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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규

상당고 교장

힐링 프로그램 안내 공문이 왔다. 법주사 템플스테이라니 내가 열망하던 거였다. 선정 결과 공문을 보자 생각이 과거로 달린다. 우리 딸애가 초등학생 시절 보좌신부님을 모시고 화양동 서원으로 해서 속리산 법주사를 들렀었다. 대웅보전 옆문에서 고개만 살짝 기웃하여 내부를 보려는데 신부님이 불쑥 신발을 벗고 같이 들어가잔다. 얼떨결에 마루를 밟고 한편에 엉거주춤 서 있으려니 신부님은 정중히 예를 올리곤 단정히 무릎 꿇고 한참 기도까지 하신다. 그런데 열렬 천주교 신자도 아니요 그다지 신심이 돈독하지 않은 나는 무릎조차 굽히지 못하겠다. 금동미륵대불 기단에 모셔진 용화전 금동보살 앞에서 신부님은 또 무릎 꿇고 기도하고 나는 뻘쭘하니 서 있던 기억이 그 때의 불편했던 느낌과 함께 떠올랐다. 그래서 이번 템플스테이에 가면 108배는 물론 새벽 예불부터 저녁 예불까지 불교 의례에도 적극 참여하리라 마음먹었다. 평소 연습하는 대금곡이 '영산회상불보살'이고, 김영동님의 지심귀명례(至心歸命禮) 예불가도 들어본 경험이 있다. 여기에 법고와 범종 소리가 어우러진 가운데 스님들이 낭랑히 드리는 예불 모습을 가까이에서 접한다는 것은 정말 신나는 일 아닌가.

3시 20분의 새벽예불 준비로 이른 저녁부터 잠을 청하는데 마침 내린 비로 유창한 계곡물 소리도 좋고 풍경 소리까지 명랑하다. 평소 귀만 붙이면 오던 잠 대신 '좋다! 참으로 좋다!'는 생각만 들었다. 가까스로 붙인 눈이 새벽 1시 반경에 떠졌다. 예불과 108배를 눈치껏 그리고 정성껏 마치고 조반 후에 등산복을 준비 하렸더니 우천으로 수정봉 산행은 취소한단다. 대신에 세조 길을 걷는다니 등산장비는 방에 두고 간편하게 길을 나섰다. 이른 아침 싱그럽고도 싸아한 공기를 마시며 마음 비우고 휘적휘적 걸으니 금세 세심정이다. 워낙 상쾌한 기분에 선봉대 4명이 모여 내쳐 걷다보니 할딱고개도 금방 나타난다. 이거 잘 하면 점심 전에 문장대도 충분히 다녀올 수 있겠다. 진행 담당자는 문장대는 무리라 하며 말렸는데 별거 아니다 싶다. 혹 늦으면 점심을 별도 해결하더라도 가는 데까지 가보자고 중지를 모아 비구름과 짙은 안개 속에 산을 올랐다. 비는 오락가락하여 여성 동지의 머리가 방금 샤워장에서 나온 듯 폭 젖었다. 하기야 문장대의 습도계가 97.8%로 표시되었으니 이거야 산중이 아니라 거의 수중에 있는 거랑 진배없겠다. 인적 드문데 안개가 짙어 지척을 분간하기 어려우니 가히 몽환적 풍광에서 우리만 신났다. 이리 쉽게 날라 오른 스스로가 장하게 여겨지고, 도전에 대한 아름다움도 자찬하며 좋은 사람들과 함께 하여 힘도 안 든다고 서로를 칭찬하며 내려오는데 동행한 이교장님이 오늘 산행이 '참으로 선물 같은 시간'이란다.

맞다! 마음먹기에 따라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이랑 기회와 여건이 모두 선물인 것을 잊고 살았구나. 우리의 몸조차 마음대로 하지 못하면서 내 것이라 하고, 자식을 욕심가진 대로 낳지도 못하고 잘 기르지도 못하면서 우리는 자식을 소유물로 여기고 있다. 내 몸도 선물이고, 자식도 선물이요, 더욱 한치 앞을 내다 볼 수 없는 우리에게 시간은 진정한 선물이 아닌가. 게다가 겁으로 접한 인연은 더 큰 선물이겠다. 템플스테이의 화두로 '마음을 살피라!'했는데 그 마음을 우리는 문장대 산행 중에서 아주 쬐끔이나마 살피게 되어 기뻤다.

얻는 것이 있으면 잃는 것도 있다고 빗물 질척한 산길을 평상화로 내려오다 미끄러져 엄지손가락에서 피가 나고, 스틱 없이 하산한 탓에 가뜩이나 약한 무릎이 아파와 절뚝거리며 저녁 공양을 했어도 그게 대수인가. 아픈 만큼 성숙해지리라 여기며 여유로운 마음과 감사하는 자세로 내 주변을 선물로 여기리라 결심하였다. 근데 이 마음이 이곳 俗離에서 俗世로 나가도 作心如前하려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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