이나 이유를 찾기 어렵다. 좋으면 좋고 싫으면 싫은 건데 좋고 싫고를 판단하는 것은 머리 이전에 심장이 먼저 느끼기 때문이다. 뇌로 판단하기보다 본능적 느낌으로 판단하기에 누군가를 만나 호오를 판단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고작 3초 내에 결정이 된다나.
 문학 기행이라 신동엽 시비도 처음 보고, 신동엽 문학관도 들르면서 예전 단양에 근무할 때 오지라 그런지 몰라도 웬 화가에 시인에 수염 기르고 말총머리한 사람이 많았던 기억이 떠오른다. 이 팀에는 그런 사람이 없지만 시 공부를 하는 사람답게 시비도 꼼꼼히 살피고, 문학관 내부도 자세히 둘러보니 건성건성 지나치는 사람들보다야 훨 낫다.
 퇴임하여 주변에서 받는 질문이 대부분 비슷하다. "뭐 하고 노는가?" 나 "뭐 하며 지내느냐?" 인데 퇴임 준비를 알차게 준비한 것도 아님에도 할 일은 솔찮다. 시각차이야 이제는 내 시간이라는 생각과, 해야 할 일에서 내가 하고 싶은 일로 바뀐 건데도 욕심을 버리지 못해 그런지 하고 싶고 좋아하는 일이 참 많다. 집사람은 그런 버릇을 고쳐야 여유로울 텐데 아직도 못 버린다고 혀를 차지만 그래도 나를 불러주는 사람들이 있는 것이 좋고 같이 놀자는 말이 고마울 뿐이다.
 공자가 나를 알아주는 사람이 있으면 어쩌겠는가 하고 묻자 점(증석)이라는 제자가 "늦은 봄에 옷을 지어 입은 뒤 어른 5~6명, 어린아이 6~7명과 기수에서 목욕하고 무우에서 바람을 쐬고 노래를 읊조리며 돌아오겠다" 는 답이 논어 선진편에 있다. 이를 음풍영월 정도에 비견 하겠는데, 시인 무리가 부여 문학기행을 다녀온 것도 증점이 말한 풍영이 아닐까? 그렇게 가을은 또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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